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티알의 가장 중요요소는 인간의 상상력에 많이 기댄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상상력이 능력으로써의 창의력이 아니라

뇌를 가용하는 노력으로써의 상상력을 뜻하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뇌 속에 구축하고 그걸 유지한채 인격을 투사하면서 현실의 룰과 상호작용을 동시에 해야되는게 탈피지다.

자주 하는 사람에게나 익숙할 뿐,

이건 본질적으로 바둑이나 공부와 다를게 없는거지. 꽤나 고단한 정신 노동을 요구로 하는거야.

여기서 가해지는 상상력이 뒤랑이나 뒤르켐, 니체가 말하는 상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탈피지는 (오덕같지만) 다른 소모성 오타쿠 상품중에서는 거의 으뜸인 뇌 피로를 요구하는건 당연.

따라서 탈피지는 굉장히 지치고 노동적이며 불친절한 놀이 문화임.

하지만 이게 유행할 수 있었던건 과거 시대에, 그 시대에 있어 이미지의 상대적 부재와 더불어, 거의 모든 놀이 문화가 준 탈피지 급의 불친절함 혹은 피로를 요구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콤퓨타의 발전으로 현재의 놀이문화는?

생각할 필요도 생각할 노력도 필요없이 떠먹여주는 문화야. 동시에 철학자들은 현재 시대를 이미지의 범람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지.

이런 시대엔 내가 노력해서 환상을 안만들어내도,

적어도 봐줄만큼으로는 눈 앞에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세계에 젖어들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매체 속에서 환상을 소비할 수 있어

생각은 내가 하는 가내 수공업에서 누군가 만든 생각을 소비하는 공장으로 바뀐거랄까. 누군가 힘든 작업을 다해주는거야. 현대 시대를 \"생각조차 대신해주는\" 사회라고 부르기 시작한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 (과거엔 계산기처럼 계산을 하는 훈련을 받고 계산을 해주는 직업도 있었는데, 현재는 계산기가 해준다는 수준을 넘어서, 가장 인간의 본연인 생각까지 다른 사람이, 앞으로는 심지어 기계가 대신 해준다는 거지)

이런 시류라면 너무 많은 노력을 들이는데에 반해

얻는 자극(이미지) 가 적은 탈피지는 소수 창작욕의 해소를 필요로 하거나, 인격투사를 즐기는 부류를 제외하고는 그 메리트를 크게 잃는게 당연할거야

모르긴 몰라도 우리는 탈피지 세계의 몰락을 보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확실히 눈이 휙휙 돌아가고,

아케이드 게임마냥 직관적이고 많은 생각을 할필요 없지만

바로 눈 앞에는 이쁘고 몸매가 \"현대의 모델처럼\" 호리호리 하지만 자기 키만한 대검을 젖가락처럼 휘두르며 헐벗은 여인네가 내 손가락에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말초신경이 자극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이 자극은 독과 같지만

같은 의미로 술도 독이지

난 내 오딱흐 취미 하나가 사장되간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이젠 추억 뿐이겠지 미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