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어떤 놈이 이런 질문을 해 왔다.
"아 시박 이성 좀 엿바꿔먹어도 되니까 마법 뻥뻥쓰게 해 주면 안 됨? 그냥 집에서 좀 배웠다고 치고."
그런 질문을 받고 생각나서 다시 적어보는 CoC에서의 마법의 위치에 대한 정리.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개떡같다.
주문의 위치
사실 CoC의 주문은 너도나도 벗바 골라서 하하호호 쓰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럼 뭐냐.... 키퍼 입장에서 상황을 필요한 대로 전개하기 위한 연출용 장치라고. 그러니까 "유감스럽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따위의 레일로드를 위한 편의주의적 드립을 나름대로 정당화하기 위한 툴박스라 이거임. 그러다보니 한 방에 뼈와 살을 분리해주는 그런 강력한 즉사기 같은 것도 마법이 이런 툴박스 위치이기 때문에 좀 애매한 거. 그런 거 PC에게 써서 뜬금없이 뻥하고 개죽음시키면 좀 그렇잖아. 천천히 고통스럽게 괴롭혀야지. 내 취향이야 어쨌든 이걸 좀 더 생각해 보자.... 너 같으면 이런 "무대 장치"를 대뜸 남에게 보여주거나 넘겨줄 거 같냐? 그러니까 키퍼에게 마법 좀 뻥뻥 쓰게 해 주세요 징징 같은 거 가급적 하지 마. 정말 그러고 싶으면 크툴루 다크 에이지스나 드림랜드 세팅 플레이를 해라. 거기라면 일단 마법 좀 있어도 이상하진 않아. 물론 상황상 마법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에서라면 조건부로 마법을 써서 상황을 해결하는 시나리오도 있는데 대개 다른 상황에서 저렇게 배운 마법이 큰 도움은 안 됨.
마구잡이식 주문 리스트의 비밀
그나마 좀 비슷한 종류(Contact Deity, Enchantment 계열 등)의 주문 묶은 거 빼고는 대체로 마구잡이로 나열된 주문 리스트를 보면 조낸 중구난방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음. 근데 여기에는 좀 묘한 속사정이 있다. 왜냐면 원래 CoC의 주문이 가지는 포지션은 위에서 말한대로 키퍼 입장에서 시나리오 전개를 위해서 끌어다 쓰는 연출용 장치거든? 시박 그러니까 새 시나리오에서 시나리오의 연출을 위해서 쓰는 새로운 주문이 나올 때마다 그만큼 주문 풀이 늘어나고, 그러면 또 거기서 괜찮은 게 다음 판본 룰북에 편입되고 뭐 그런 식이다. 다만 이게 1920년대 세팅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1990년대 세팅 전용 주문 같은 건 은근히 묻히고, 그 외에도 별 인기 없던 시나리오 주문은 안 실어주고 그러는 게 문제지. 예를 들어보자. 누구 여기서 Net Wraith라는 CoC 주문 들어 본 사람? 자기 정신을 일시적으로 인터넷에 업로드해서 돌아다니거나 막 모니터 너머로 서로 바라보고 그러는 골때리는 주문임.
전혀 관계없는 여담
http://www.drivethrurpg.com/product/206469/GMs-Day-Yawning-Portal-Special-BUNDLE?src=salepage
이새퀴들 보소?
주문이 왜케 개떡같이 정리되있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구만;;
더 환장하는 건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모아둔 걸 또 ABC 순으로 자기들 딴에는 친절하게 정리하니까 내막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기가 막히는 결과가 나온다는 거.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