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선배 한 명을 마스터 삼아 알피지를 한 적이 있다.


댄디 3.5였고 난 레인저, 무난한 파티 구성이었던 것 같음.


숲 속에 숨어 근처 마을을 습격하는 고블린을 처리하는 이야기였지.


어찌저찌 하다가 숲 속 공터에서 고블린이 살 법한 통나무 집을 발견하게 되었고, 우리 파티는 공터로 진입하지 않고 숲 속에 숨어있다가 고블린이 나오면 저격과 함께 전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어. 왠지 모르게 지엠의 반응이 구렸지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꼬박 하루를 지새운 뒤에도 고블린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우리는 계획을 바꿔 직접 집 안에 있는 고블린들을 밖으로 유인하기로 했어. 집 근처로 다가가서, 창문 너머로 화염병을 던져 넣었지. 입구 쪽에는 뛰쳐나오는 고블린을 잡기 위해 밀리 클래스 두 명을 배치해놓고. 역시 왠지 모르게 지엠의 반응이 조금 구렸어.


화염병은 제대로 터졌지만, 이상하게도 고블린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지.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지엠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프린트 해온 전투맵을 꺼내 놨어. 이 전까지는 맵이고 지랄이고 근중장거리로 퉁치는 하우스 룰을 썼으면서 말이야.


그 때 깨달았지, '아 이 새끼가 맵 찾아온거 그냥 묵히기 싫어서 화염병이고 지랄이고 집 안에 들어가도록 강제한거구나.'






그 선배랑은 그 플레이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덤, 세션 설명 듣고 고블리노이드를 숙적으로 삼았으나 이야기를 한 번 꼬아서 굳이 굳이 오크들을 적으로 내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