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두 분!" 부르는 소리에 헤르미온느와 여성 요원이 돌아보았다. 주위에서 순찰을 돌고 있던 경찰차 여러대가 어느새 카페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90년대의 레트로한 경찰차에서 제복을 입은 두 경찰이 내렸다.


"실례하겠습니다. 신분증을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경찰들은 태연하게 현장을 떠나려는 두 사람을 붙잡았다. 테러까지는 아니더라도 범죄 현장에서 떠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경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경찰의 입장인 것이다. 경찰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선다. 


"수고하십니다."


그 말과 함께 요원이 품속에서 배지를 꺼내서 보여준다. 은색 글씨로 "E.P." 라고 새겨져 있는 휘장 모양의 배지였다. 그 즉시 두 경찰이 경례한다.


"실례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그녀가 돌아서서 시끌벅적한 사고 현장을 벗어난다. 경찰들이 이미 다수 도착해 현장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었다. 물론 곧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도착해 이들의 기억을 전부 조작할 것이었지만.


"당신은 누구죠? 그 배지는 뭐에요?"


"가짭니다."


"네?"


"진짜인 가짜입니다. 자, 타시죠."


진짜인 가짜라니. 그 이상한 말에 대해 되묻기도 전에 그녀가 검은색 자동차를 가르키며 말한다. 마치 정보기관에서나 운용할법한 차였다. 두 사람이 타고 요원이 운전을 시작하자, 운전석의 패널이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 차는 그녀가 어릴때 탔던 평범한 차보다는... 차라리 위즐리씨가 개조한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차보다 이상하게 작은 진동,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최고급의 마감재, 다른 차 사이를 마치 미끄러지듯이 파고드는 스티어링과 그 반응 속도까지.


"어딜가는거죠?"


"당신이 안전할 곳입니다."


그녀가 사무적인 태도로 말하며 운전을 계속한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절 데려가면 납치랑 다를게 뭐죠?"


헤르미온느가 약간 날카로워지려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묻는다. 요원의 눈꼬리가 조금 올라간다. 하지만 분명히 상부, 특히 자신의 직속 지휘관의 명령은 '최대한 친절하게, 그리고 협조적으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요원은 상부의 지시에 숨겨져 있는 의도를 거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알려드리죠."


그녀가 코너를 부드럽게 돌자마자 휠에서 손을 놓는다. 헤르미온느가 뭐라 하기도 전에 패널이 붉은색으로 바뀐다.


[자동 운전]


동시에 휠이 돌아가며 차가 혼자서 움직인다. 역시, 이 차는 오히려 위즐리씨의 자동차에 가까웠던 것이다.


"역시 당신들도 마법사 맞죠? 이런 기술은 아직 발명 되지도 않았을텐데."


요원이 가볍게 웃으며 말한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그렇게 보일뿐입니다. 당신은 1692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나요?"


"1692년이면 마법사 사회에 국제 비밀 유지법이 제정된 년도잖아요."


"그렇습니다. 운 좋게도 제가 우등생을 구출한것 같군요. 보통 마법사들은 역사에 정말 관심이 없던데."


그녀가 살짝 냉소하며 말한다. 헤르미온느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정부 고위직을 비롯해서 몇몇 사람들은 마법사 사회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법사 사회의 역사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은 반만 진실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는 그녀. 어디까지 말해줘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말을 이어간다.


"대략 1200년도부터, 마법사들은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마법사 사회에서 가르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여튼, 13세기부터 몰락하기 시작한 마법사 사회는 서서히 밀리게 되었습니다."


"밀리다뇨?"


"...저희에게, 밀리게 된 것이죠. 이를 보다 못한 마법사 사회의 지도부는 결국 1692년을 기점으로 두 갈래로 분열되었습니다. 한 갈래는 계속 저희와 대립하기로 했고, 다른 한 갈래는 자신들만의 사회를 구축해 외부와 간섭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전자는 서서히 몰락하고 있지만 아직도 남아있고, 후자는-"


"후자가 제가 아는 마법사들이군요."


"그렇습니다. 1692년에 당신들과 저희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습니다. 마법사들은 저희의 현실을, 저희는 마법사들의 현실을 침범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이 콘스탄틴 조약입니다."


헤르미온느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진짜라고 믿기에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걸 어떻게 믿죠?"


"믿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왜 그런 조약을 맺었는지는 점차 알게되실 겁니다. 어쨌든, 마법사 사회는 대략 1세기 전부터 이 조약을 어기기 시작했습니다. 어겼다기 보다는, 숨기기 힘들정도로 강력한 개체가 여럿 나타났다는 거겠죠. 영국은 20년 전부터 그랬고."


헤르미온느가 작게 끄덕인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영국이라면 분명히 볼드모트의 이야기일 것이다.


"따라서 저희의 상부에서는 최소한도로 억제된 개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시작이 당신을 구출하는 겁니다."


"왜 저죠?"


"우연입니다. 명령이 내려온건 일주일 전이고, 그 학교에 속해 있을 법한 대상 중 제일 먼저 탐지한게 당신이니까요. 착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저희에게 있어서는 정보 획득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싸늘하게 말하는 그녀.


"..."


헤르미온느가 말을 멈춘다. 너무 많은 정보가 밀려들어온 탓일까, 그녀의 명석한 두뇌로도 도저히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럼 마법사 사회는 마법사를 머글들에게서부터 숨기고 있었지만, 그 반대의 역활도 수행했다는 말이니까. 동시에 이들 역시 별로 친절한 집단은 아님을 알아차린다. 죽음을 먹는자들이 자신을 찾아냈기에 망정이지 마법부가 자신을 찾아냈다면 차라리 마법부의 보호 -구속과 같이 오는 일이었지만- 를 받는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지금 와서는 너무 늦었지만. 그녀는 갇혀 있는 친구들과 자신이 별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당신은 마법사 출신이 아니군요. 그렇죠? 아무래도 그 나이대의 학생과는 좀 다르군요."


"잠깐, 제가 학생이라는건 어떻게 알았죠?"


요원이 통신기를 통해 들어오는 말을 그대로 읖는다.


"헤르미온느 진 그레인저, 1979년 9월 19일 출생. 1990년부터 공교육 기관에 등록 흔적 없음. 양친은 치과 의사시군요? 즉시 보호 절차에 착수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그건-"


"아까 카페에서 당신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미 저희 측에 전송해서 인적 사항의 파악을 끝냈으니까요. 마법이 아닙니다. 합리성에 기초한 제도, 그리고 과학의 산물이죠."


"당신들은 대체 누구에요?"


"저희는 비유하자면... 당신들 세계의 마법부와 비슷하겠군요. 마법부는 신비에 기초한 마법을 사용하지만 저희는 인간의 합리성에 기초한 과학을 사용합니다. 이 차, 당신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것, 그리고 제 격투술까지 모두 그 산물이죠."


'마법'과 '신비'이라는 단어를 말할때마다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그녀. 


"하지만 이런 과학 기술이 있다는 건 들어본적이 없어요."


"마법부도 일반적인 마법사에게서 숨기고 있는 마법과 물건들이 넘쳐나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이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답변이었다. 호그와트만 해도 한평생 뒤진다 하더라도 숨겨진 비밀을 다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톰 리들의 일기장이라던가, 죽었다가 부활한 볼드모트 등, 일반적인 마법의 한계를 뛰어난 마법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이름은요? 아무리 비밀 조직이라 해도 이름은 있겠죠?"


요원이 잠시 뜸들인다. 사실, 그녀는 조금 놀란 상태였다. 상태를 보건대 그녀는 최근의 사태들에 엮여 어쩌다가 학교에서 탈출한 학생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납치 당할 위기에서도 자신을 도왔으며 지금은 왕성하게 호기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아마 수면자 사회에서 자랐다면 유력한 EC로써 활동할 재목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그거야 제 상관과 면담하시면서 알게 되실겁니다."


그 순간 차가 부드럽게 멈춘다. 그들은 도시 한복판의 고층 빌딩 앞에 멈춰 있었다. 그들을 맞이하려는 듯, 경호원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건물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


그렇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테키뽕 이야기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