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겨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원상복구되어 있었다. 마법부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 결과 카페 주인을 포함해 어제 이곳에 왔던 모든 사람들 전부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기억은 완전히 지워져있을지라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이 이 카페에서는 몸을 사리려는 것이다.


"짤랑."


카페의 문이 열리며 작은 초인종이 울린다.


"어서오-"


주문을 받으려고 했던 카페 주인이 화들짝 놀란다.


"죄, 죄송합니다."


들어온 사람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누가보기에도 이상했다. 이마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했지만, 양 볼에는 주근깨가 잔뜩 나있었고, 입술은 마치 죽기 일보직전의 사람처럼 축 늘어져있었다. 반면에 머리카락은 마치 청소년의 그것처럼 생기가 넘쳤고, 눈 역시 전혀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젊은이의 눈이었다. 그는 다섯 개나 되는 시계를 들고 있었다. 그는 중세 때나 유행할법 했던 고풍스러운 옷에, 작년에 판매된 청바지. 


이 남자의 복장과 생김새는 그 어떤 시대에 데려간다 해도 시대착오적일 것이다. 심지어 생김새마저 아이, 젊은이, 중년, 그리고 노년의 얼굴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느낌이었다. 마치 어떤 부분은 나이를 먹고, 어떤 부분은 나이를 먹지 않은 듯 했다.


그가 시계중 하나를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마치 근대에 만들어진것 같은 회중시계였다. 카페 주인은 그의 냄새가 이상함을 알아차린다. 아니, 정확히는 그 반대였다. 이 남자가 들어오자마자 카페에서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공기중에 가득한 원두의 냄새, 낡은 가구의 나무 냄새, 사람들이 흘리는 희미한 체취까지. 그에게서 악취가 나서 모든 냄새를 덮은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모든 냄새가 사라져버렸다.


"실례하겠소, 아가씨."


그의 목소리는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 정중했으며 매력있었다. 그가 말을 이어간다.


"혹시, 이 카페에는 시계가 있소?"


"시계...요?"


"그렇소."


"손님들이 차고 있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작년에 종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오래된 시계를 하나 치운적은 있는데요.."


카페 주인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군. 아가씨. 혹시 그것 아시오?"


"뭐, 뭘요?"


"시간은 존재하지 않소이다."


"...네?"


"우리에게는 시간의 관념과, 그것을 상징하는 시계만이 있을 뿐이오. 그렇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 존재하는 것은..."


그가 카페 주인의 머리를 가리킨다.


"...그 머릿속에 들어 있는, 시간에 대한 믿음뿐이라오. 그리고 그 믿음의 우상인 시계도."


"무슨 헛소리죠?"


그녀가 정신을 차린다. 이 사람은 미친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오늘 카페 분위기가 이상한데, 얼른 경찰을-


"걱정하실 필요 없소이다. 자, 보시오."


그가 카운터에 올려놓은 회중시계를 머리 위로 높게 들어올린다. 카페 주인이 뭐라 외치기도 전에 그가 시계를 바닥에 던져 깨트려버린다.


"쨍그랑!"


금속이 아닌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카페를 울린다.


"그것 보시오."


그러나 카페 주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모든 사물이 정지해 있었다.


카페 주인도, 조용하게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그들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도, 거리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밖에서 무언가 쪼아먹던 새들도.


모든 것이 정지해버렸다.


"시계라는 것을 부수어 버리니 역시 시간은 없어져버리지 않소이까?"


그가 껄껄 웃는다.


"자, 나오시게."


그의 목소리와 함께 카페 한쪽에 걸려있는 여성의 전신화가 흔들린다. 그것이 점차 흐려지더니, 붉은 머리의 여인의 그림에서 점점 금발을 한 여성의 그림으로 바뀌어간다. 손에 들고 있던 꽃은 90년대식의 비디오 카메라로, 입고 있던 고풍있는 옷은 현대식 복장으로, 귀걸이는 이어폰으로. 


"고마워요."


그 그림이 말하며 액자에서 걸어나온다. 


"걱정하지 말게. 다행이로군. 겁쟁이 놈들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놓은 덕분에 이곳은 더 흔들기 쉬워졌거든."


그가 씩 웃는다. 왼쪽은 젊은이의 냉소, 오른쪽은 죽기전 회한의 웃음이었다.


"빨리 할게요. 미안해요. 저는 시간이 흐르고 있으면 제대로 녹화할 수가 없거든요. 테이프가 앞으로 감겨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의 남자. 액자에서 걸어나온 여성의 그림은 어느새 완전한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그녀가 카메라에서 테이프를 꺼낸다. 그녀가 그것을 손에 꽉 쥔다. 놀랍게도 그 테이프는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져있었다는 듯이,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들로 바스라져버린다. 플라스틱 조각들을 공중에 뿌리는 그녀. 미세한 검은 조각들이 공중에서 너울거린다.


"...이 정도만 할까."


그녀가 중얼거리더니, 훅, 하고 공중의 가루들을 코로 흡입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뒤집힌다.



그녀의 머릿속에 박살나는 카페의 광경이 스쳐지나간다. 소녀. 갈색 머리의 소녀. 쫓겨온 소녀. 그것을 쫓아온... 


테이프가 앞으로 감기는 소리, 스크린에 흐르는 회색 자국들, 00:15 남았습니다, 라고 쓰인 비디오 카메라의 메시지.


둘 중 한명이 공중을 난다. 초인적인 속도로 움직이는, 수트를 입은 여성의 모습. 그녀가 카페에서 나가서-



"커억!"


그녀가 피를 뱉는다. 피에는 검은색 조각이 섞여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뱉어진 피는, 다른 물체들 처럼 정지한다.


"...보았소?"


"네. 역시 놈들이네요. 그 소녀를 잡으러 온건 진정한 마법True Magick을 쓸 수 없는 녀석들이었어요. 그 뒤에 유니언 소속인 여자가 와서 데려간 것 같네요."


"알겠소. 피나 닦으시구랴."


그녀가 황급하게 소매로 공중의 피를 훔친다. 그리고는 다시 그림으로 걸어들어가는 그녀. 순식간에 그림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럼."


그가 조용히 말하고는 카페에서 나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시간이 흐른다. 그가 던진 시계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지고, 사람들이 숨을 쉬고, 카페 주인이 놀란 표정으로 물러선다.


그들이 모두 원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카페에 남은 것은 놀란 손님, 카페 주인, 그리고 박살난 회중시계의 조각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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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디션 트래디션 노래를 부르는 놈들이 있어서 일단 등장시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