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같으면 걍 탈갤 눈팅이나 하고 지내겠는데, 즐겨하고 있는 누메네라 이야기들 어떻게 하고 있나 보니까 취향을 심하게 탄다느니, 시스템이 별
로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눈에 밟히더라. 제대로 리뷰나 플레이한 경험담이 올라오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누메네라로 나름 장기 플레이를 마스터로든 플레이어로든 두어번 뛰어본 입장에서 누메네라로 어떻게 놀면 재밌을지 나름 체험하고 생각
해 본걸 좀 아는척 해보기로 했다. 시스템 리뷰라기보다는 플레이 리뷰같은거다.
한마디로 '갓메네라는 하고 탈갤질 하냐' 라는 입장으로 썼다. 평소에 다들 재미있게 똥들 싸지르는거 보는 참이라 보답삼아 하나 정도는 진지빠는
글 남겨보고 싶기도 하고.
우선, 지구의 10억년 후에 마법과 기술이 구별 안되고 어쩌고 하는 기본 설정자체가 노잼 노취향 이라는 사람은 할 수 없다. 그건 이 시스템이 그려주
는 이미지 자체가 마음에 안든다는 거니까 답이 없고.
근데, 설정은 마음에 드는데 룰은 어째 졸 단순해 보이고 어쩌다가 한번 해봤는데 노잼이었거나, 룰 한번 읽고 한번 해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했
다고 소문나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름 재밌게 플레이한 입장에서 철저히 주관적으로 써본다. 누메네라 룰 전혀 안 읽어본 사람은 배려 안한
글이니 알아서 걸러 봐라.
1. 설정 관련
평소에 코딱지만한 판타지 모험가 마을의 지역적 관심사나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 세계의 정치 놀음 같은게 지겨웠다면 누메네라는 좋은 선
택인 것 같다. 물론 누메네라도 그런 이야기로 놀아도 되지만 그럴거면 누메네라 할 필요 없다고 본다.
일단 이거 배경세계가 지극히 한정적인 취향만 타겟으로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파판 시리즈에서 시나리오 아이디어 많이 배껴온다.
기본 세계 설정이 책에 실려있긴 한데 신경 안써도 된다고 본다. 이만큼 기묘하게 만들어도 된다는 예시같은거다. 올해 한글로 나올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 PC 게임도 독자적인 설정이라고 카더라. 누메네라 코어북 기본 설정은 설덕질 할만큼 세세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누메네라 플레이는 초거대 블랙홀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도 가고, 태고사제가 발굴한 기술로 영원히 안죽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도 내보내고
(이거 파판 라이트닝 리턴즈거 배껴온 설정이다.) , 악당들은 적색거성을 아공간에 집어넣어서 배터리로 쓰려하고, 이상한 우주선이 추락했는데
거기서 인간을 감염시켜서 동족으로 만들어 버리는 집단 의식의 외계 생물 군체가 막 나오고, 시간 여행자가 막 나타나고 과거 대전쟁에서 활약
했던 지능 가진 동력장갑복 NPC가 정의를 수호한다며 전쟁을 막으려 하고, 우리가 진짜 인간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괴물들 이차원에서 나타나고,
어디서 시간 정지 기계를 잘못 작동해서 나빼고 모든 우주의 시간이 멈추고 그 모순을 없애려 시간 벌레들이 나와서 덤비고...
그런 저런 뭔가 닥터후 같은데서 나옴직한 이야기를 배껴서 내보내도 위화감이 하나도 없다. 파판 같은데서 배껴와도 된다. 어느 도시에 가니까
팔씨의 코쿤이 르씨를 퍼지... 아니면 누메네라 기계로 '마도아머'를 보급한 제국이 다른 차원의 괴물을 소환해 에너지를 뽑아서 세계 정복
하려하고... 글레이브가 글레이브인지 마검사인지, 나노가 나노라 불리는지 쇠바람의 마도사라 불리는지 알아서 정하고 그냥 하면 된다. 설정
은 마음대로 하되 중요한건 얼마나 기발한 이야기로 모두가 즐겁게 노느냐다. 그 기발함은 '누메네라'로 인한 현상에서 나와야 한다.
근데, 괜히 SF좀 줏어봤다고 블레이드 러너나 사이버 펑크나 스타쉽 트루퍼즈나 공각기동대나 뭐그런데서 본 것 같은 현대적인 재료나 설정 집어
넣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 워해머 40k는 뭐 세이프... 지구의 미래랍시고 부숴진 자유의 여신상 따위 넣는것도 비추다. 그런 걸로 SF 맛을 내거나 감동주
려 하지 마라. 현대, 근미래의 색깔을 완전 없애려고 10억년이라는 설정이 있는 것 같으니. 차라리 스타워즈가 더 어울린다. 스타워즈 팬인 팀원 하
나 있으면 광선검이나 줘라.
누메네라는 SF가 아니라 SF "판타지"라서 실제로 소재로 써먹었던 것만 언급하자면. 파이날 판타지, 닥터후, 어드벤처 타임,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스타
워즈에서 따온 설정들 다 써먹었다.
2. 신기한거 많이 나와야 한다 + 상상력이 중요하다.
누메네라 마스터링 해보면 알겠지만, 마스터가 할일은 구라좀 섞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1) 레벨(난이도) 지정
2) 마스터 개입
두가지 밖에 없다.
물론 이야기도 써야하고 등장할 아티펙트나 사이퍼도 배치하고 뭐 그런거 해야하지만, 흐름이 좀 끊겨도 표보고 랜덤으로 굴려서 주려고 하
면줄 수도 있다.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즉석에서 사이퍼, 아티펙트, 괴물 다 지어낼 수 있다. 워낙 기본 데이터가 단순해서 불가능하지 않다.
그 외에 나머지 할일은 얼마나 이상한 장소에서 이상한 누메네라가 나와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 위에서 말했지만
평범한 중세 판타지 이야기 스킨만 바꾼거 하려면 굳이 누메네라 안해도 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마스터가 할일이 단순해진 이유는 업무 빼줬으니 그 여유를 활용해서 상상력을 펼쳐 신기한 이야기를 내놓으라는거다.
상상력 그거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나머지 룰을 단순하게 만든걸지도 모른다. 막말로 룰에 익숙해지면 상상력만 있으면 시나리오 하나도 미
리 안쓰고 그냥 해도 할 수 있다.
상용 시나리오들 보면 뭐 이딴게 다 있나 싶은 기기묘묘한게 막 나온다. 스포일러라서 내용은 생략하지만, 그만큼 막나가면서도 재밌는 상상
을 포괄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시스템 인것 같더라. 누메네라 중장기플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으면 '악마의 등뼈' 추천한다. 글리머 컬렉션 2
의 두번째 시나리오도 되게 특이하다. 누메네라 답다.
즉 누메네라는 신기한 장소에서 신기한 현상이 일으키는 신기한 누메네라를 발견해 노는 시스템인거지. 누메네라를 발견해서 그 용도를 알면
경험치를 준다. 괴물 때려잡으면 경험치를 안주는데, 신기한 장소에서 신기한 일을 겪고 신기한 누메네라 발견하고 그 용도를 파악하면 경험
치를 준다. 이게 핵심이고 시스템에서 권장하는 놀이방법이다. 관건은 상상력인 것 같다. 기본 설정이 '우리가 상상하는건 이러하니 너의 상상력을
한번 보여봐라'는 소리를 하는 시스템인거지.
경험치를 받는 신기한 누메네라는 주로 '발견물'이랑 '아티펙트' 인데, 두가지 차이는 내가 보기엔 휴대가 되냐 안되냐 차이다. 하여간 용
도를 파악하면 경험치를 준다. 뻘속에 파뭍힌 외계문명의 우주전함은 발견물이다. 그거 탐험해서 그쪽 세계가 멸망해서 긴급탈출시켰던 파종
선이라는 용도 파악하면 경험치 받는다. 유적에서 발견한 금속 막대기 같은 거 버튼 눌렀더니 빔 칼날이 나오면 검이라는 걸 알아서 경험치
받는다. 원래는 우주 용접기나 우주 공업용 절단기 같은 것 일수도 있다. 하여간 경험치 받는다. 그 칼로 괴물 100마리 때려잡아도 경
험치 안준다.
신기품은 전투나 모험에 당장 도움이 안된다고 나중에는 잘 잊어먹는데, 가지고 있으면 캐릭터 데코레이션에도 도움되고, 나중에 어떤 대단
한 물건의 일부였다는 식의 떡밥으로도 쓰이고, 나중에 일상 장면에서도 재미있는 그림을 많이 만들어낸다. 줘도 부작용 없고 재밌기만 하니
많이 줘라. 이것도 신기한 거라서 '신기'품이다.
3. 사이퍼
사이퍼는 강려크한 능력을 막 날릴 수 있게 해주는 1회용 고대유물인데, 워낙 많이 나오다보니 소지 가능 갯수가 캐릭터 본인의 능력이다.
어떻게보면 휘발성 마법능력을 모든 캐릭터가 가진거나 마찬가지다. 무조건 많이 주고 많이 쓰게하는게 맞다.
마법 물약 같은 것처럼 생각해서 아끼는 플레이어도 있는데, 그 순간 그 장면에서 멋진 장면 만들어서 멋진 플레이 추억을 만드는게 중요하
지 그거 아낀다고 나중에 경험치 주는거 아니다. 플레이중에 좋은 사이퍼가 계속 쏟아지면 소지 한계 때문에 버리다 못해 알아서 결국에는
막 써서 회전율 높아진다. 사이퍼는 퍼주라고 사이퍼다. 많이 쓰면 멋진장면 웃긴장면 많이 나오더라.
사용법이 한정된 사이퍼보다는 무심한 물리력을 발휘하는 사이퍼가 응용력있고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수 있더라. 누메네라 카드 세트에
는 기본 룰북에 없는 사이퍼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거 내보내도 되냐 싶을 사이퍼도 많이 나온다. 몇 킬로미터 반경에 20점 피해먹이고 수십년간
방사능 지대로 만든다던가 하는 사이퍼도 막 나온다. 결국 밸런스 생각 안하고 필살기처럼 막줘도 된다는거다. 기본 장착한 캐릭터
능력보다 약한 사이퍼는 '행동' 써가면서 굳이 사용 안하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하고. 근데, 비전투 상황에서도 막 쓸 수 있다는 것도 환기
시켜 줘라.
사이퍼 같은거 쓸때도 효과만 따지지 말고 어떻게 생긴 물건을 어떻게 쓰는지 묘사하거나 시켜라. 그 자체로 배경세계 '묘사'같은 거라서
자꾸 해야 누메네라 같은 맛이 나더라. 다른 시스템에서도 장면 배경 묘사도 귀찮다고 안하면 그림이 안나오듯 이것도 마찬가지다.
4. 마스터 개입
내 생각에는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장면/장소/괴물/물건 내보냈을때 그거 가지고 마스터가 저지르고 싶은 짓'을 하면 되는 룰이다. 괴물은
초필살기한번 보여주고 싶고 이상한 효과의 고대 누메네라 장치면 괜히 작동시키고 싶고, 있는 함정도 작동시키고 싶고, 변신로봇은 변신시
키고 싶고, 피시가 가진 불안정한 아티펙트를 폭주시키고 싶고...
근데, 이거 의식적으로 자주 해야 재밌다. 1시간에 1번 권장하더라. 1괴물당 1개입, 1장소당 1개입도 개인적으로 권장한다.
모르겠으면 일단 질러놓고 내용 생각해라. 플레이어들도 많이 개입되야 특이한 사건이 생겨서 재밌어 하고 경험치도 많이 받는다.
하여간 저지르면 재미있는 짓은 무조건 이걸로 지르고 경험치 줘라, 그러면 모두가 행복하다. 원래 어느 시스템에서든 늘 하던 짓에 이름 붙이니까
사건도 의식적으로 계속 터뜨리고 경험치 1+1로 받으니 저항감도 줄어든다. 영리한 룰이다.
누메네라는 마스터 개입을 얼마나 자주 찰지게 하느냐가 마스터링 실력인것 같기도 하다.
5. 그 외에
장기, 중단기 목표 이루면 경험치 주는 옵션 룰
: 캐릭터 스스로 목표 세우게 해서 그거 이루면 경험치 주는룰은 던전월드 등의 다른 시스템에도 비슷한게 좀 있는데, 여기서도 나온다. 캠
패인을 캐릭터 중심으로 돌리는데 도움이 된다. 장기플이면 가급적 적용하는거 추천
누메네라 박물지.
누메네라 사고 이걸 안산다는건 말이 안된다. 13시대 괴물도감 같은 책인데, 기본룰북의 괴물들이 좀 심심하다 싶으면 이걸 꼭 봐라.
(뭐 파멸기갑병이 심심하지는 않다만...)
악마의 등뼈
대충 중장기 플레이 가능한 책인데 해본 사람들은 대체로 호평이고 나도 재밌게 했다. 누메네라 시나리오 어떻게 써야하는지 감이 안오거나 기본
룰북 뒤의 시나리오가 노잼이라고 생각하면 사봐라.
누메네라 카드 세트
오알이 아니라 티알로 혹시 플레이한다면 마스터 개입할 때 경험치를 카드로 던져주는게 꽤 신난다더라. 기본 룰북에 안나오는 사이퍼도 많고, 랜덤몬
스터 카드 뽑아서 시나리오에 쓸 수도 있다. 만듦새도 꽤 괜찮다.
나중에 더 생각나는거 있으면 2부 쓸지도 모르는데 일단 자동 기술, 척수반사로 썼으니 요까지.
누메네라 해라. 갓 룰이다. 제대로 해보고 까라.
나도 해보고 싶은제.세션이업드라
나의 개추나 먹어랏!
길어서 내렸지만 일단 개추야
악마의 등뼈는 정말 꿀북이다. 책대로 진행해도 재미를 보장하는게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퍄퍄
질문. 이거 걍 던월 잡고 누메네라처럼 하면 안됨?
던월로 스타워즈 같은거 돌리면 나쁠거야 없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누메네라의 시스템은 정말 매끈매끈하다고 해야하나? 기왕이면 시스템도 즐겼으면 좋겠다
한번 해봐야겠다
에스s이e // 누메네라를 누메네라로 있게하는 것들이... 내가 보기엔 설정, 사이퍼, 아티펙트 같은 것들인데... 기본 룰북 읽으며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어서 꼭 그래야 하나 싶다. 뭘로 뭘하겠다는 식이면 못할게 없겠지. 나야 기본적으로는 어떤 시스템에서 그리는 그림은 그 시스템이 제일 낫다는 주의지만.
ㅇㅇ 그렇지. 내 말은 누메네라 해 보겠다고.
이렇게 새 룰이 도입되었다 - 플래티넘 스타즈
던월 잡고 뉴메네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뉴메네라의 핵심은 랜덤으로 빨리 줄 수 있는 사이퍼랑 뉴메네라 카드야.
우와, 이 글 쩌네. 굉장히 좋은 가이드네. 감사감사.
누메네라로 지엠 아다 떼다가 청년막 찢어지는 곶통을 받았는데, 도움 많이 되네. 이-글이 내 다음번 ㅅㅅ의 곶통을 완화시켜주길 바라며 추천한다.
근데 보레갈의 베올 아다 떼기 좋은 시나리오 맞냐. 내가 면봉도 못 넣는 빡빡한 청년막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이거 돌리는 것도 존나 빡세던데.
진짜 쩌는 가이드네. 개추 먹고 박제나 되버려
던월 마스터인데, 이것만 봐도 뭐가 독특하고 차별화되는지 보인다. 누메메라가 해보고 싶은데... 추천!
도치아빠 // 나는 안해봤지만 보레갈의 베올이 좋은 시나리오처럼 보이긴 하는데, 루즈해질때 마스터 개입 저지르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끼어들 꺼리가 없는 곳은 빠르게 진행해서 넘어가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때 시간을 주면서 능력을 막 싸지르게 해면 대충 괜찮을 거라고 봐.
상용시나리오는 토시 하나 안 빠트리고 그대로 하기보다는 상황봐가면서 없던 것도 넣고 있던것도 무시하고 해야 한다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