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으로 두 명 다하기로 함..., 2/0/3/10로 계몽 과학]
"해리, 론, 너희 둘은 먼저 돌아가있지 않을래? 윌로우 씨와 잠깐 이야기 할게 있어."
"어..."
"어서!"
헤르미온느가 마치 쫓아보내듯 그들을 돌려보낸다.
"무슨 일이죠, 그레인저 양?"
"혹시 지원을 좀 더 받을 수 없을까요?"
"지원이라면 이미 현장팀에게 충분한 병력이..."
퀸란이 말을 끊는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병력 지원 따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레인저 양 개인적인 차원의 지원을 말씀하시고 계시는군요."
그녀가 끄덕인다.
"플로랑스 박사에게 더 많은 장비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만."
"그것 이상의 것은 없나요?"
"호오..."
퀸란이 끄덕인다.
"그 이상이라... 하지만 그레인저 양, 이미 아실텐데요. 그런 장비의 사용법은 하루 이틀 안에 익히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에겐 그런걸 가능하게 하는 기계 같은게 분명히 있을거에요."
그가 주저하는 척 하며 끄덕인다.
"분명 있습니다만..."
"믿어주세요. 배우는거라면 누구보다 자신있어요."
퀸란은 그녀의 눈에서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 더 많은 지식에 대한 열망, 그리고 자신이라면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읽는다.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끄덕인다.
"좋습니다. 자유시간이라도 좀 가지시지요. 닥터 소피아와 플로랑스 박사와 상의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겁니다."
==
헤르미온느가 -이제는 이상하게도, 클론들이 더 이상 그녀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훈련실에 도착한다. 여지없이 그곳에는 에이다가 있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과녁에 무엇인가 박힌다. 화살이었다.
"당신들은 총을 쓰는게 아니었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에이다가 자세를 전혀 흐트러트리지 않은채 다시 사격한다. 그녀는 장궁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한손용의 석궁을 쓰고 있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빈 활시위를 자동으로 채운다. 그녀가 한번 더 사격하자 방금 꽂힌 화살이 반으로 쪼개지며 그 위에 새로이 화살이 박힌다. 그녀가 허리춤에서 석궁을 하나 더 꺼내 사격한다. 마찬가지다.
"정말 잘 쏘시네요."
"연습하는 덕입니다."
"하루에 몇시간 정도...?"
"글쎄요. 지금은 9시간째군요."
"9시간이요?"
헤르미온느가 과녁쪽을 쳐다본다. 과연, 사격장 바닥에는 쪼개진 화살들이 수백개는 족히 쌓여있었다.
"이미 보셨을겁니다만, 마법부 같은 곳에서는 당신들의 집단 무의식이 초과학 장비의 사용을 크게 방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무기라면 방해받을일이 없죠. 거기에 이건 전자식이아니라 완벽하게 기계식입니다. 덕분에 탄창이 크진 않지만, 현실 왜곡으로 인한 고장 가능성이 더욱 적습니다."
그녀가 작은 버튼을 눌러 탄창을 분리시키고 허리에 있는 탄창에 석궁을 직접 가져가 재장전한다. 다시 사격이 계속된다. 문득 헤르미온느는 하루종일 훈련에 매진하는 에이다와 반대로 하루종일 공부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만약에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공부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에이다 역시 비슷한 감상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 실책이었습니다. 마법부에 침입할 때 이런 장비들을 가져갔으면 오히려 임무가 더 쉬웠을겁니다."
그녀의 팔에는 붕대가 감겨있었다.
"팔은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운이 좋은 편입니다. 새로 만들어 붙이려고 했지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려서요."
자기 자신의 몸을 부품처럼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왜 이 일을 시작했나요?"
"당신이 동분서주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죠. 다만 그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다른 두 분은 실전 경험이 있습니까?"
미동 없이 에이다가 사격을 계속한다.
"해리와 론 말인가요?"
"네."
"당신들 만큼은 아니지만 험한 일들을 겪어왔어요. 거기에 디멘터들을 물리치려면 반드시 필요할 거에요. 연습하라고 해둘게요."
"그렇군요."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탄창이 석궁 위에 장전된다. 에이다가 또 다시 사격하자 아예 과녁 자체가 꿰뚫려 구멍이 난다.
==
"헤르미온느."
해리와 론이 숙소에서 그녀를 맞아들인다. 그들은 이미 빼앗아온 지팡이를 길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잘 돼?"
"그럭저럭..."
론이 지팡이를 들고 일어선다.
"익스펙토 페트로눔!"
희미한 강아지 모양의 패트로누스가 허공에서 생겨나 잠시 달려가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해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죽음을 먹는 자의 것을 탈취했으니 패트로누스 소환 주문이 제대로 먹힐리가 없었다.
"마법부에 몰래 갔다오지 않는 이상 지팡이는 영영 못찾을 모양이네."
두 사람이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특히 자신의 지팡이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던 해리는 더욱 그랬다.
"넌 어때, 헤르미온느?"
"난 다른 걸 연습해야될 것 같아. 어쨌든 너희들이 나보다 이 마법은 더 잘 하잖아?"
두 사람이 끄덕였다. 사실, 그들은 조금 놀란 상태였다. 헤르미온느가 유일하게 자신 없어 하는 마법이긴 했어도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멘터는 너희가 물리쳐야 할거야. 너희들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이 하는게 쉽지 않겠어? 지팡이도 부족하고."
헤르미온느가 가볍게 농담하며 그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실제로 그들이 마법부에서 어찌저찌 주워온 것은 2개밖에 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
"응?"
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부른다. 그녀는 일부러 아무 문제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마법부에서 탈출할 때 쓴 마법은 뭐야? 네가 대단한 마녀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건 처음봐."
역시. 헤르미온느가 쓰게 웃는다.
"눈은 괜찮고?"
론의 걱정이 이어진다. 헤르미온느가 편안함을 느낀다. 유니온의 사람들과 달리 해리와 론의 걱정은 정말 순수한 걱정이었으니까.
"응. 곧 나을거래. 걱정 마. 그리고 그때 썼던 마법은 특별히 준비한거니까 아마 다시는 못 쓸거야."
그건 반 정도는 진실이고 반 정도는 거짓이었다. 수잔 대령의 경고대로 그런 마법을 함부로 썼다가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잘 적응하고 있어봐. 여기도 호그와트와 그렇게까지 다르지는 않으니까. 그럼 갔다올게."
"어디 가는건데?"
론이 묻는다.
"공부하러."
그녀가 미소짓는다.
==
"자, 준비됐어요."
소피아가 헤르미온느를 의자에 앉히고 그 위에 달린 기계를 켠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메인프레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다이오드와 회로가 번쩍인다. 메인 프레임 곳곳에 달린 손잡이에는 플로랑스가 매달려 최종 조정에 들어간 상태였다. 헤르미온느의 머리 위에서 금속 물체가 내려온다. 우습게도, 그것은 말하는 모자를 닮아 있었다. 소피아가 그것에서 작은 전극이 달린 선을 뽑아내 헤르미온느의 이마에 붙인다.
"이것도."
헤르미온느는 주저하며 안대를 벗고 재빨리 고글을 쓴다.
"자, 그레인저양. 심호흡 하면서 들어요."
어쩐지 겁이 나는 헤르미온느. 말하는 모자를 쓰고 기숙사 배정을 기다릴때보다 훨씬 더했다.
"이 디바이스는 당신을 강제로 각성과 수면 상태로 전환시킬거에요. 각성 상태에서는 정보가 강제로 뇌에 기록될겁니다. 그 이후에는 가속된 수면 상태가 되어 그레인저 양의 뇌가 그 정보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소피아는 말을 계속한다.
"얼마나 배울 수 있는지는 철저하게 당신에게 달려있어요. 하지만 절대로 무리하면 안됩니다."
"무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요?"
"무슨 일이긴요. 뇌가 타거나 터져서 죽는거지."
소피아가 즐겁게 말한다. 헤르미온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가 기계를 켠다.
==
"어..."
헤르미온느가 멍하게 소리낸다. 그녀가 어디에 와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깨끗한 플라스틱으로 된 도서관에 와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한걸음을 내딛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었다.
그녀가 플라스틱 책장으로 다가가 무언가를 빼낸다. 그건 책이 아니었다. 그녀는 잘 몰랐지만, 몇년뒤 이 물건은 태블릿 PC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될 것이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대고 움직이자 그것이 켜진다.
"아-"
그 책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가 튀어나온다. 텍스트, 공식, 도형, 누군가의 강의, 그래프. 그 정보들이 그녀를 덮친다. 마치 수천마리의 새가 그녀를 쪼아먹기 위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정신을 다잡고 그 정보들을 하나씩 나열하기 시작한다. 덤블도어의 책에서 했던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정보의 양 자체가 몇배는 더 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읏..."
그녀가 이마를 부여잡는다. 머리 한쪽이 터질 것 같다. 보통 인간이라면 1년에 걸쳐야 간신히 배울까 말까한 이론과 실전 경험 데이터가 머리에 쑤셔넣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뇌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물풍선 같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갑자기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바닥이 무너진다.
편안함이 그녀를 감싸안는다. 마치 자는 것처럼.
헤르미온느의 무의식이 두뇌를 침범한 지식들을 부드럽게 재배열한다. 그녀의 무의식이 수많은 파편들을 잇고 다시 쓰기 시작해 온전한 그녀의 앎으로 만든다. 그녀가 편안함에 감싸여 즐거워질때쯤, 그녀의 정신이 다시 도서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아픔은 없다.
그 과정이 몇번이나 반복된다.
"아..."
그녀는 즐거웠다. 이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 그녀는 의식을 완전히 잃을때까지 이 도서관을 헤매고, 배우고, 다시 헤매는 것을 반복했다.
==
"목표 도착 3분 전."
수송기 안이 흔들린다. 아즈카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폭풍 때문 일 것이다.
"론, 표정 관리 좀 해."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핀잔을 준다. 날아다니는 차라던가 빗자루는 많이 타본 그였지만 도저히 이 '비행기'라는 것에는 적응할 수가 없었다. 수송기가 덜컹거릴때마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반면 해리는 패트로누스 주문을 조그맣게 외고 있었다. 디멘터를 상대하기 위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자신의 귀에 달린 소박한 디자인의 귀걸이를 확인한다.
"헤르미온느, 귀걸이도 했었어?"
론이 불안함을 떨치려는 듯 시덥잖은 질문을 한다.
"당연하지. 작년 파티때도 했었잖아?"
론이 왜 여기는 파티가 아니라 아즈카반이라고 하려 하지만 입을 다물고는 멀미를 참는다. 어두운 수송기 안을 헤르미온느가 다시 곁눈질한다. 에이다는 마지막 장비 점검에 여념이 없었고 수잔 대령은 편안하게 다리를 꼰 채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수송기가 엄청난 속도로 아즈카반으로 쇄도한다. 호위 드론들이 그 주위를 맴돌지만 당연하게도 디멘터들은 드론에는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수송기가 급 감속하며 삼각형의 거대한 돌 기둥 모양을 하고 있는 아즈카반 위에 착륙한다. 디멘터들은 그제서야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혼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송기의 뒷 문이 열리고 단단히 무장한 지원팀을 포함한 팀 전체가 내린다. 물론, 이들도 에이다와 동조 상태에 있는 클론들이다.
"임페르비우스!"
론이 예전에 헤르미온느가 가르쳐준 방수 주문을 론과 해리에게 건다. 그리핀도르의 반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 효과는 적절했다. 휘몰아치는 빗줄기 속에서도 비는 그들에게 부딪치기만 하고 그들을 적시지는 못한다.
"편리하군요."
에이다가 마지막으로 무장을 점검한다. 그녀는 손등 전체를 감싸는 너클 같은 장비를 끼고 나노 피스톨을 허리춤에 넣는다.
"신경 동조망을 열어라."
그녀를 따라나온 클론들이 축 쳐졌다가, 일사불란하게 그녀의 조종에 따라 수송기에서 무엇인가 꺼내서 설치하기 시작한다.
"저게 뭐죠?"
"아공간 교란망 생성기입니다."
"아.. 뭐요?"
"간단히 말해서 당신들이 디멘터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비실체 존재들을 일정 범위 내에서 몰아내주는 장치입니다."
"머글도 그런걸 할 수 있-"
론이 말꼬리를 흐린다. 이들이 일반적인 머글과는 한참 다르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이들이 행하는 일들에 도통 적응할 수 없는 그였다.
"문제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점입니다. 대략-"
쿵.
그들에게서 좀 떨어진 계단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쿵.
쿵.
계단에서 올라온 것은 거인이었다. 헤르미온느가 알고 있던 일반 거인종보다 2배는 거대한 놈이었다. 계단이 거인의 체중에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덤블도어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거인들은 이미 볼드모트에게 합류했던 것이다. 이 거인은 아마 볼드모트가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보낸 그의 군대 중 일부 일 것이다. 시궁창 같은 곳에 처박혀 있는 것이 불만인지 거인은 매우 험상궂은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울부짖었다. 바닥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놈이 달려온다.
"사격!"
수잔 대령의 명령에 중무장 한 지원팀이 플라즈마 캐논을 난사한다. 그러나 캐논은 그놈의 피부와 몽둥이를 태워버릴 뿐 저지하지는 못했다. 지원 팀이 정확한 조준으로 녀석의 눈을 맞추자 기괴한 비명이 울려퍼진다.
"우오오!"
그 소리를 듣고 거인이 둘이나 더 옥상으로 올라온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을 맞은 거인이 분노했는지 플라즈마 캐논과 펄스 파동을 뚫고 돌진해와 지원 팀 중 한명을 바다로 던져버리고, 다른 한 명을 들어올려 입으로 깨물어 먹어버린다.
"펑!"
바닥에 떨어진 플라즈마 캐논이 과부화를 일으키며 폭발하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호라. 에너지 병기가 안 통하는 놈이라 그말이지?"
수잔 대령이 재밌다는 듯 중얼거리며 거인에게 다가간다.
"수잔 대령님!"
헤르미온느가 비명지르듯 외치며 그녀를 말리려 하지만 이미 그녀는 거인 앞에 서있었다. 뛰쳐나가려는 헤르미온느를 론과 해리가 붙잡는다. 거인이 포효하자 부서진 돌조각들이 바닥을 울린다.
"궤도 물질류Orbital Matter Stream 오버라이드 코드 L-44-IS-2."
그녀가 거인에게 전혀 겁먹지 않은듯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동시에 그녀의 손과 발에 마치 은색 실 같은 것이 감기기 시작한다. 마치 은색 고치가 그녀를 감싸는 듯 했다.
"재밌겠구만."
"우오오!'
거인이 반쯤 타버린 몽둥이를 그녀에게 내려친다. 그러나 거기에는 납작하게 부서진 수잔 대령의 시체 대신, 거인의 반은 되는 거대한 형상이 서있었다. 중세 기사 갑옷을 연상케하는 형상. 금속재질의 두꺼운 어깨 갑옷과 인공 근육이 번쩍이는 상체. 거인의 몽둥이를 받아내고도 멀쩡한, 프라이멀 에너지 실린더가 박동하는 4개의 팔. 그리고 단단히 충격에 버티고 서있는 두 다리. 수잔 대령이 중립화 전문부Neutralization Specialist Corps에 근무했을 때 쓰던 AN-2 라이노 파워드 수트였다.
거인은 자신의 앞에 무엇이 나타났는지 제대로 인지 하지 못했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수트가 순식간에 놈의 몽둥이를 빼앗아 던져버리고 거인의 두 팔을 잡는다.
"우오오!"
거인이 분노하며 수트의 양 팔을 흔들려 한다.
"푸욱-"
거인의 손목을 수트의 손바닥에서 뻗어나온 나노 블레이드가 꿰뚫어버린다.
"흐음. 근접전으로만 처치할 수 있는 터프가이라 그거지."
수잔 대령이 수트 안에서 중얼거리며 신경 동조망을 이용해 수트에게 명령을 내린다. 수트가 뛰어올라 놈의 머리 위로 올라간다. 거인이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수트는 그것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잘 가시라고."
나노 블레이드가 놈의 두개골을 위에서부터 세번 관통한다. 흔들리는 거인의 몸. 수트가 점프해 내려오며 머리를 차버리자 그것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더니 난간을 넘어 바다로 빠진다.
"자 와ㄹ-"
순간, 수잔 대령의 머리를 멈출 수 없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그녀의 주위를 어느새 디멘터들이 떠돌고 있었다.
딥 움브라에서 겪었던 수없는 절망의 순간이 스쳐지나간다. 계속되는 승리 가운데서도 끝없이 경험했던 패배와 실패. 차원을 찢고 나오는 괴물 사이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과 동료들. 전 함대의 일제사격을 맞고도 멀쩡한 기이한 존재들. 광기에 미쳐 서로를 살해했던 선원들. 끝까지 저항하는 동료들을 구출하려 해보지만 무력했던 젊은 날의 자신.
그녀의 수트가 무릎을 꿇는다. 두 거인이 그것을 박살내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한달 동안 광활한 진공 속에서 냉각기에 맺힌 이슬만 먹고 버텨야 했던 모습. 버티지 못하고 먼저 스러져간 동료들. 그 가운데서 살아남은 자신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죄책감 뿐이었다. 수많은 평행세계를 짓밟고 이차원 존재들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했다. 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자신을 합리화 시켜야했다. 자신은, 현실의 수호자 보이드 엔지니어의 일원이다. 나는, 나는...
수트의 팔이 축 쳐진다.
동료의 얼굴을 한 괴물이 자신을 덮쳐온다. 끝내 그녀는 그 괴물을 죽이지 못했다. 구출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울고 있었던 자신. 절망감. 무력함. 왜 그들은, 대체 왜-
그 순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울려퍼진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동시에 해리와 론의 지팡이에서 숫사슴과 러셀 테리어가 뛰쳐나온다. 두 형체가 뿜는 시퍼런 빛에 디멘터들이 기겁하며 물러난다. 공중을 떠도는 수백의 디멘터들을 물리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들 주위를 맴도는 수십 정도는 충분히 쫓아내고도 남았다. 해리의 숫사슴은 연신 뛰어다니며 사방의 디멘터들에게 겁을 주었고, 론의 러셀 테리어는 수트 주위에 머물며 디멘터들을 쫓아냈다. 디멘터들이 내뿜는 한기가 따스함에 자리를 내준다.
"수잔 대령님!"
헤르미온느의 외침에 그녀가 정신을 차린다.
"쿵!"
양쪽에서 내려쳐지는 몽둥이. 한쪽은 팔로 받아내고, 다른 쪽은 어깨의 마이크로 미사일 런쳐로 날려버린다. 몽둥이를 받아내는 팔의 프리미움 실린더가 녹빛의 증기를 뿜어낸다.
"고맙네, 위즐리 군, 포터 군. 빚을 졌네."
수잔 대령이 외부 스피커로 호쾌하게 말하며 거인들의 머리를 가볍게 잘라낸다. 피가 바닥에 잔뜩 흩뿌려지지만 강풍과 비가 그것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그녀의 수트에서 탐침 같은 것이 튀어나와 아즈카반의 옥상에 박힌다.
"우웅-"
미세한 진동이 아즈카반 전체를 울린다. 진동으로 건물 전체의 모습을 3차원으로 파악하는 진동 파형 분석기였다.
"감옥으로 내려가는 길은 저쪽이군. 이곳으로 올라오는 놈들은 우리가 막겠네. 교란망은?"
"준비 완료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공중으로 옅은 장이 퍼져나간다. 디멘터들이 비명지르며 황급히 물러선다. 수송기가 착륙한 지점부터 대략 100m 내로는 얼씬도 못하고 있었다.
"에이다 요원, 세 분을 데리고 어서 다녀오게."
"가시죠."
에이다, 세 사람, 그리고 다수의 지원팀들이 다른 쪽 계단을 통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수잔 대령의 수트가 다른 쪽 계단으로 돌아선다. 아니나다를까 둘이나 되는 거인이 더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가 유쾌하게 중얼거렸다.
"내 참. 휴가라도 내라고."
==
"익스펙토 패트로눔!"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의 패트로누스 주문이 조금씩 약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보호장의 범위에서 벗어날 정도로 깊숙히 내려온 것인지 디멘터들이 연신 덤벼들었다. 해리와 론은 디멘터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교대로 최대한 힘을 아끼며 주문을 사용하고 있었다. 방어가 그들 몫이라면 공격은 나머지가 한다.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과 사악한 마법 생물들이 덤벼들었다. 에이다와 지원팀이 연신 고화력의 병기들을 난사하며 그들의 발을 묶었다.
"여기다!"
론이 외친다. 그가 발견한 것은 지니였다. 역시 가족이었기에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일까. 네빌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지니와 루나는 기력이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니는 눈물도 말라버린 것인지 메마른 울음과 함께 론에게 안겼다.
"괜찮아 지니. 우리가 왔어. 이제 데리고 나가줄게."
"론...?"
에이다가 신경 동조망으로 클론들을 지휘하며 그들에게 재촉한다.
"어서 가시죠."
지원 팀이 세 사람을 업는다. 그들은 세 사람을 보호하며 서서히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점점 저항이 심해지고 있었다.
"큿!"
헤르미온느가 간신히 파편을 피한다. 통로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날아들어온다. 아즈카반 전체의 병력이 그들에게 덤벼드는 것 같았다.
"스투-"
"안돼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를 제지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보호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해리와 론은 최대한 마법 사용을 자제해야했다.
"파팟!"
에이다가 비산탄을 사격하자 한놈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기절한다.
"리덕토!"
멀찍히 착지한 죽음을 먹는 자가 진압 주문으로 천장을 가격한다. 돌덩이들이 헤르미온느 위를 덮친다.
"피하십시오!"
에이다가 그녀를 낚아챈다. 대신 그녀의 한쪽 다리가 돌덩이에 깔리고 말았다. 그녀가 클론들을 동원해 돌덩이를 들어내려 하지만, 그 전에 또 다른 주문을 맞아버린다. 그녀가 의식을 잃자 모든 클론들이 축 늘어진다. 업혀있던 세 사람도 자연스레 바닥으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역시, 그 년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구만?"
죽음을 먹는 자가 음산하게 말하며 다가온다.
"너희들, 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네놈은 해리 포터가 아니냐!"
해리가 그에게 지팡이를 겨눈다. 그렇지만 죽음을 먹는 자가 둘이나 더 합류해, 넷이 되었다. 누가 봐도 불리했다.
"와하하! 네놈을 잡아가기만 하면 아즈카반을 습격당한 것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겠지. 어둠의 주인님께 네놈을 헌상하겠다!"
그러나 그들 사이를 누군가 가로막는다. 헤르미온느였다.
"뭐냐, 넌."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녀를 비웃는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난사하느라 잔뜩 지친 소년 둘. 지팡이도 없는 소녀 하나, 그리고 기절해 있는 열댓명 정도의 사람들.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 넷. 질래도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비켜라. 아니면 죽고 싶으냐?"
그러나 그 자는 헤르미온느의 귀걸이가 빛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것은 아직 두뇌에 직접 인터페이스가 삽입되지 않은 요원들이 쓰는 외장형 신경 동조망 인터페이스였다. 그녀에게 두통이 찾아온다.
인간은 원래 많아봐야 둘 정도의 육체밖에 컨트롤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배운 마법 중에는 '분신 마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분신을 만들수는 있지만 그것을 컨트롤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언의 기술은 달랐다. 대략 반세기전, 편집증적으로 부하를 통제하는 것에 집착한 일련의 신경과학자들이 클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신경 동조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녀가 수면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다. 마법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지팡이를 휘두르고 주문을 외는 과정이 신경망과 동조하고, 자신의 의식을 완전히 개방하는 과정으로 바뀌었을 뿐. 헤르미온느의 의식이 축 늘어져있는 클론들에게 확장된다. 곧 그들의 손과 발이, 그들의 시각과 청각이, 그들의 몸에 느껴지는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그냥 느낌만 받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몸이 처음부터 10개로 늘어난 것 같은 느낌. 클론들이 기운을 찾는다. 동시에 헤르미온느의 손에서 무언가 떨어진다. 저위력 섬광탄이다.
"파앗-"
헤르미온느 본인의 시각이 완전히 마비된다. 그렇지만 헤르미온느의 예상대로 태생부터 전투 병기로 키워진 클론들은 멀쩡했다. 그녀가 그들의 몸을 빌려 죽음을 먹는 자들을 덮친다. 그녀 본인이 화기들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몰랐기에 되는대로 그들을 때려눕히는 것밖에 하지 못했지만, 섬광탄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죽음을 먹는 자들을 제압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들 한놈씩 난간 밖으로 던져지거나 벽에 부딪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놈들은 주문을 난사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서야 제멋대로였다. 이내 헤르미온느는 그들을 모두 제압했다.
"으..."
두통이 두배로 더 심해진다. 하나의 몸이 아니라 여럿의 몸을 동시에 조종한다는 것이 전혀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쿠.. 쿨럭.."
그녀가 놓쳤던 죽음을 먹는 자가 그녀에게 지팡이를 겨눈다.
"아바다 카다브라!"
초록색의 섬광이 번쩍 빛나지만 헤르미온느는 반사적으로 클론으로 자신의 몸을 가려 피해냈다. 아바다 카다브라에 적중당한 클론의 몸이 힘 없이 쓰러진다. 그 광경을 보고 죽음을 먹는 자가 또 다시 주문을 쓰려하지만 클론 들이 그를 때려눕힌다.
"헤르미온느! 괜찮아?"
"나, 난 괜찮아.."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군체의 '두뇌'를 살리기 위해 수족을 하나 희생한 것이다. 며칠전에 클론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항의했던 자신의 말이 떠올랐다.
"눈이 안보여!"
"그건 내가 알아서 해줄테니까 내가 말하면 패트로누스 마법을 쓰도록 해. 알았어?"
그녀가 평정을 찾더니 놀라울정도로 침착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클론들의 시각을 이용하면 충분했다. 동시에 클론들이 그들을 한 사람씩 들어올린다. 남은 자들은 무기를 들었다. 헤르미온느가 쓰는 방법은 잘 모를지라도 일단 방아쇠를 당기면 되는 것은 알았기에 도움은 될 것이다.
"으, 으앗."
그녀가 달린다. 아니, 에이다를 포함해 일곱사람들을 들쳐맨 클론들과 헤르미온느라는 하나의 의식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가오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쏴버리고, 디멘터들이 다가올 때마다 해리와 론에게 지시해 패트로누스로 몰아냈다. 어느새 보호장 안으로 들어온 것인지 디멘터들이 사라진다. 그들은 어떻겐가 옥상으로 돌아오는것에 성공했다. 이제야 시각이 돌아오기 시작한 그들을 클론들이 내려놓는다.
옥상은 아까보다 난장판이었다. 거인 여럿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고, 수잔 대령의 수트는 건재했다. 그들이 다가가자 수잔 대령이 놀란다.
"잠깐, 에이다 요원은?"
"절 보호하려다가 기절했어요."
"요원 답지 않구만. 잠깐, 이 클론들은 전부 비자율형 타입일텐데?"
"...제가 조종 하고 있어요."
"호오."
헤르미온느의 마지못한 대답에 수잔 대령이 끄덕인다.
"가세. 놈들이 더 올라오고 있는 것 같군."
그 말과 동시에 수잔 대령의 수트가 나타난 것과 똑같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은색으로 빛나다가 서서히 양자의 실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그녀가 거인들이 올라오는 계단을 힐끗 쳐다본다. 교란장 생성기까지 챙기고서야 수송기가 곧장 수직 이륙에 돌입한다. 디멘터들이 교란장이 없어진 것을 눈치채고 덤벼들지만 수송기는 그들이 덮쳐오기도 전에 허공을 가르고 사라져 버린다.
==
이번 편은 선택지 없음... 한국 시간으로 저녁때쯤 선택지 있는거 하나 써서 올릴 예정. 아마도? ㅠㅠ 졸려
아직 헤르미온느가 쓸 수 있는 계몽 과학이라고는 저거랑 나노 피스톨 다루는게 전부.
그리고 아즈카반을 제외하면 패러독스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싸우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하드 수트 같은거는 이제 등장 안..할듯? 아마도?
분량ㄷㄷ
해리포터 원작에 거인이 화기 공격에 면역이었나?
거인이나 트롤이나 주문에 저항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물리공격에 면역이라는 설정은 못봤던 것 같은데. 플라즈마 캐논과 주문을 동치로 보기엔 트루 매직과 소서리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개념이고
내 기억에 같은 거인 주먹질이랑 집요정 식칼에도 잘만 나가떨어지던 게 거인임
2배로 커지고 마법으로 강화된 거인이라고 하지 머
+저런 설정이 없으면 파워드 수트로 대가리 자르는 액션 못함 데뎃
그러니까 소영이 설정이다 이말이로군. 근데 작전 수행하는 동안 호위 드론들은 뭐하고 있었음? 디멘터랑 도그파이팅?
분량 덜덜해~
인간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은 어떻게 다를까?
굳굳
헤헤 재밌다
역시 디멘터는 사기적인 생물이야
재밌다 요즘 읽는 책이 너무 노잼이라 더 재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