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갤로 떠나기 전에 글 싸지르고 감. 쓰고나서 보니 온건하게 써서 지워질 것 같진 않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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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네이버 카페의 성희롱 징계 및 에픽플레이 사태를 보면서, TRPG 커뮤니티에서 성희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기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슈가 얽혀 있으니 하나씩 나눠보겠음.

 

 

네이버 카페의 징계 공고와 정보 공개의 문제.

 

징계 공고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은 것은운영진이 상세한 정황을 알리지 않은 측면도 있다이 부분이 보완됐다면 사람들이 "성급한 징계"라고 오해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1) 성희롱 발언이 일어난 플레이 모임의 성격

원래 공지에서도 '플레이 중 성적 모멸감을 유발하는 발언'이 있었다는 것은 밝히고 있으나이 모임의 성격에 대해 의문과 문제제기가 있었음이후 운영진은 "카페 주관 행사는 아니었지만카페를 통한 일반적인 모임(TRPG 단편세션팀 등중 일어난 일"이라 회칙 20조에 따른 징계사안이라고 밝힘.

 

첫 공지에서 네이버 카페를 통해 구인한 팀 모임이었으며 그에 따라 현행 회칙 20조가 적용되었다는 점을 보다 상세히 기술했어야 함오프라인 모임의 일에 카페 운영진이 개입하는 게 맞냐는 문제로 불필요한 논쟁이 생겨났고이 때문에 카페의 징계를 부당하게 보는 시각이 생겨났음.


카페 내의 온라인 활동 외에 오프라인 모임 상의 성희롱도 카페 운영진이 징계할 수 있는가?: 이 자체는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임카페 내에서 구인된 모임이니 회원간의 문제가 생겼다면카페가 관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임그러나 이전에 오프라인 모임에서 일어난 성희롱으로 처벌한 전례가 없었고 회원들이 이 회칙 조항을 잘 알지 못했으니회칙의 적용에 대해 부연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회칙 20 1항의 취지는 어떤 것이고그에 따라 온라인/오프라인에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라는 식으로.


한편네이버 카페의 개정 회칙을 충분히 공지하지 못한 점도 혼란을 키웠다고 본다해당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회원들이 많았으니... 더불어 이제까지는 회칙 개정과정에 있어 회원들의 의견 수렴승인 절차가 없다는 점도 카페가 '우덜식 운영'을 한다는 빌미를 줬다고 생각함그러나 이건 현 운영진의 문제가 아니라 역대 카페 운영진이 쭉 가져온 문제임.

 

 

2)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한 당사자의 사실 인정 여부.

: "논란이 된 해당 사항은 피해자 및 가해자 등의 당사자들에게는 이미 충분한 사실 고지가 되었으며 받아들여졌습니다."라고 운영진이 밝히며에픽플레이는 데꿀멍.


다시 보자면첫 공지에서 이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사실 확인도 없이 징계를 내렸다는 오해를 일으킨 셈이다기존 징계사안의 경우문제가 된 게시글덧글채팅 등을 징계 사유(증거)로 명시한 반면이번 공지에선 해당 부분이 누락돼 "증거도 없는데 사람을 처벌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렀음당사자들과 사실 여부 확인이 있었다는 점을 명시했다면 이 오해는 피할 수 있었다.


한편 피해자와 가해자의 말이 엇갈리는 경우라면그 자리에 있던 다른 참가자에게 물어 사실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TRPG 모임 특성상 다수의 증인이 있으므로 조사를 한다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쪽이 왜곡이나 입막음을 시도하지 않는 한). 그렇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1) 피해자가 없던 발언을 지어내서 신고하는 경우 vs. 2) 가해자가 해당 발언을 했지만 이후 부인하는 경우 중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까이번 논쟁에 있어선 많은 이들이 1) 무고의 가능성을 더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있지도 않은 발언을 지어내서 무고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곧바로 들통날 테니


카페 운영진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징계를 내릴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은카페 운영진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높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이 부분은 운영진의 의사결정과정을 될 수 있는 한 좀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징계 대상자의 공개 여부

 

- 이제까지 네이버 카페의 징계 공고는 모두 징계 대상자를 밝혀왔고이번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됨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 하지만 ‘성희롱’이란 사안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징계 대상자를 공개하는 것이 일종의 ‘명예형’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음. 특히 2014년 성희롱 관련 징계의 경우,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처리된 전례가 있다. 성희롱 관련 징계 대상자의 신원을 공개/비공개할 지에 대한 기본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지하는 것도 좋겠음. 예를 들어 성희롱의 경우, 징계 내역 및 대상 공개 여부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도 바람직함.


- 징계 사유가 된 언행과 징계 내용만을 공고해도커뮤니티 내에서 성희롱 문제를 주의시키고 재발을 막는 것은 가능할 것임특히 피해자 및 가해자를 특정하지 않는다면문제가 된 언행을 좀더 상세히 밝혀서 비슷한 사례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봄. (인물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처벌/경고가해자가 공개됨에 따라 피해자 역시 특정될 위험도 감안할 수 있음성희롱 관련 징계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에 대해 이에 입각한 가이드라인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편임.

 

 

* 결론:


성희롱 관련 사안은 관련 정보가 상세하게 노출될수록피해자 및 가해자가 특정되고 2차 피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음이 때문에 운영진이 징계 공지 글에서 관련정보 공개를 되도록 피한 것으로 보이나이것이 운영진의 대응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킨 면도 있다관련 당사자를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고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침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또한 회원들도 억측과 의구심을 키우기보다의문점들을 공식 창구로 문의하고 이를 해소해나가는 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p.s. 쓰다보니 지쳐서 에픽플레이에 대한 분석비판은 생략하겠음내 의견만 간단히 밝히자면에픽플레이도 사람들의 의구심과 불신에 편승하는 음모론 식의 방송이지 않았나 싶다스스로를 언론이라고 자각했다면방송 전에 사실관계를 카페에 문의하면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