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말이다.
지금도 초보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완전 생 초짜 마스터였던 나는 여기에 대해서 달리 당장 할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총 가져서 뭐 하려고? 다 죽이려고? 그러면 나는 총따위는 우습게 아는 초-거대 금속제 골램을 적으로 내놓으면 되나?
머릿속에서는 온갖 쌍소리가 다 나왔지만 참기로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거르는 능력은 모자란 마스터답게 웃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그 말을 잊지는 않았었다. 천성이 옹졸한 인간이기에 그랬던 것은 아니고(총 타령을 한 PL에게 빡빡하게 굴었던 감이 없지는 않지만)
총이라니 생각도 안 했었는데 한번쯤 내놓을 만한 도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뭐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약 2개월 뒤의 일이다. 플레이어들은 배를 타고 마약을 밀수하여 한탕 치려다가 배가 좌초되고 정신을 차리자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상케 하는 남국의 섬에 도착했다는 외전격 세션으로 먼 타국에서 온 병사들하고 마주칠 일이 있었는데, 적들은 화려한 제복을 입고 얇은 칼을
사용했다. 허리에는 호리병같은 물건을 차고 처음 보는 기다란 쇠막대기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타는 소리가 나고, 이내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며
자욱한 연기 사이로 뭔가 발사된다고 묘사를 했는데 물론 이건 총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이걸 마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짱 쌘 마법...
적병들은 개나소나 이 막대기를 들고 있었기에 나보고 마법사가 왜 이렇게 많냐고 우리 전부 죽일 생각이냐고 징징거렸지만....
아무튼 최대한 묘사를 살리기 위해서 이 쇠막대를 든 이들에게 접근전을 시도하자 적병은 쇠막대기를 이리저리 만지는걸 그만두고 휘둘렀고
그 과정에서 검은 가루가 날렸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플레이어들은 끝까지 이 막대기가 마법봉에 총병들은 마법사라고 생각하더라
세션 맨 마지막에 섬을 탈출하는 배를 타고 가던 PC들이 이 쇠막대에 대해 뒤늦은 궁금함을 표했고, 하나 챙겨온 쇠막대를 살펴보기 시작하자
쇠막대기에는 구멍이 두개 뚫려있다고 했고, 일행이 헉 하는 소리를 내며 호리병을 뒤집자 검은 가루가 휘날리며 그제서야 총인걸 알아챘다
하지만 이를 어째, 이미 검은 가루는 전부 바다로 사라진 것을.
플레이어 특징 : 떠먹여줘도 못 받아먹음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