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온느가 결심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재빠르게 황금 상자에서 반지를 꺼낸다.


"그레인저 양!"


덤블도어가 그녀의 눈빛을 읽고 제지하려하지만 헤르미온느가 재빠르게 반지를 낀다.


"아아악!"


그것을 끼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헤르미온느를 덮쳤다. 손 끝이 강제로 깨부숴지는 느낌. 반지를 낀 손가락에서부터 생명력을 빼앗겨 서서히 살점이 썩어가고 뼈가 부스러진다. 볼드모트가 누군가가 이 반지를 훔칠 것을 대비해 어둠의 저주를 걸어놓았던 것이리라.


덤블도어가 그녀의 팔을 살핀다. 반지를 낀 손가락은 이미 생명을 완전히 잃고 저주를 퍼트리는 매개로 변해버렸다. 새까맣게 불탄 것 같은 피부 밑에서는 썩어가는 힘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헤르미온느를 부축해 빠르게 저택 밖으로 나선다. 이 저주를 어떻게든 해제하기 위해서는 그가 아는 제일 숙련된 연금술사, 스네이프에게 가야했다.


"으...아...아아..."


그녀가 계속되는 고통에 신음한다. 한발자국 옮기는 것도 힘겨운지 거의 덤블도어가 그녀를 업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저항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저주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후회 같은 것을 할 정신은 남아있지 않았다. 간신히 덤블도어를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이 간신히 저택을 빠져나온다. 그러나 저택의 앞에는 그가 예상하지 못한 무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


덤블도어가 한손으로 헤르미온느를 받치고 지팡이를 불청객들에게 향한다. 수트를 입은 여성이 그것에 즉각 반응하여 권총을 겨눈다. 에이다였다. 그녀의 위에서 유니언의 무소음 초음속 수송기가 호버링 중이었다.


"...이성의 결사로구만."


"그 이름은 바뀐지 좀 되었습니다."


여성이 바로 대답한다. 수송기에 달린 무장이 덤블도어를 향한다. 수송기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뛰어내린 강화형 클론들이 속속들이 에이다에게 합류해 덤블도어를 겨눈다. 그들 뿐만 아니라 사방에 자율형 드론과 히트마크, 그리고 폭탄꼬리 스쿠르트를 닮은 프레데터 크리쳐가 깔려있었다.


"이런이런. 군대를 데려오셨구만."


잠시 그들 사이에 긴장감이 깔린 침묵이 흐른다. 드론들의 작동음과 헤르미온느의 신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하악.. 하앗..."


그녀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는지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저주가 그녀의 팔을 침식하여 손목 위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해보겠나?"


덤블도어가 조용히 묻는다.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에게 여기서 덤벼봤자 전멸할 뿐이겠죠. 당신이 우리를 공격하면 그레인저 양도 다칠겁니다. 그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데려온 것뿐."


"에이다, 나 일 좀 하게 해줘요."


에이다의 뒤에서 소피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이런 곳에서도 가운을 입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전원 Stand Down."


에이다의 말과 함께 모든 병력이 총을 내린다. 소피아가 허겁지겁 뛰어온다. 그녀의 뒤에서 의료용 드론이 따라오고 있었다.


"실례지만, 그레인저 양의 팔을 좀 보겠습니다."


그녀는 그들 입장에서 덤블도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허락도 받지 않고 헤르미온느의 팔을 살핀다.


"지효성 키메라 바이러스라... 나노 컨테미네이터 준비. DNA 리프로그래머는 빼. 반응을 촉진시킬 뿐이야."


드론들이 즉시 팔 모양의 플라스틱 케이스 같은 것을 꺼내 헤르미온느의 팔에 씌운다. 이미 그녀의 어깨까지 저주가 타고 올라와 있었다. 팔꿈치 밑으로 반은 완전히 말라버리고, 나머지 반은 피부와 살점이 갈라져 흉측한 모습으로 상처가 나 있었다. 즉시 그곳에 생체반응을 최대한 낮추는 물질과 함께 생명 활동을 완전히 정지 시키는 나노 머신이 잔뜩 섞인 젤이 주입된다. 그녀의 팔이 푸른 색의 젤로 덮히자, 소피아가 그녀의 어깨에 무엇인가를 주사한다. 동시에 그녀의 팔을 타고 오르던 저주가 멈춘다.


"그게 어둠의 저주를 자네들이 부르는 이름인가?"


덤블도어가 소피아에게 묻자, 그녀가 치료에 열중하며 대답한다.


"그렇죠. 뭐라고 부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미안하지만, 당신들쪽 상황을 고려해 봤을때 당신이 치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지금 이 조치도 임시적이에요. 길어봐야 20분밖에 못 버틸겁니다."


덤블도어가 잠시 생각한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 저주를 늦추기 위해서는 스네이프에게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그와트가 죽음을 먹는 자에게 장악된 상태에서는 그게 가능할지조차 의문이었다. 덤블도어 본인이 저주에 걸렸다면 훨씬 길게 버틸 수 있겠지만, 헤르미온느라면 그 전에 온 몸에 저주가 퍼져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자네들은 할 수 있나?"


"못해요. 하지만 그레인저 양을 살릴수는 있죠."


그 말에 덤블도어가 헤르미온느를 놔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덤블도어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헤르미온느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생존은 필수적이었다. 소피아가 드론들을 조종해 그녀를 들것에 실어서 재빨리 수송기로 향한다. 그들은 올때처럼 소리 없이 떠났다.


"내가 그레인저 양을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했구만..."


덤블도어가 쓰디쓰게 중얼거린다.


"말해보게, 우리를 어떻게 추적했나? 추적할 수 없도록 특별히 신경 쓴 순간 이동인데."


"공간 이상 현상은 저희도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그레인저 양을 추적한거죠."


"...그레인저 양이 쓰고 있던 안대로구만."


에이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전원 철수 준비.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허허. 자네들은 우리 같은 부류를 보면 무조건 죽이는게 원칙 아니었나?"


"아뇨.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당신 같은 분을 상대하려면 이 다섯배는 끌고와야할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에이다의 침착한 목소리. 덤블도어 역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것을 그녀에게 가져다 주게나."


덤블도어가 그녀에게 다가가 낡은 책을 한권 건낸다. 그 위에는 음유시인 비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에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덤블도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서서 순간 이동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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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미온느는 고통 속에서도 후회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덤블도어의 말 대로였다. 그녀의 적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었다. 자만의 댓가다.


"아말감에 즉시... 준비... 아니, 그건 안..."


소피아의 목소리가 멀리서 메아리치는 듯했다. 무언가에 의해 실려 검은 공간으로 옮겨졌다. 곧 붕 뜨는 느낌이 든다.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길어야... 아니, 둘 다 사용해야... 절... 융..."


소피아가 뭐라고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시금 올라오는 고통에 헤르미온느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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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깨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헤르미온느가 확 몸을 제끼며 일어난다. 약품 냄새. 새하얀 천장. 침대. 심전도를 알리는 규칙적인 비프음. 그녀의 팔에 연결된 5개는 되는 링거까지. 그러나 일반적인 병원은 아니었다. 헤르미온느가 자신이 L-44 아말감으로 다시 돌아와있음을 직감한다. 다리가 느릿느릿하게 반응한다.


"가만히 있어요. 환자니까."


헤르미온느가 점차 또렷해지는 시야 속에서 익숙한 형상을 알아본다. 소피아다.


"어떻게 된거죠? 반지를 끼고..."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엄청난 고통속에 간신히 어떻겐가 이송되어왔지만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제 팔은-"


의외로 팔의 감각은 멀쩡했다. 그러나 그녀가 팔을 들어올리자, 비명지를 수 밖에 없었다.


손가락은 단단한 갑각에 덮혀있었다. 팔꿈치 밑으로는 피부 밑의 신경계와 4개나 되는 위팔뼈가 그대로 반투명한 피부를 통해 비쳤다. 그 중 이상하게도 날카로워 보이는, 원래는 존재하지 않을 두개의 팔뼈. 그 위로는 어깨서부터 팔꿈치까지 피부를 벗겨낸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어깨에서 뻗어나온 접합부가 그녀의 몸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어깨에는 L-44-55라는 글씨가 박혀있었고, 팔 전체에 때때로 은빛이 나는 혈관 같은 것이 빛났다.


"어머, 그렇게 기뻐요? 그럴줄 알았어. 원오프 타입으로 엄~청 비싸게 만든거거든."


소피아가 노래하듯 말하며 그녀의 팔을 점검한다.


"어떻게 된거에요!"


"어떻게 하긴. 잘라내고 새로 붙였죠. 플로랑스 박사님이랑 싸워서 간신히 기계팔을 붙이는 건 막았다니까요?"


그녀가 천장에 매달린 의수 하나를 가리킨다. 그것은 미적인 의미에서 지금 헤르미온느가 달고 있는 팔보다 훨씬 끔찍했다. 망연자실해 있는 헤르미온느를 두고 소피아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키메라 바이... 음, 그러니까 그레인저 양이 아는 대로 이야기 하면 저...주가 팔을 타고 올라와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절단하지 않았으면 죽었을거에요. 확실히."


소피아가 '확실히' 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한다.


"..."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감싼다. 그녀의 새로운 팔은 야속하게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것이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한쪽은 따뜻한 살점이, 다른 쪽은 단단한 생체 의수의 감각이 전해져왔다. 에이다가 팔을 다친 이후 잘라내고 새로 붙이려 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설마 자신이 그렇게 될지는 몰랐다.


"원래 팔은요?"


"썩어서 없어졌어요."


소피아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헤르미온느가 더욱 깊게 반성이 섞인 한숨을 쉰다. 


"반지는요?"


"그건 격리실에 따로 보관해 놨어요. 그레인저 양이 안정되고 나면 퀸란이 그 처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데요."


"윌로우씨는..."


호그와트에서 교칙을 위반해 교수들에게 잡힌 느낌이었다. 분명히 허락을 내주었는데도 마음대로 도망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뇨,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좀 기뻐하던데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진행시키는 좋은 협력자라고."


헤르미온느가 털썩, 하고 다시 눕는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새로운 팔을 들어올린다.


"말도 안돼..."


"안 되긴요.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레인저 양의 몸은 의수에 빠르게 적응했어요. 아마 지금은 오리지날보다 더 오리지날 같을거에요."


소피아는 정말로 즐거워보였다. 헤르미온느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누워있었다.


"아, 맞다. 이거 받아요."


소피아가 낡은 책을 건넨다.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하루 정도는 더 회복해야 할 테니까, 심심하면 읽어요. 그레인저 양과 같이 있던 분이 전해달라 하시더라고요."


소피아가 차트를 체크하며 병실 너머로 사라진다. 헤르미온느가 서서히 몸을 일으켜 책을 펴고는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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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압도적으로 1번이 나와서.. 일단 써보았다. 스네이프 처럼 진행을 막았다, 라고 쓰기에는 심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