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싱크도 잘 맞고..."
옆에서 중얼거리며 그녀의 의수를 체크하는 소피아. 헤르미온느는 가만히 앉아서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팔을 마음대로 교체한 것만 제외하면 소피아의 의사이자 생체공학자로서의 실력은 최고수준이다. 그녀의 팔을 체크하는 소피아의 모습을 보자, 헤르미온느는 무언가 생각나서 픽 웃었다.
"어머, 오랜만에 웃네?"
"생각나는게 있어서요."
그녀가 떠올린 것은 몇년 전에 해리의 팔이 부러졌을 때였다. 해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가 뼈를 없애버렸던 일이 생각났던 것이다. 마치 오징어처럼 휘던 해리의 팔은 당시에는 징그러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상황은 달랐지만 어딘가 비슷한 당시의 해리에 자신을 대입하며 그 일을 떠올리는 헤르미온느.
"뭔지 나한테도 말해봐요."
소피아의 요청에 헤르미온느가 그 사건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소피아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린다. 그녀의 웃음에 헤르미온느도 따라 웃었다.
"나도 옛날에 한번 그런적이 있어서요."
"네?"
"나는 다리쪽이었는데, 일주일 내내 오징어처럼 기어다니더라니까요."
헤르미온느가 문득 오징어 같은 다리로 호그와트 교정을 쏘다니는 해리와 론을 상상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들은 별 것도 아닌 상황에 한참이나 웃었다. 그들이 진정되고 나서야 소피아가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한다.
"어쨌든, 그레인저 양의 의수 적응은 놀라울 정도에요."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꼭 이렇게 화려한 걸 달아주셨어야 했나요?"
헤르미온느가 묻는다. 원래의 팔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노력하는 그녀. 이 정도는 지금까지 겪은 일들이나 볼드모트의 폭정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생명을 잃을수도 있었던 위기가 아니었던가? 결과는 징그러울지라도 일단은 참아야했다. 실제로 어제부터 그녀는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건 원 오프 타입으로 특별히 만들어서 따로 생체 소체를 DNA에 적응시킬 필요가 없어요. 비상용이라고 할까. 그레인저 양의 팔만 다시 배양해서 달아드릴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고, 그걸 원하는 건 아닐거잖아요?"
팔을 만들어서 다시 단다는 기괴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소피아.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말에 조금 주저하며 끄덕인다. 머릿속에 팔을 다시 절단하고 새로운 팔을 이식하는 징그러운 상상이 스쳐지나간다.
"거기에 이렇게 거부반응Rejection도 없는 걸 보니 이 팔도 그레인저 양을 좋아하는 것 같고."
"거부반응이요?"
"이 팔도 엄연한 생명체에요. 뭐, 지능 같은 건 없지만 최소한 면역 레벨에서의 거부반응은 있죠. 만약에 그레인저 양 본인이 이 의수를 거부하면 신경계와 면역체계 레벨에서부터 반응이 일어나요."
그녀는 최대한 헤르미온느가 알아들을 수 있게 쉬운 레벨의 단어로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트래디션의 유사과학적인 코멘트와 비슷한 분위기의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반응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 되긴. 어깨부터 썩어서 떨어져나가는거지. 그쯤 되면-"
"말씀 안하셔도 돼요!"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그녀의 말을 막는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동의도 받지 않고 이식해서 미안해요. 수면자 세계에서는 그게 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제 직장에선 허락 받을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이 많지 않아서."
"알겠어요. 고마워요. 최소한 질데로이 록허트보다는 훨씬 책임감이 있으시네요."
소피아가 실험동으로 향하자, 헤르미온느는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를 계속 읽기 시작했다. 최강의 지팡이인 딱총나무 지팡이, 부활의 돌, 그리고 투명 망토. 그 중 투명 망토는 해리의 것이고, 부활의 돌은 자신을 거의 죽음으로 몰아갔었지만, 딱총나무 지팡이는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덤블도어가 그 책을 왜 자신에게 주었는지 이해도 잘 가지 않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으라는 의미일까?"
"휴."
한숨을 쉬는 그녀. 그녀가 의수를 움직어 책장을 넘긴다. 쓸데없이 튼튼하게 생긴것만 빼면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책을 넘기자 원래 손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질감이 느껴진다. 종이의 느낌, 손 끝으로 느껴지는 책의 두께, 심지어 손 주위를 흐르는 공기 흐름까지. 몸의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팔에 집중된 느낌이었다. 그녀가 상황을 다시 정리한다. 덤블도어는 살아있고, 해리와 그 일행도 무사하며, 몇개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크룩스 중 하나는 파괴, 하나는 확보한 상태였다. 볼드모트가 얼마나 많은 호크룩스를 두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덤블도어가 알아서 해 주리라 기도할 뿐.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여유있게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이미 퇴원 허락은 받았으니, 곧바로 옷이라도 갈아입은 이후 퀸란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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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레인저 양. 회복은 다 되셨습니까?"
퀸란이 최대한 팔을 가리는 복장을 하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는 평소와는 달리 집무실이 아니라 '폐기실'에서 작업을 직접 감독하는 중이었다. 3중 강화 유리 뒤로는 철제 단상 위에 올려진 각종 장비와 자동화된 공구, 클론과 드론들, 그리고 무기들이 보였다. 그 한가운데는 기계팔에 잡힌 곤트의 반지가 있었다.
"네. 반지를 파괴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혹시 제가 잘못 짚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부숴야 되는게 맞아요. 그렇지만..."
"저희가 가진 방법으로는 부술 수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고열부터 시작해서 위상차원의 그림자에 간섭하는 것까지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더군요. 일단은 특별히 따로 보관하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방법은 없으십니까?"
"아뇨. 저희도... 아."
헤르미온느가 뭔가 깨달은 듯 했다.
"바실리스크의 이빨이라면..."
퀸란은 그녀가 생각을 마칠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마침내 결론을 내린 그녀.
"호그와트에 가면 파괴할 수 있을거에요."
"가기만 하면 됩니까?"
"아뇨. 해리가 필요해요. 해리가 없으면 바실리스크의 시체가 있는 곳까지 갈 수가 없어요."
"포터군 말입니까. 포터군과 연락할 방법은 있으시겠지요?"
"네."
그녀가 양피지를 꺼내든다.
"흐음. 전원도 필요 없고 숨기기도 쉽군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퀸란의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를 넘겨버리는 헤르미온느. 그녀가 양피지를 꺼내들고는 작게 말한다.
"바실리스크의 이빨."
잠시 후 답변이 돌아온다.
[고마워. 해리가]
다행히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이제 헤르미온느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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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헤르미온느가 나가떨어진다.
"몇번이나 말씀드려야 됩니까, 그레인저 양."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난지 3일째 되었다. 헤르미온느는 불안하게 기다리는 것 대신, 그녀가 평소에 하던 것과 똑같은 것을 선택했다. 바로 배우는 것이다.
"의수의 힘이 원래보다 훨씬 강한 것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작용과 반작용을 항상 기억하세요."
에이다가 평소의 훈련 복장으로 헤르미온느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본인의 요청과 퀸란의 지시,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묵묵히 지시에 따르는 에이다 세 사람의 의도가 합치된 결과였다. 낮에는 에이다와 훈련하고, 밤에는 유니언의 각종 테크닉을 혼자 학습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호그와트에서의 생활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내용만 조금 다를 뿐, 수업을 듣고 마법을 연습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과 똑같았다. 성에서 고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현대식 건물에서 하이테크를 동원한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의수로 너무 강한 힘을 가하면 의수는 멀쩡하겠지만 그걸 받아내는 그레인저 양의 육체가 먼저 타격을 받을 겁니다. 트럭에 깔려도 의수는 멀쩡하겠지만 그레인저양은 그렇지 않을거라는 걸 명심하십시오."
훈련의 중점은 무기 -헤르미온느의 주장에 비살상 무기로 한정되었지만- 사용, 기초적인 무술과 의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마법을 쓸 수 없는 이상 그런 방식이라도 반드시 배워놔야 한다는 헤르미온느의 생각 때문이었다.
"꼭 그렇게 무서운 예시를 들어야 하나요?"
헤르미온느가 숨을 몰아쉬며 에이다에게 달려든다. 에이다는 마법 지팡이 역할을 할 막대기를 하나 들고 있었다. 의수를 이용해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몸을 회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의수의 회전력을 이용해 상대의 품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파고든다. 아마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사람이면 당황할 움직임이었다.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헤르미온느라면 더욱.
"이론에 너무 집착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상대는 에이다였다. 그녀는 파고들어오는 헤르미온느의 의수를 살짝 흘려내면서 균형이 무너진 그녀를 또 다시 넘어트린다.
"하아... 하아..."
호그와트 5년동안 건강 관리는 잘 했지만 따로 체력 훈련을 하지는 않은 댓가다. 차라리 해리나 론이라면 이런 식의 훈련에 훨씬 더 빠르게 적응했을 것이다.
"안대는 정말 끝까지 안 빼실 겁니까? 원근감 때문에 더 어려울텐데."
"네. 눈이 제대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안 돼요."
에이다는 그녀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그런 사적인 평가 때문에 지시를 어길 그녀는 아니었다.
"크래밍Cramming의 효과는 확실히 있군요."
고속 학습을 그들은 크래밍이라는 용어로 불렀다. 그것은 무술을 배우는데도 나름 도움이 되었다. 크래밍을 통해서라면 단순한 암기 뿐만 아니라, 뇌가 그 움직임을 기억하게 해주는 효과 역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머릿속에 넣고 있는 것이 많아지니까 붙들고 있기도 힘들어질겁니다. 크래밍은 뇌에 정보를 임시로 기록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녀가 교관의 목소리로 가르친다.
"뇌가 움직임을 기억한다고 해도 생각과 몸의 움직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뇌가 움직이라고 명령해도 몸이 거기에 따라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헤르미온느가 주저앉은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미지 대로 몸을 움직이려 하면, 몸이 거기에 완벽히 따라주지는 않는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제대로 가르쳐드렸을텐데."
"괜찮아요. 벼락치기도 잘해요, 저."
헤르미온느가 다시 일어선다. 에이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 정도의 끈기를 보이는 학생은 아마 통각 신경이 차단된 클론 정도일 것이다. 그녀가 다시 자세를 잡자마자 이번에는 에이다가 공격해 들어간다. 공격을 몇번 받아내고는 균형이 흔들려 쓰러지는 헤르미온느. 그 일이 몇번 반복되고 나서야 에이다가 휴식을 선언한다.
"좋습니다. 휴식하고 나서 다시 하도록 하죠."
"잠깐만요."
"뭐죠?"
헤르미온느가 간신히 일어난다.
"그때 카페에서 했던거 한번 보여주세요."
에이다가 죽음을 먹는 자를 순식간에 제압했던 움직임을 다시 보여달라는 이야기였다.
"본다고 해서 익혀지지는 않을텐데요."
"그래도 한번 당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어디를 공략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에이다가 지팡이 역할의 막대를 던져준다.
"마법사들처럼 해보시죠."
그들 사이에는 대략 5m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있었다. 헤르미온느가 가볍게 심호흡한다.
"너무 아프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에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스투-"
"합!"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에이다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단 한번의 도약으로 거리를 좁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지팡이를 든 손을 제끼고 어깨를 민다. 그 다음은 허리, 배, 다른 쪽 어깨, 목, 무릎. 고통이 느껴지기도 전에 벌써 다음 부위를 타격하는 엄청난 속도. 몸으로 그것을 느껴보고야 에이다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리를 걸자 헤르미온느가 바닥에 넘어진다.
"아..."
헤르미온느는 멍한채로 누워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든다. 최소한 그 면에서 에이다의 기술은, 자신이 공간을 강제로 비틀어제낀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
에이다가 물을 마시며 방을 나선다. 헤르미온느가 쑤시는 몸을 일으켜 훈련장 한켠의 탁자로 간다. 그곳에는 그녀의 -물론 탈취한 것이지만- 지팡이와 양피지가 있었다. 그녀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러본다.
"루모스."
지팡이에서 아주 희미한 불빛이 떠올랐다가 곧바로 꺼진다. 처음 마법을 썼을때보다 엉망이었다. 그녀가 책상에 기대 깊은 한숨을 쉰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윙가디움 레비오사."
양피지가 아주 살짝 떠올랐다가 다시 떨어진다. 주문과 동작은 우등생답게 정확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법은 첫 수업에 들어간 호그와트 1학년 학생만도 못했다.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바닥에 던져버린다. 이젠 자신에게 별 쓸모도 없는 물건이었다. 마법을 쓸 수 없어서 마법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기에 쓸 수 없다는 상황 자체가 우스웠다. 지팡이가 아니라 팔을 대체하고 있는 의수, 귀걸이 모양의 신경동조 장치, 테이저 드론, 그리고 난생 처음 써보는 장비와 무기들, 마지막으로 벼락치기로 배운 심리 테크닉까지. 한달전까지만 해도 이런식으로 운명이 바뀔줄은 몰랐다. 그녀가 지치고 우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본다.
"아!"
그 순간 양피지에 글자가 떠오른다.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그것을 읽는다. 흥분한 상태로 쓴 것인지 조금 흐트러진 글씨체였다.
[다이애건 앨리. 내일 2시. 자세한 것은 내일 설명하겠음. 해리]
==
프로제니터는 패러독스를 리젝션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아직 조금이라도 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혹시 신비한 동물 이야기 영화에서 나온 설정도 같이 이용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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