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는 룰북 구경만 해봤고 다른 룰북은 본 적도 없고 크툴루만 찔끔찔끔했었는데 한 다섯달인가 여섯달전에 네이버카페에서 뭐 검색하다가 누가 블랙핵 소개글 올린거 보게 되서 즉흥적으로 사람들을 모아 몇 판 해봤다. 이제 그럭저럭 해본 것 같아서 소감을 쓴다.


일단 소감은 재미있다.


마음에 드는점.


1. 나는 타일맵을 쓰는 걸 극혐해서...마음의 극장 스타일로 마스터링을 진행한다. 내가 알기로 댄디는 미니어쳐 필수라고 알고 있는데 블랙핵은 미니어쳐 없어도 플레이가 가능은하더라. 그래서 마음에 든다.


2. 뭔가 하드코어한 느낌이 든다. 거친 남자의 게임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분위기? 꽤 괜찮다. 시트도 외국에서 찾아서 썼는데 거칠거칠해보이니 나쁘지 않더라. 다만 시트가 다0 영어로 적혀있어서 아쉽긴하다. 못 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한글이 좋으니까.


3. RPG할줄아는 사람이 잡으면 전투가 나름 재미있다. 패스파인더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전사로 알아서 묘사고 뭐고 다 잘하면서 챙겨먹더라. 특별한 능력이 3가지 밖에 없는데 높은 체력을 바탕으로 달려가서 몸통박치기도 시도한다고 하고 다리걸어서 마법사를 지킨다고도 하고 그러더라. 나는 그런 주장을 민첩이나 체력으로 굴려서 판정하게 만들었는데 제대로 처리한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굴러는 갔다.


4. 아주 쉽다...라고 하기에는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고 이게 뭐지 싶은 곳도 있긴한데 생초보는 그냥 d20만 굴리면 되니까 쉬워서 좋아하더라.



별로 인점.


1. 아이템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게 있고 너무 자잘하게 세분화되어 있다. 손거울이나 약초까지야 이해하는데 쇠못같은건...어떻게 쓰는거야? 그리고 자잘하게 많아서 신경쓰기 귀찮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자잘한 소도구 묶음, 자잘한 무거운 도구 묶음, 소모품 묶음 이런식으로 소모품 주사위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굴려도 굴러가기는 갔다.


다만 이 경우 해당 묶음들이 도라에몽 주머니가 되어버려서 플레이어들이 어떤 난관이나 도구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너무 척척 알맞은 걸 꺼내게 되는 문제가 있긴하다. 그래서 나는 도구 묶음을 일괄적으로 d4로 처리했다.


그리고 신선한 휴대식량과 보존가능한 식량의 큰 차이를 잘 모르겠더라.


2. 캐릭터가 너무 심심하다. 마법사나 사제는 그나마 렙업을 하면 주문이라도 더 얻는데 전사랑 도적은 좀 심심하다. 디앤디의 피트 항목을 읽다가 귀찮아서 집어던진 내가 이런말하는게 웃기긴 한데 뭔가 더 선택하고 고민할 수 있는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빌딩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택과 고민은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해준다고 생각하는지라...종족 몇 개, 레벨업을 하면서 선택가능한 직업별 스킬 몇 개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내가 이쪽 방면에 문외한이라 시도는 못해봤다.


3. 어렵다. 특히 몬스터 항목이 약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 발광샘같은 아이템이야 GM이 적당히 처리하면 되지만 '피해를 준 라운드에 1레벨을 흡수' 한다거나 '힘 감소' 같은 건 뭐가 뭔지 원...


박쥐 괴물의 경우 공격받으면 다음턴에 d6추뎀을 받는다고 적혀있던데 이것도 박쥐괴물이 추뎀을 받는건지 아니면 다음턴에 플레이어에게 추가뎀을 준다는건지 헛갈렸다. 텍스트상으로는 전자라고 이해하는데 내 머리는 '왜 공격을 받은 다음턴에 피해를 더 받는거지? 이러면 더 약해지는건데? 말이 되나?' 이런 의문이 계속들더라.


모든 몬스터들이 한 줄로 덜렁 적혀있고 끝나서 아쉽다. 좀 더 자세한 설명과 액션, 기술이 적혀있으면 좋을 듯 싶다.



바라는 점.


1.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정보. 나는 생활감이 있는 로어프렌들리한 묘사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스카이림같은거 해도 꼭 생존모드, 식사, 수면, 배설 등 욕구모드를 깐다. 배설까지는 안바래도 식사와 수면(야영?)에 대해서 룰적으로 좀 더 지원된다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추가 번역본에 식사에 대한 룰이 있긴 했지만 그건 외국애들이 실제 시간으로 장기간 던전안에서 플레이를 진행할때나 도움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나만 그런지 몰라도 길어야 한달 혹은 두달...4회~8회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이런 플레이에서 추가룰의 식량소모 파트는 그리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작위 조우 3번당 식량 1회 굴리게 해본적이 있는데 성가시고 귀찮았다. 한 6회로 올려서 해볼까 하기도 했는데 아직은 고민 중이다.


2. 좀 더 이쁜 시트. 외국애들이 만든거 쓰고 있긴한데 좀 더 제대로된 게 있으면 좋겠다. 뭐 이건 그야말로 내 바람에 불과하긴 하지만...두장정도로 큼직큼직하게 해서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3. 마법체계 수정.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인데 내가 벤스식 마법체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이해도 잘 못해서 마법부분만 좀 색다른게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한다. 물론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소망만하고 그냥 플레이한다.



생각했던거랑 쓰고싶었던거는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쓰려고 하니까 기억이 잘 안나서 이만줄인다. 블랙핵 플레이해보면서 외국애들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많이 보긴 했는데 내가 중어중문이라 중국어라면 몰라도 영어는 까막눈이나 다름없어서 능력에 한계가 있더라...영어를 잘 알면 내가 위에 써놓은 바라는 점이나 그런 것들을 보완할 수도 있겠지만...어쨌든 마지막으로 혼자서 번역해 풀어준 니컬님에게 감사하다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