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핵에 대해 말이 좀 나왔길래 추가로 끄적거려 봄.

이래뵈도 이거를 번역한 장본인이니까... 이것저것 피드백 나온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설명해 보겠음.


지나친 간결함

지나칠 정도로 간결하다는 게 이 룰의 단점 중 하나인데, "원전"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축약하는 과정에서

원작자가 "이런 건 니들도 알지?"라는 생각 + 20여 페이지로 내용을 압축하다보니 나온 결과물이라 그래.

반대로 이런 거 긁적거리던 놈들은 원래 "이런 거 한 번쯤은 봤던 놈들"이라는 소리고. 특히 몬스터 부분이

꽤 그런 구석이 있어 보이는 편.  

 

경험치

원작자가 이거 싫어서 안 쓴다고 공언했는데, 쓰고 싶으면 다른 OSR 룰 갖다 쓰면 돼.


어빌리티 부족

일단 전사를 예로 들어보자. 원래 고전적인 RPG에서 전사는 "특별히" 할 게 별로 없는 게 정상이었음.

돚거도 와우같은 데와는 달리 사실상 1회 기습 + 문따기 / 함정찾기 등 담당이었고. 지금도 그런가?

특히 전사는 사실상 깡스탯으로 일관하는 클래스로 나와 어빌리티가 구린 거 하나는 알아줘야 했고,  

그 즈언통을 따른 결과 OSR의 전사는 지금도 잘해야 던-월 전사 정도의 어빌리티가 가능한 수준임.

물론 D&D 전사는 점점 사람다워져서 지금은.... 일단 다른 OSR 룰의 전사 어빌리티가 어떤지 보자.


Multiple Attack : 쩌리들 상대로 자기 레벨만큼 연타 공격이 가능함

Strength Bonus : 힘이 높으면 공격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음.

Parry : 민첩이 좀 되면 상대의 공격을 받아쳐서 패널티를 먹이는 게 가능함.

Establish Stronghold : 9레벨에 작정하고 성채 하나 세우고 부하들 좀 모아서 영주 노릇 해 볼 수 있음.


응 이게 다임. 그러면 블랙 핵의 전사 어빌리티를 볼까?


1시간에 1번씩 전투 중에 1d8만큼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1회의 행동 내에 자기 레벨 당 1회씩의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나 민첩성 판정에 실패해서 피해를 받을 때, 쓰고 있던 방패를 파괴하고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도 사실 셋은 줬음. 사실상 직접 전투용이 아닌 어빌리티인 성채 세우기 빼면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싶음.

그러니까 원래 돚거나 전사는 그런 애들인 건 어쩔 수 없다, 이거지. 그게 싫다면 그냥 클래스 선택지를 찾아서

던져주는 거 추천. 블랙핵 초기 서플먼트가 클래스 추가 등에 중점을 두고 나온 데는 다 이런 사정이 있는 거야. 

질려서 못해먹겠으면 다른 클래스를 골라봐라 이거지.


쓸데 없어 보이는 장비들

그래서 장대나 대못은 대체 뭐하라고 나온 걸까? 이런 질문은 대개 OSR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면 할 만한

질문이고, 딱히 이상할 것도 없음. 단지 조낸 새디스틱한 발상으로 온갖 함정에다 수직통로 등으로 침입자가

오다가 홧병이 나서 죽게 만들려는 던전을 기획하던 옛날 양반들이 나쁜 거야. 그리고 OSR을 하는 사람들은

원래는 이런 개막장 상황이 터질 수 있음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쪽이고... 생각해보니 이거 그런 줄 알면서도

이걸 번역한 내가 나쁜 놈이잖아?  

 

그러면 이런 개떡같아보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다른 룰이나 서플먼트의 데이터를 참조

영어만 되면 좋은 아이디어. 예를 들어 전에 소개한 카이가쿠를 내놓은 썬더에그 프로덕션에서는 최근에

패스파인더 등장 클래스들이 나오는 물건을 내놓았고(사실 나도 저거 아직 안 읽어 봤음), 그런 거 외에도

이전부터 나온 클래스 핵이나 레이스 핵같은 서플먼트들을 좀 구해서 보면 도움이 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함. 

사실 내 경우에도 블랙 핵을 접하기 전부터 OSR 계열 물건을 좀 보긴 했었기 때문에 접근이 쉬웠으니까.

게다가 일단 블랙 핵 원판부터가 4달러면 두 개를 살 수 있는 물건이라서 이런 것들 가격도 몇 달러 안 하고

분량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큰 장점.  


적절한 묘사

이거는 그러니까 주사위는 다 똑같이 굴리더라도 묘사를 좀 다르게 해서 마스터가 그에 따른 결과를 추가로

좀 반영해 달라는 어필을 해 보는 거. 이거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예가 CoC다. 박치기 / 발차기 / 주먹질 /

그래플링 다 별개로 있던 걸 그냥 격투 스킬 하나로 모아놓으면서 덧붙인 설명이 딱 이런 스타일이었거든....

사실 구판 근접전의 악몽을 세탁하려던 수작임은 구판을 돌려봤다면 모두가 다 알겠지만 그건 덮어주자.  


적당한 세팅의 제시

사실 블랙 핵이나 OSR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적당한 세팅 / 시나리오가 기본적으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진짜 쌩초보가 맛스타를 잡으면 이 부분에서 헤메기 딱 좋은 구도라는 거. 그래서 이런 거 처음 다루는 경우는

대개 나름대로 플레이할 던전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거나 남들이 만든 거 좀 얻어다 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여담으로 http://dieheart.net/useful-stuff/tbh-resources/ 에서 웬만한 건 찾아볼 수 있을 테니까 기본적인

번역본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이런 데 나오는 것들도 참고해 보면 좋을 거 같음.


그리고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이야기와 놀이에서 다른 OSR 계열 작품인 "울타리 너머, 또 다른 모험으로"를

낸다니까 그걸 기다려도 될 것 같음.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42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