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상을 구할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 함께 했던 모두가 그리 생각했죠. 그 결과? 보시다시피…."


한때 세계평화를 구현하려던 모 처의 초국가적 비밀기관이 있었습니다.

동서를 가리지 않고 모인 요원과 장병, 이런저런 전문가들이 '아스날'이라 명명된 비밀조약 아래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분투했죠.

그러나 세계무역센터 붕괴 이후 미쳐돌아가는 국제정세는 정의의 사도 따위 용납 않았고….

2010년대의 어느 날 각국 주요도시를 노린 동시다발적인 테러, 아스날 또한 총성과 불길 속에 산산조각났습니다.

길이 남을 실패였습니다.


무력투쟁을 통한 공공선의 구현은 애초 설립불가능한 명제였을까요?

아스날은 단지 총과 칼을 든 과대망상증 집단이었을까요?


죽은 자들은 대답할 수 없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반쯤 죽은 채로 있던 한 아가씨가 눈을 뜨기 전까지.


아가씨는 이미 어릴 적에 혼자서 세계 전술장비의 표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야기되던 천재였습니다.

조직 창설자들한테 선택 받아, 뭔가 씌인 듯한 지성으로 전단장에 위임 받아 활약하며 주목 받던 포스트모던 잔 다르크였죠.


안타깝게도 기지를 덮친 불꽃은 이 미소녀 지휘관의 눈을, 팔을, 전우들을, 미래를 앗아갔습니다.


아가씨가 다시 만난 세상은 예전 참사의 상처로 썩어들어가고 있었죠.

과거 사라졌다고 여긴 악이 재림해서 암약하고, 피해자들만 의심 속에 서로 증오합니다.


아가씨는 아직 남은 것들을 끌어모아 악과 싸우고, 누가 이 모든 비극을 만들었는지 밝혀야 합니다.


설령 그 끝에 기다리는 진실이 끔찍할지언정.

거기까지 가는 길이 비명, 눈물, 피로 물들지언정.


















예에에에전부터 내가 만약 오알을 한다면 이런 소재, 이런 컨셉, 이런 시나리오를 하고 싶다-


물 떠놓고 천일기도하며 써둔 짤글이었는제 막상 진짜로 하게 되니 기분이 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