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악몽이 반복된다. 그것은 꿈이라기보단 반복되는 회상에 가까웠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정신 차려!"


폭주한 그녀를 저택에서 끌고 나온 그들이었지만, 해리가 순간이동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곳은 그나마 가까운 곳, 즉 텐트가 있었던 장소 정도밖에 없었다.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부들부들 떨며 두 사람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나, 사, 사람을... 사람을..."


"말하지 마, 헤르미온느!"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안전하게 눕히자, 론이 그녀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피를 닦아내며 말한다. 헤르미온느는 거의 실성한 상태였음에도 단지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자신의 정신이 폭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현실을 뒤틀어버리는 현상은 점점 그 영향을 잃어간다.점점 폭주하는 글자와 기록들이 그 힘을 잃고 희미해진다. 서서히 그녀의 정신이 늪으로 빠지듯 나른해진다.



"읏..."


어깻죽지를 찢어놓는 듯한 고통과 함께 헤르미온느가 깨어난다. 아직도 저택에서 탈출할 때의 기억이 머리속을 맴도는 것 같았다. 새하얀 천장의 병실.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아주 희미하게 빛나는 수면등이 켜진다.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멀쩡했다. 그녀는 저택 밖을 나온 후의 일을 부분적으로 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결국 해리와 론은 유니언의 도움에 다시 한번 기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리가 버로우로 순간이동을 할 컨디션이 도저히 아니었으니까.


"잠깐..."


헐렁한 환자복의 앞 단추를 풀고는 옷을 제껴 자신의 어깨를 내려다본다. 어깨에 붙어있었던 의수가 이제는 거의 목덜미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술의 흔적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적인 회복 과정의 결과처럼, 이제는 의수가 그녀의 몸과 전혀 어색하지 않게 융합해있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소피아가 따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았다. 망가지기 시작한 숙주의 몸을 고치려던 결과일 것이다. 그녀가 단추를 여미고는 병실을 살핀다. 


"론...?"


그는 지친 표정으로 곯아떨어져있었다. 그의 어깨쪽으로 단단히 맨 붕대가 보였다. 아마도 상반신 전체를 감고 있는 것 같았다.


"쉿."


소피아가 조용히 말하며 들어선다. 하루 몇분정도의 재조정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깨있는,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의사인 그녀였다.


"소피아 씨?"


"몇번 말해야 해요. 닥터 소피아라니까?"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론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레인저 양 옆에 있어야 한다고 포터 군과 위즐리 군이 우겨서 일단은 위즐리 군만 허락했어요. 포터 군의 몸에 나노 힐링 팩터를 집어넣은 건 당신인가요?"


"...네."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잠시 이후에야 헤르미온느는 의수에 있었던 혈액을 그의 상처에 뿌렸던 것을 떠올리고 수긍한다. 소피아가 작게 한숨쉰다.


"좋은 생각이었지만, 웬만하면 그런 일은 좋지 않아요. 생몸인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무리가 가는 회복방법이니까. 어쨌든 두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일 쯤이면 다 나을거에요. 문제는 그레인저 양인데."


소피아가 론이 자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앞으로 다시는 그렇게 급격하게 의수를 현장에서 재조정Vulgar Procedure 하려고 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거부반응Rejection이 일어나서 죽거나 미칠지도 몰라요. 일단 의수와 완벽하게 공존한건 칭찬해 줄게요. 아무리 범용적으로 쓸 수 있게 제작된 타입이라지만, 이 애들이 주인 말을 그렇게 잘 듣는건 처음 봤어요."


그녀는 의수를 살피기만 할 뿐, 접근하지는 않는다.


"이거 무서워서 다가가겠어?"


"제가요?"


"아뇨. 얘가요."


소피아는 마치 의수가 하나의 생물이라도 되는 듯이 말한다. 헤르미온느는 잠시 의아했지만 곧 이 팔과 지팡이는 어떤 면에서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것도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생물체니까. 소피아가 의수를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문득 소피아와 지팡이 제작가 올리밴더가 만나면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헤르미온느였다.


"어떻게 된거죠?"


소피아가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한번 론을 확인한다. 그는 푹 잠들어 있었다.


"제가 오컬트 같은 이야기 싫어하는 건 아시죠?"


"저도에요."


소피아가 눈꼬리를 올린다. 그녀는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마법 학교에서 공부 했던 마녀가 아닌가?


"전 산술점을 점술보다 훨씬 좋아하거든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알았어요."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계속해 나간다.


"저희가 쓰는 계몽 과학적인 기술들은 위험해요. 그거야 경험해봤을테니 잘 아실거고."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따뜻한 피와 매캐한 철분의 냄새, 의수가 목을 파고들던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 했다. 그녀의 표정이 굳지만, 일단은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였다.


"함부로 이런 기술들을 남용하면 분명히 어딘가 고장Statistical Inevitability나게 되어있어요. 총이 안 나가고 고장난다던가, 병을 치료하라고 먹은 신약이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다른 병을 불러오는 경우죠. 그 중에서 제일 위험한 건 당연히 거부반응이나 통계적 필연성으로 인한 기술적인 폭주Paradox Backlash/Quite에요.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무기가 움직이는 임계로가 된다든가. 아니면 약이 다른 병을 불러오는 정도가 아니라 몸을 숙주로 삼아서 엄청난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레인저 양의 경우는 재현시켜봐야 알겠지만, 의수의 생물학적 재구성 능력이 폭주해서 사방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일 커요. 뭐, 퀸란이나 수잔 대령님은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헤르미온느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보통 그 일을 일으킨 당사자가 일을 혼자 수습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일으킨 현상Local Reality에 순식간에 적응하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멈춰야할지 모르거든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일으키고 있는 일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계몽 과학자들은 반드시 같이 활동해야 해요."


그녀가 '반드시'라는 말에 힘을 준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이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Baseline Reality를 서로를 보며 계속 스스로를 점검하는거에요.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일종의 닺 역활을 하는거죠. 그래서 혼자 떨어져 활동하는 계몽과학자나 현실교란자들은 그래서 몇년 버티지 못하고 걸어다니는 생물재해나 미친놈이 되는거에요. 그레인저 양의 경우에는 포터 군과 위즐리 군이 와주지 않았으면..."


소피아가 말꼬리를 흐린다.


"어떻게 되나요?"


"...표준 절차는 N급 생물 병기나 그에 준하는 병기로 그 주위를 싸그리 날려버리게 되어있어요. 최악이죠. 저희는 당신들 사회에 그렇게까지 깊숙히 개입하고 싶진 않으니까. 어쨌든, 두 분 다 일어나면 고맙다고 해요. 위즐리 군은 등에 돌조각이 다섯개는 더 박히면서도 끝까지 그레인저 양을 끌고왔으니까. 포터군은 원래부터 정상인 몸 상태도 아니었고. 두 사람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요. 두 분이 있어서 그런지 그레인저 양이 간신히 그 현상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세 사람, 각별했나봐요?"


헤르미온느가 주저하며 끄덕인다. 


"그래요. 그러니까 두 사람을 옆에 두고서도 싹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못했겠죠. 그 덕분인지 눈동자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녀가 내미는 거울을 보자 원래로 돌아온 그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헤르미온느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어쨌든, 조심해요. 다음 번엔 이렇게 운 좋게 모든게 풀리리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소피아의 경고에 끄덕이지만, 확신은 할 수 없는 헤르미온느였다.


==


"에이다 씨."


"그레인저 양."


헤르미온느가 정기적인 검진 -아마 그녀의 '생리적 불균형' 때문일 것이다- 을 받으러 온 에이다를 부른다.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헤르미온느.


"팔이..."


"잘랐습니다."


"저 때문인가요?"


에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해요."


"별 것 아닙니다."


그녀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좋은 친구들을 두셨더군요. 두분이 깨어나시면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에이다가 언제나처럼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헤르미온느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낸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어떤 일이죠?"


"당신은... 그..."


그녀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한다.


"살인의 경험이 얼마나 있느냐를 묻고 싶은거군요?"


'살인'이라는 말에 그녀가 움찔한다. 마치 헤르미온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 했다.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에이다가 말을 이어간다.


"따로 세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문제가 고민이라면 닥터 소피아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말할 수 있죠?"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묻는다. 그녀의 의수가 조금씩 떨리는 것을 에이다가 눈치챈다. 몸은 괜찮아졌을지 모르지만, 강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친구들과 헤어져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의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제가 인간성을 버린 살인 기계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그렇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저 한 사람의 불필요한 도덕적 강박감을 버려서 모두의 인간적인 삶을 지켜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헤르미온느가 그녀의 말에서 무엇인가 자신과 비슷한 점을 눈치챈다. 그것은 씁쓸한 깨달음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습니다만."


"그게 아니라, 정말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낸거냐고 묻는거에요. 에이다씨가 말하는 걸 잘 들어보면 마치 어디서 외워온 것 같잖아요."


에이다의 얼굴에 아주 살짝이나마 의아하다는 표정이 드러난다. 헤르미온느는 진심이었다. 그녀의 말은 일관적이었지만 마치 어디서 읽거나 누가 가르쳐준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우등생이었던 자신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인간성도 지키지 못하는 집단이 어떻게 인류 전체를 지킬 수 있다는 거에요? 이 사람들이 그렇게 가르쳐줬나요? 당신에게 인간적인 기억이 있긴 한가요? 저번에 디멘터에게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거 봤어요. 당신에게 행복한 기억이나 불행한 기억이-"


헤르미온느가 말을 멈춘다. 부정적인 감정의 폭주가, 그녀가 아무렇게나 말하게 만들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그런 말을 하려던게 아니었는데."


"괜찮습니다. 불안한 심리상태에서는 없는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상대를 공격하려는 심리가 흔히 관찰되니까요."


헤르미온느가 뭐라 말하려 하다가 한숨을 쉬며 그만둔다. 어쨌든 에이다는 그녀를 구해준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도 말씀은 감사합니다.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은 처음이군요."


에이다가 검진실로 들어가려 하다가, 문득 멈추고 돌아서서 한마디를 더 던진다.


"좋은 친구들을 두셨더군요. 누가 부러웠던 적은 처음입니다. 심리 테크닉 없이 단순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계몽된 정신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숙인다. 그녀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의수가 붙어 있는 어깨에 다른 손을 올린채 그 말을 꺼낸다.


"전 괴물에 사...살인자에요. 제가 어떻게..."


"저라면 방해되는 생각은 밀어두고 친구분들부터 지키겠습니다."


에이다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는 헤르미온느에게 대답해준다.


"하지만, 인정하죠. 절대 쉽게 그런 생각들이 사라지진 않을겁니다. 그레인저 양은 저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녀가 그 말을 끝으로 검진실 안으로 사라진다. 헤르미온느는 긴 시간동안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슬픈 표정으로 서있었다.


==


"론."


헤르미온느가 부르는 소리에 론이 깨어난다.


"잘 잤어?"


"헤르미온느."


론이 대답하며 눈을 비빈다.


"괜찮은거야?"


"응."


그녀가 끄덕인다. 론이 졸린 표정으로 일어나 해리를 불러온다.


"먼저, 둘 다 정말 고마워."


"마법부에서 구해줬으니까 동점이라고 치치 뭐. 정말 괜찮아?"


해리의 말에 그녀가 미소짓는다. 헤르미온느는 해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선량한 마법사들이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 살해당할 위협을 온 몸으로 느끼고 동시에 스스로의 운명을 매듭지어야하는 해리만큼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그는 몇번이나 의심 받고, 실제로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그것을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는?"


"조금 졸린 것만 제외하면..."


"여기 있으면 두통이나 환상 같은게 없어서 더 편하긴 해."


예전에 소피아가 말한, 컨스트럭트에 설치되어 있는 정신적인 간섭에 대한 방어 시설 덕분일 것이다.


"다행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말포이 저택에서 그.. 일이 있었을때말야."


그녀가 살짝 머뭇거린다.


"괜찮아, 헤르미온느."


론이 그녀를 안심시키자 그녀가 심호흡과 함께 말을 이어나간다.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잠깐이나마 읽을 수 있었어.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읽듯이 말야. 그 중에는 벨라트릭스 레스트랭도 있었고."


그녀가 두통을 느낀다. 정말로 잠시나마 그녀는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 단지 연구해야 할 '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괴리감을 간신히 떨쳐낸 그녀가 말을 계속한다.


"내 생각에는 호크룩스 중 하나가 그린고트에 있는 것 같아. 레스트랭의 금고에 말야."


"그린고트에?"


해리가 되묻는다. 도깨비가 운영하는, 마법사 세계에서 최고의 보안 수준을 자랑하는 은행. 그들은 그곳에서 호크룩스를 훔쳐내야한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응. 거기에 있을거야."


그녀가 확신하며 대답한다. 해리와 론은 그런 그녀를 보며 산너머 산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