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마치 바늘이 날아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죽음을 먹는 자의 머리가 나노 피스톨의 탄환으로 꿰뚫린다. 니들러 탄이 뚫고 지나간 미세한 구멍들로 핏방울이 새어나온다. 놈이 힘없이 쓰러지자 에이다가 팀의 상태를 점검한다. 클론이 셋 손실되긴 했지만 장비의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재미로 죽이고 고문한 민간인들이 열다섯은 넘었다. 


"클린업 팀."


"네, 요원님."


통신 대기 중이던 EC와 하급 요원들로 이루어진 클린업 팀이 즉시 응답한다. 그들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사고가 때문인 것으로 위장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의 친척들은 내일 가스 누출 사고라든지 미친 살인마의 출현으로 인해 그들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볼드모트라는 자는 자신의 부하들이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분명히 그의 부하들은 그를 극도로 두려워 하고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수면자 세계에 피해를 입히는 것을 그만 두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다는 아직도 퀸란의 행위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퀸란은 이런 자들에게 힘을 보태주려는 것인가? 


그녀가 보기에 볼드모트라는 자는 '지배로써 파괴'하는 네판디 중 하나였다. 그들이 지배하는 방법이란 오직 폭력과 광기, 그리고 공포에 의한 것 뿐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은 그런 통치 하에서 놀랍게도 순식간에 퇴보한다. 그런 자들에 비해 직접 모든 것을 무너트리려는 네판디들은 오히려 대처하기 쉬운 편이었다. 네판디 본인만 제거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런 부류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지배 받은 자들은 지배자가 사라져도 그 행위를 계속하여, 이내 모든 문명의 산물을 스스로 무너트리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수적인 피해가 생길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볼드모트가 마법사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게 되고 난 후가 선하게 보이는 듯 했다. 그의 총애를 받기 위해 마법사들이 서로를 짓밟으려 할 것이고, 그들의 암투에 수많은 일반인들이 휘말릴 것이다. 마법사들의 학교에서는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고, 그들이 자라나서 더욱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다. 마법사 사회의 크기를 고려하면 도저히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에이다가 지휘관이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죽음을 먹는 자들을 모두 사냥해 그의 손발을 잘라낼 것이다. 볼드모트 본인의 처리야 마법사들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그의 부하들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다. 유니언의 자산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건의를 했지만 퀸란은 번번히 그녀의 의견을 묵살할 뿐이었다. 그는 볼드모트가 패배할 것이라 예견 하고 있었다. 하지만 큰 대가를 치루더라도 그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분명 가능한 일이라면, 왜 당장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가?


"..."


에이다는 너무 생각에 몰입한 탓에, 그녀의 뒤에서 죽음을 먹는 자 하나가 서서히, 그러나 조용히 지팡이를 들어올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그녀가 뒤돌아 서는 순간, 그가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겨누며 외친다.


"아바다 케다브라!"


초록 섬광과 함께 그녀가 자리에 널부러진다. 그는 즉시 에이다의 팀에 의해 사살당하고 말았다.


"요원님!"


타격조의 지휘관이 재빨리 그녀를 살핀다. 그녀가 쿨럭이며 부축을 받아 일어난다.


"요원님답지 않군요. 위험했습니다."


그가 그녀가 멀쩡히 살아있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말을 건넨다.


"미안합니다. 잠깐..."


그러나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마치 그녀를 부축하는 동작과 함께 걸어간다. 그를 불러봐도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그 주위의 누구도 에이다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그들의 눈에만 보이는 에이다가 있어서, 그녀에게만 반응하는 것 같았다. 


"흥미롭군. 어떻게 살아있는 건가?"


깊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그 목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다.


"알버스 덤블도어로군요. 이건 당신의 짓입니까?"


그녀가 주위 광경을 둘러보며 말한다. 기묘하게도 팀원들은 마치 가상의 에이다에게 지시를 받은 듯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에이다 본인과 그녀의 앞에 서있는 덤블도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잠깐 장난 좀 쳐보았지."


"원하시는게 뭐죠?"


"그렇게 급할건 없지 않나?"


그가 여유있게 말한다. 에이다는 덤블도어가 그들을 없애버리려는 심산은 아닌 것을 알고 안도한다. 그녀가 수트 겉옷을 벗고, 그 안에 입은 베스트를 벗어 덤블도어 앞에 던진다. 그것은 마치 불탄 시체처럼 새까맣게 구워져 있었다.


"저희가 나름 대비책으로 내놓은 물건입니다. 당신들의 살인 저주는 절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모양은 저래도 엄연히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호오. 대신 죽을 생명을 몸에 두르고있다는 말인가?"


"그렇죠."


덤블도어가 끄덕인다. 


"자네들답군."


"실례하지만, 저는 처리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저희를 적대하지 않는 것은 감사하지만, 용건이 없다면 지휘를 계속하게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허허. 내가 큰 실례를 저지르고 있구만. 걱정말게. 그저... 거래를 하고 싶을 뿐이니."


에이다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런 거라면 제가 아니라 제 지휘관께 연결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나는 자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네."


덤블도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에이다는 그의 눈에서 세월로 단련된 지혜를 읽는다. NWO의 화이트 수트 중 몇은 단순히 사람과 몇분 이야기만 해도 그 사람을 철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에이다는 방법은 다르지만 덤블도어도 분명 그러한 부류일 것이라 짐작한다. 


"왜 저죠?"


"첫번째는 자네가 그레인저 양에게 제일 가깝다는 것이네. 두번째는 자네가 자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은가? 그런 고민이 아니라면 자네 같은 사람이 방금처럼 기습당할리가 없지."


에이다가 쓴 웃음을 짓는다. 


"좋습니다. 들어보죠."


"그럴 필요는 없다네. 꾸러미 안의 물건은 그레인저 양에게 전해주고, 양피지에 쓰인 글은 자네가 읽어보게."


"무슨 꾸러미말입니까?"


"그 꾸러미 말이네."


그녀가 순간 주머니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원래부터 무엇인가 들어있었던 것을 이제야 인식하는 느낌이었다.


"언제-"


그러나 그녀의 질문을 받아줄 덤블도어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


또각, 또각, 또각.


그린고트의 매끈한 화강암 바닥을 걷는 구두의 소리. 마치 시체를 연상케하는 창백한 피부와 희번득거리는 눈동자, 그리고 특유의 가시나무를 연상케하는 머리카락까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오만한 표정으로 그린고트의 로비로 들어선다. 그녀가 로비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도깨비 앞에 선다. 그녀의 뒤에는 잔뜩 겁먹은 표정을 한 두 명의 죽음을 먹는 자가 서있었다. 한 명은 남성, 한 명은 여성이었다.


"내 금고를 보고 싶구나."


"레스트랭 부인."


도깨비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한다.


"잘 오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조금 뒤, 또 다른 도깨비가 나온다. 차려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더 높은 지위에 있는 도깨비가 분명했다. 


"레스트랭 부인, 금고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녀는 대답 하지 않는다. 마치 말을 섞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볼드모트가 마법사 사회를 장악한 이후로, 도깨비들은 더 이상 중립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명령으로 고블린들은 마법사들의 통제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들에 대한 멸시의 시선이, 이제는 아예 성문화 되어 버린 것이다.


"아시는 대로, 지팡이를 확인하겠습니다. 보아도 될지요?"


"지팡이를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녀가 허리춤에서 지팡이를 꺼내 내민다. 그녀의 심성을 조각해놓은 것 같은, 손가락 뼈를 닮은 검은색의 지팡이었다. 도깨비가 손을 뻗어 닿으려 하지만 지팡이는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레스트랭 부인. 제가 그걸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지팡이를 제게 건네주시겠습니까?"


그가 정중하게 말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역겹다는 표정으로 쏘아붙인다.


"봤으면 됐지 않느냐? 너희들에게 지팡이를 넘겨달라는 말이냐?"


"그런 것이 아닙니다, 부인. 단지 확인차-"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벨라트릭스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명령한다.


"참을 수가 없구나. 저놈을 바닥에 내쳐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죽음을 먹는 자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낮은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린다. 동시에 도깨비가 공중에 붕 뜨더니, 바닥으로 내려쳐진다. 업무를 보고 있던 도깨비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쳐다본다. 경비원도 그녀의 날카로운 외침에 당황한 것인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즉시 도깨비의 목을 구둣바닥으로 짓누르며 몸을 숙여 그의 이마에 지팡이를 들이댄다.


"이 지팡이를 보고 싶었던게로구나. 그렇지?"


그녀가 광기에 찬 눈빛으로 도깨비를 내려다본다.


"어둠의 군주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린고트에 가는 김에 너희들에게 누가 진짜 주인인지를 보여주라고 말이야! 듣자 하니 네놈들 중에 도망다니는 놈들도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그녀의 목소리는 로비 전체를 찢어놓을 듯한 기세였다. 그녀의 질문에 도깨비는 컥컥거리며 뭐라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눌린 탓에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네놈들의 태도는 예전부터 불쾌했다. 틈만 나면 지팡이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수작을 부리는 놈들이니까! 여기서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벨라트릭스의 목소리가 광기에 젖어간다.


"네놈 같은 부류에게 크루시아투스 주문을 쓰는 것 마저도 불쾌하구나. 아바다-"


"레스트랭 부인!"


그러나 그녀가 주문을 마치기 전, 두려움에 질려 떨고 있던 죽음을 먹는 자가 갸날픈 목소리로 그녀를 뜯어 말린다. 


"제발, 레스트랭 부인. 어둠의 군주께서는 이 일이 신속히 처리되는 것을 바라실겁니다. 이미 도깨비들은 레스트랭 부인의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닥쳐라!"


벨라트릭스가 죽음을 먹는 자의 뺨을 때린다. 그 충격 때문인지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다. 그녀가 무릎을 꿇은채로 애원한다.


"레스트랭 부인, 제발. 한번만 더 생각해주십시오. 제발..."


그녀가 흐느끼듯 말한다. 도깨비를 주문으로 바닥에 내려쳤던 남자 역시 공포에 질려 그녀의 눈을 감히 쳐다보고 있지 못했다. 도깨비들과 인간 경비원마저 그녀에게 압도된 것인지 감히 제지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도 안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은 볼드모트의 최고의 수하중 하나였으니까.


"...흥."


그녀가 흥미를 잃었다는 표정으로 구두를 들어올린다. 아직까지도 밟혀있었던 도깨비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일어난다. 그가 쥐어짜내는 목소리로 말한다.


"과연 레스트랭 부인이... 맞으시군요."


그는 다른 의미에서 그녀가 벨라트릭스라는 것을 확신한 모양이었다. 이 정도로 제멋대로 잔인하게 구는 마녀는 그녀뿐이니까.


"따라오십시오. 안내하겠습니다."


비틀거리며 걷는 도깨비를 불쾌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벨라트릭스가 서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 뒤를 두 죽음을 먹는 자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따른다. 어두운 길을 지나 그들이 궤도식 탄광 열차에 탑승한다. 도깨비가 제일 앞칸에서 레버를 당기자 천천히 궤도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벨라트릭스는 아직도 불편한 심기를 전혀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전. 


"하지만 그런게 통할까요?"


버로우에서는 은행털이 계획이 올리비아의 주도로 세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계획에 론이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는 묻는다. 올리비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죠. 사람들은 은행이 돈 위에 지어진 기관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은행은 권위 위에 지어진 기관이니까요. 오직 그들만이 돈을 보관하고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권위가 그들의 핵심적인 장사 수단이죠. 도깨비들의 은행은 더욱 그렇죠. 그렇지 않나요?"


그립훅이 끄덕인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권위를 보여줘야하죠. 은행은 정부의 감사를 두려워하는게 아니에요. 처벌의 권위를 두려워하는거지. 지금부터 그레인저 양, 위즐리 군, 그리고 그립훅 씨는 저와 같이 연기 연습을 해야겠어요. 무대는 그린고트 로비로요."


그녀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심리 프로파일을 기초로 해 작성된 대본을 책상에 던진다. 심리 프로파일은 말포이 저택에서 그녀를 맞닥뜨린 헤르미온느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나는 왜 필요한거요?"


"왜냐니요?"


그립훅의 질문에 올리비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다. 그녀가 사기꾼의 손놀림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한다.


"도깨비들이 어떻게 해야 믿을지 제일 그럴듯하게 대본을 만들려면 도깨비에게서 검수를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포터 군은 안 돼요.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러니까 위즐리 군이 해야해요. 알겠나요?"


"잠깐, 그럼 왜 해리를 빼고 다른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거요? 내 아들이잖소? 론을 위험에 처하게 하느니-"


아서가 반론을 제기하지만 올리비아가 즉각 기각한다.


"위즐리 씨. 저도 웬만하면 제 부하를 쓰고 싶어요. 하지만 셋도 이미 너무 많아요. 그리고 셋 중에 마법사가 한명은 있어야 하고,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죽음을 먹는 자를 연기하려면 이 중에서 겁을 제일 잘 먹는 사람이 해야 돼죠. 그러니까 로날드 위즐리 군이 해야하는 거에요."




올리비아의 말을 떠올리며 죽음을 먹는 자로 변장하고 있는 론이 벨라트릭스의 팔꿈치를 툭툭 친다. 물론, 그 벨라트릭스는 마치 스파이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가면을 쓴 헤르미온느였다. 그녀의 허리춤에 꽂힌 지팡이는 당연히 아무런 기능도 없는 가짜였다. 헤르미온느는 묻지 않아도 론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겁을 잘 먹는게 아니라 단지 연기를 잘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가볍게 윙크해주지만 론이 얼굴을 찌푸린다. 잠시 후, 헤르미온느는 자신이 벨라트릭스로 변장했기에 윙크 따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그 어색함에 두 사람은 살짝 즐거워하며 미소지었다. 그들과 등을 맞댄 좌석에 앉은 올리비아 역시 죽음을 먹는 자로 변장한 상태였다. 그녀는 도깨비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살짝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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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전에 끝내려고 했는데 망함... 영화처럼 전개가 안되는 것은 해리에게 지금 투명망토가 없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