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중세 교회하면 으레 어떤 것이 떠오르시는지요?
엄격, 근엄, 진지를 밑에 깔고 온갖 나라에 갑질을 하며 심심하면 마녀사냥을 일삼은 암흑시대의 주범?
아닌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덕질을 하면 보통 많은 5덕10덕 군자 친구들이 거기서 거기인 모습을 상상하죠
실제 중세 교회가 이리 보여지니 판타지 속 교회 묘사 또한 조아라 소설부터 저 물 건너 동조선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등 한결 같은 취급입니다.
고리타분한 언사로 민중들을 세뇌하고, 물욕에 쩔어 온갖 사회적 폭력을 행사하며, 이성과 합리를 추구하는 위인들을 척살하는 세계관 시대상 정체의 주범.
하물며 주인공 일행이 비인간, 또는 대놓고 마녀 계열이면 악의 조직 0순위요 사악한 우주적 존재의 하수인으로 규정됩니다.
과연 중세 교회는 이런저런 작품들 묘사 같이 추잡하고 우울한 집단광기의 결정체 취급을 받아도 쌀까요?
그들은 지금 일부의 묘사 같이 근본부터 틀려먹어 집단광기의 한 부류에 지나잖을까요?
(물론 마르크스 사관에 입각한 지적과 평가는 논외로 칩시다.)
젼혀요.
종교보다 과학, 기술이 인류며 인류를 구원하리라 평가되는 21세기지만, 그리스도 교회는 거의 모든 도전을 이겨내고 아직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리스도 교회는 인류사 가장 거대한 종교 집단이며, 두 번의 천 년기를 거치는 동안 무수한 형태의 물리적 정신적 도전을 받았습니다.
아니, 비단 J.C. the SUPERSTAR 도래 이전의 지역 신앙 형태마저 그 경력에 포함하면 인류사 가장 오래된 종교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죠.
신교와 구교의 충돌과 공산주의의 등판과 세계대전 등등 무수한 위기를 이겨내며 그리스도 교회는 살아남았고, 살아있고, 아마 몇 세기는 더 살아가겠죠.
말인즉슨, 그리스도 교회 또한 다른 방향성을 가진 이성과 합리의 집단입니다.
저들 나름 가진 이성과 합리가 아직 과학이 규명불가능한 형이상학적 존재를 지향할 뿐입죠.
일부 주장마냥 그저 존재와 역사가 오점이라면 성립불가능했을 현실입니다.
그리스도 교회는 어떤 시대든 무작정 악의 조직이라 지탄할 만한 양반들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작가가 노리지 않았다면, 중세에 존재했던 그들이 암흑시대의 주범이며 이성과 합리의 적처럼 묘사되는 세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적하건대 중세 유럽 교회는 암흑시대의 주범은 커녕, 그 앞뒤의 시기로 문명 설립에 있어 어마어마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암흑시대가 표현 및 단어부터 영 아니라는 현 사학계 해석은 기본 교양으로 깔고 넘어가죠.)
아무렴 암흑시대의 주범은 오해라 규정하는 수준을 넘어 중세 교회가 없었다면 인류사가 보다 더 복잡해졌겠죠.
중세 교회는 서로마가 몰락한 뒤 동로마의 위명이 닿지 않는 서유럽, 중유럽, 남유럽, 북유럽의 문명을 지킨 수호자였습니다.
자타공인 위대한 제국 통일 로마가 간직했다가 분열과 함께 산산조각난 온갖 지식, 이성적 사회규범을 중세 교회가 주워 모아 간직했거든요.
농담 말라고 하시겠지만, 애초 예나 지금이나 그리스도 교회에 공용되는 언어가 뭔지 생각합시다.
중세 그리스도 교회는 유럽을 최초로 통일하고 호령했던 영광된 고대 로마 제국의 장자요, 생존자며, 증인 겸 상징인 집단으로 존재했습니다.
교과서 유럽사를 보면 대놓고 나오듯이, 나폴레옹 등판 전까지 유럽 모든 왕국과 군주들은 로마 제국 간판을 달기 위해 교회한테 악착 같았죠.
어찌 보면 교회가 모든 왕국들을 좌지우지한 궁극의 흑막 묘사가 그럴 듯하게 여겨지겠지만, 권한과 위치는 시대의 모두가 납득할 사정과 기반이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 제국은 누가 봐도 위대했고, 그리스도 교회는 저 고대 로마가 유럽에 남긴 선물이자 유럽에 문명의 은혜를 부었다던 몇 없는 증거라.
비 로마 문명 태생에 은근히 열등감을 품던 이런저런 비 로마계 유럽 왕국들이 로마 코스프레를 하려면 누구한테 잘 보여야하는지 딱히 가렸겠습니까?
하물며 전반적인 행태와 업적이 부도덕에 기반했냐면, 음습한 협잡과 폭력만 갖고 그 권위를 유지했냐면 더 큰 착각입니다.
누가 중세 유럽 왕국, 봉건 체제 설립 및 유지를 주도했습니까?
누가 칼밥만 믿고 깽판치던 정치깡패들을 그나마 사람처럼 살자며 가르치고 꼬시며 설득한 끝에 '기사'로 만들었습니까?
누가 모든 영지와 마을과 도시에 지점을 박고 지역 인구 관리부터 왕국 외교 중재 등등, 이베리아 반도부터 우랄 산맥까지 공통된 행정을 제공했습니까?
고대 로마한테 받은 모든 지적 유산을 전부 써먹지는 않고 전반적인 교정, 취사선택과 의도적 도태를 시행했죠.
주요 교리에 반대되는 과학적 사실의 박해며 은폐로 인해, 의학과 등등의 고대 로마의 뛰어났던 몇몇 기술과 사상은 중세 유럽에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고대 로마 문명과 르네상스 사이의 중계자였지만 종교 집단 특유의 한계였을까요?
뭐, 인류가 처음부터 너도 좋고 나도 좋게 가는 동물은 아니니 망각과 아집으로 인한 불상사는 못 받아들일 것도 아닙죠.
몇몇 무시 못할 기술과 사상의 박해, 불상사가 있었지만 중세 교회는 문명의 발달을 저해치 않았습니다.
당대 유럽 인재들이 모일 곳은 교회 말고 별로 없어, 왕국과 가문을 초월한 초거대 종교 집단의 집중 아래 몇몇 지적 자산은 무시무시하게 발달했습니다.
형이상학적 존재에 기반한 도덕을 민중들한테 납득시키기 위해 짜여진 신학과 철학은 인류사 길이 남을 교양이며 후기 인문학 발달의 모판이 됐습니다.
회당의 축조와 교리 반포를 수월케 하고자 돈을 아끼지 않고 연구되고 숙련된 건축술과 예술품 제작 수준은 로마 시대의 불가사의에 비견될 정도였죠.
더군다나 중세 교회가 치세를 유지하려 이교 문화와 지적 자산을 무작정 억압하고 묵살했다는 맹목성은 단언컨대 가장 큰 오해입니다.
앞서 중세 교회가 당대 유럽 인재들의 유일한 회당이며 민족과 언어를 초월해 교리를 납득시키려 머리 맞대 노력했다던가요?
중세 교회 최대의 지적 자산, 정신 무기인 신학 속에 기초적인 정치와 심리학과 사회학이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주류 종교 집단의 역사는 칼과 펜을 내세운 포교, 저항 논리의 충돌과 진압이 차지하니 당연했죠.
요컨대 수도회와 목자들은 현대인의 편견이 무색할 만큼 교활했고 이교, 지역 원시 신앙을 줄줄이 쳐죽이며 파묻는 대신 감염시켰습니다.
지역 원시 신앙의 여러 신적 존재가 천사나 악마가 됐고, 영웅의 무용담은 성자의 포교 서사나 기사 문학으로 진화했니다.
뭐 말이 감염시켰다지만, 중세 교회가 이교에 집행한 세부적인 복속 과정과 결과는 다양성의 부정으로 단순히 규정되기 어렵습니다.
여러 지역 원시 신앙이 가졌던 이루 말하기 끔찍한 의식과 폭력과 분별 없는 광기가 그리스도 교회의 이름 아래 근절됐거든요.
그 옛날 페키니아 몰렉 교도들을 로마 제국이 지탄하며 박살낸 사례처럼, 켈트 드루이즘 및 위치카가 암암리에 하던 난교 및 인신 공양이 철퇴를 맞았죠.
물론 토속 샤먼들이 지닌 천문학과 원예 및 약학 지식이 실전됐지만, 중세 그리스도 교회 고유의 지성은 그 손실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었습니다.
포교와 박해 속에 지역 신앙의 언어 유산을 실전했다는 지탄도 그럭저럭 변명이 가능하니, 절반은 폐기됐으나 무시 못할 양의 기록이 교회에 남아있죠.
그리스도 교회는 후일 모 반도 유교 국가에 비견할 활자중독자라,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체제에 필요한 기록은 모두 베끼거나 쓸어담았습니다.
현재도 사학자들이 특정 지역 원시 사회 문화를 추정하는데 해당 지역 교회의 양피지 무더기나 바티칸 지하 서고를 뒤질 정도죠.
솔직히 오랜 박해 탓에 그것 말고 방법이 없어도, 아예 교회마저 손 놓고 멍하니 있다가 망각됐던 것들에 비하면 어디겠습니까.
이렇듯 중세 교회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본질에 위배 않는 한 로마가 남긴 지적 자산과 스스로 모으고 만든 지적 자산을 통해 문명발달에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근대 이전까지 온갖 나라를 쥐고 흔든 교회의 입지는 단순한 세뇌 같은 수작 갖고 얻은 게 아니라구요?
시대가 허락한 경계 안에 그들이 보인 노력하며 이룬 업적은 당대 모든 군주와 민중의 존중을 사기 충분했고 우리 또한 경의를 보여야 마땅합니다.
물론 십자군과 마녀사냥의 오류는 저 업적을 위협할 만큼 크죠.
이래저래 변명했지만 오늘 우리가 가진 편견과 오해도 아니 땐 굴뚝일 리가 없어, 확실히 시대의 지성이라던 중세 교회의 발은 피웅덩이 속에 잠겨있었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타락하며 아무리 신실할 지언정 교황, 주교, 신부들도 사람이라 엄청난 머릿수가 명예욕과 물욕의 집중에 절어 분별력을 잃었죠.
프랑크부터 신성로마에 이르는 중세 교회는 유럽 사회의 모든 체제와 정신을 주도한 터라 죄악도 공유했습니다.
아직 살아 펄펄하던 또 다른 로마 제국인 콘스탄티노플을 교회의 추종자들이 박살내며 가라사대, 신이 가려내시리라.
자타공인 로마 제국의 직계던 중세 교회는 경악하는 대신 정통성의 독점에 따를 이득에 주판을 굴렸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무고한 아녀자들부터 역사적인 전적을 갖춘 여걸과 학자들을 악마에 씌였다며 태워죽인 잇속은 또 어떻답니까.
왕과 귀족들과 함께 곳간을 채울 작당에 잊혀진 구약 속 폭력을 부활시킨 목자들은, 그들의 주께서 증오하던 신전의 독사며 장사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대는 그들을 용서치 않았죠
타락한 양치기들은 르네상스, 종교전쟁 이외 온갖 이름을 한 역사의 파도 앞에 비참하게 부서져 대가를 치뤘습니다.
종교를 버린 순수 이성과 합리의 재발견, 교회 소수의 양심이 시작한 내전으로 깨친 민중이 시작한 기술적 문화적 혁명까지….
그간 쌓은 업보로 반동을 제대로 맞은 비 프로테스탄트 고전 그리스도 교회, 가톨릭의 부진은 20세기 제2차 바티칸 공회의까지 이어졌습니다.
허나 이 단락에 이를 동안 수 차례 거론했다시피 가톨릭은 변색됐을 지언정 공동선을 추구하며 구현한 종교였고, 존중 받아야 할 이성과 합리의 종교였습니다.
그들은 선조들이 그러하듯 악당은 결코 아니라, 아직 미숙한 인류를 계도하리라는 선의를 포기 않아 스스로 변화했고 살아남았습니다.
(현재 양심의 소수인 프로테스탄트와 본가 가톨릭 사이의 씁쓸하게 웃긴 인식차를 생각하면 저 노력은 어느 정도 보답 받았죠.)
이 인류사 역대의 종교 집단의 태동, 부흥, 몰락, 재생은 뭘 뜻할까요?
너무도 거대한 담론인 지라 딱히 여기서 규정하지 않겠지만….
제가 그들을 변명한 끝에 이르고자 하는 전언은 간단합니다.
인류문명을 이루고 이끈 한 집단을 단순히 편의주의며 대세라고 뭉뚱그려 악의 조직 취급은 맙시다,
으레 친구들이 중세 교회, 또는 거기 기반한 사회 종교 집단을 묘사한다면 실제 중세 교회가 어떤 집단인지 다시 한 번 알아봅시다.
악간 다른 세계, 다른 역사를 가정하더라도 우리 현실에 있었던 원본을 찹조한다는 짓이 시간낭비는 아니잖아요?
p.s. 이래저래 가톨릭한테 선의적인 이야기를 했어도, 딱히 제가 가톨릭은 아닙니다.
p.s.2 오늘은 광신도를 변명했으니 다음은 빨갱이를 변명해볼까?
난교문화에 철퇴를 날린걸 보아하니 악의 조직이 확실하다
판타지가 미워하는 게 아니라 생각없이 저런 카톨릭짭이 나오는 판타지를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음
글씨... '중세' 가톨릭 교회에 대해 한꺼번에 이야기하는거 자체가 무리수 아님? 중세는 길게 잡으면 천 이삼백년, 짧게 잡아도 육칠백년은 되는 기나긴 기간인뎁. 그 긴 기간동안 기독교가 유럽사에 끼친 영향을 한두마디로 정리하겠다는거 자체가 무리수라 봄
씹땈계 전반에 알량한 깊이의 반종교주의가 도사리다보니 같은 씹땈으로 불편해서 끄적여본 거라 깊이 갖고 죽창 디밀면 곤란해요.
사실 양판소에서 기독교를 모티프로 한 종교가 악역으로 나오는거도 이상한 일이 아님. 소위 중세판타지가 다루는 시대 배경은 말이 중세지 실상은 근세에 가깝단말얌.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도 중세 전성기를 넘어 근세가 가까워지면서 기독교의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기 시작했고. 즉, 시대정신의 무의식적 발현일수도 있엉
그렇지만 그르케 내외적으로 까이고 줘터지는 중이거늘 공공선의 추구와 구현은 지킬 수 있는 한 지키려고 했으니 참 대단해.
유일한 직계나 장자라고 보기엔 로마제국 자체가 1400년대까지는 남아있다고 보는 입장.. 다만 중세 교회가 부정적인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쌓아온 업적과 문화적 자산들이 있었다는.점은 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