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이 급하니 그럴 수 있죠
숲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잠시 헤메이자 앞에는 오두막이 보이네요. 모험을 하며 겪었던 지금까지의 일을 경험해본 결과
척 봐도 수상해보이기는 하지만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 마치 끌려들어가듯 오두막 안으로 천천히 걸어서 이동합니다.
낡고, 비가 오면 줄줄 샐법한 오두막입니다. 화려한 여관에 들어오기만 해도 구토가 나오는 청렴한 사제에게는 어울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어쩌면 당신들은 향수를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이런 장소까지도 교회라도 불렀을 터이지만 당신이 지금껏 모셔온
신의 교회보다는 훨씬 작고, 초라하고, 냄새납니다. 안에는 오랜 과거에는 목재의 색을 온전하게 유지했을 검은 나무토막들과
어울리지 않게 금속질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죽을 덧댄듯 보이기도 하는 거무튀튀하고 거대한 상자가 있습니다.
깡마르고 저열한 하플링을 고문하기 위해 한 마리 정도는 구겨서 넣을 수 있겠네요. 아무리 봐도 함정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튼 당신은 상자를 열기로 결심했고 결심과 동시에 함정일지도 모르는 상자를 힘차게 엽니다.
상자는 경첩에 윤활유라도 발랐는지 매우 매끄럽게, 방해없이 열리는군요. 시선을 이동시키지만 상자 안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상자에 보여야 할 바닥이 보이지 않음을 눈치챘습니다. 상자의 바닥을 찾기 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눈을 한번 깜빡이자
당신 앞에는 하나의 인영이 있을 뿐, 상자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앞에 서있는건 놀랍게도 당신의 어머니입니다.
언제나 당신에게 보여던 자상한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밉니다. 당신은 어머니가 환상임을 무의식에서 알아채고 저항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고향에서 떠난지 오랜 시간이 지난것은 아닙니다만 지금까지 겪은 일이 너무나도 드라마틱하여 그만 마음이 약해졌을 수 있지요.
머리속이 모두 침식당할때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듯 싶습니다, 이 잠시간의 시간동안 무엇을 하시렵니까?
당신이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한 뒤 앞을 보자 거기에 보이는것은 환상이 아닌 어머니 그 자체입니다.
어떻게 어머니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지 그런 일은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의 따듯한 손을 잡고 다시 어느 장소보다
소중한 집으로 향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오래지 않아 동료들은 오두막을 찾았고 그 안에서 레이피어를 벽에 고정시켜놓고
거기에 자신의 머리를 박아 자살한 당신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표정만은 누구보다 편하고 안락한듯 보이네요
~게임 끝~
당신은 눈을 살짝 감았습니다.
이것이 환상이던 아니던,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당장의 이 환상이 당신의 비루한 모험자로서의 삶을 끝낼 수 있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겠지요. 처음부터 모험같은건 떠나는게 아니었습니다. 왜 당신은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많은 생물을 죽이고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많은 재산을 파괴했나요?. 하지만 당신의 여정도, 모험도 여기서 끝입니다.
모험을 떠나면서는 괴물이나 암살자의 습격에 두려워하며 잠에 들었지만 지금 감기는 눈은 아무런 저항도 없고
몸은 땅에 모포를 깔고 불가에서 잠들었던 노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근하고 부드럽습니다
지금 눈을 감아버리면 다시는 눈을 뜰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요.
동료들에 대한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지만 그들 또한 자신처럼 되는게 좋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눈 앞에 비치는 빛이 거슬린다는듯 눈을 꽉 감았습니다.
~게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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