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쯤 돌렸던 디앤디 캠페인 썰이야. 예전에도 늪지에서 리자드맨 만난 썰을 적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어쩌다보니 늪지 썰이네.


사용한 디앤디 3.5로 자작 세계관 설정을 사용했고, 대략 PC들이 10레벨인가 11레벨쯤 되었던 걸로 기억해.

어느덧 경륜 있는 모험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PC들에게 제국 남부의 자유도시인 '솔츠마쉬'에서 의뢰가 날아들어왔어. 

몇 달 전에 한 고약한 용이 늪지대에 나타나서 도시 근교의 농장들을 파괴하고, 상인들을 습격하는 등 도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거지.

PC들은 그 용을 잡던지 쫓아내던지 해서 그 영지에 더 이상 위해를 끼치지 않게 해 주는 대가로 아주 큰 돈을 약속했어.

모험가들은 항상 돈에 굶주린 법. 그들은 당연히 수락했고 남쪽을 향한 긴 여정을 떠났지.




'솔츠마쉬'는 언덕 위 암염 광산 근처에 세워진 인구 2300명 정도의 전형적인 중세 도시로, 남쪽과 동쪽에는 거대한 늪지대가 에워싸고 있었어.

도시의 서쪽에는 작은 농장 지대가 하나 있었는데, 대부분 올리브나 과채 같은 작물들이라 도시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양이었고

북쪽은 언덕과 능선을 따라 빽빽한 온대림으로 둘러쌓여 있었기 때문에 상업(암염과 올리브 등을 수출하고, 밀이나 나머지 생필품을 수입하는)에 모든걸 기댈 수 밖에 없는 지형이었지. 하지만 최근 드래곤의 습격으로 상인들이 계속 습격받게 되자 자연스럽게 외부 유입이 줄어들게 되었고, 도시는 크나큰 곤란에 처하게 된거지.


모험가들이 도시에 도착하자, 시장은 민회를 소집했어. 

시 의원들과 경비대장 그리고 이 지역의 유지들과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민회는 갑작스러운 소집과 용을 퇴치하겠다고 온 모험가들이 생각보다 젊다는 데에 조금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어쨌든 이들이 최근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있는 일련의 모험담의 주인공이며, 드래곤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호언장담에 넘어가 이들에게 적극 협조하기로 했지. 


일행들은 당연스럽게도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먼저 수집하기로 했어. 적을 상대하려면 일단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부터 알아둬야 전략을 세울 수 있겠지.

특히 드래곤들은 색상에 따라서 습성이나 생태, 전술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녀석의 색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하지만 벌써 여기부터 정보에 혼선이 오기 시작했어. 드래곤의 색상을 파악할 수 없었던거야.

녀석은 항상 밤에만 습격을 시작했고, 그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횃불의 빛에만 의존해서 녀석의 색상을 제대로 확인한 사람의 수는 극도로 적었던데다가.

그 증언 또한 녹색이라는 쪽과 검은 색이라는 쪽이 엇갈리고 있었어.


심지어는 녀석이 나타났을 때 어느 쪽에서 날아왔는지에 대해서도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어.

더러는 서쪽에서, 가끔씩은 북쪽이나 남쪽에서, 때로는 동쪽에서 나타나서 상단을 습격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화물들을 모두 못 쓰게 만들어버린 뒤에, 날아온 방향과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거야. 시 의회와 몇 안되는 습격의 생존자들이 준 정보는 PC들에게 별다른 도움은 될 수 없었어.


하지만 확실한건 녀석은 상당히 지능적이고 주도면밀하며 사악한 용(그린 드래곤이건 블랙 드래곤이건 크로매틱 드래곤은 항상 사악함)이라는 거지.


일단 일행들은 도시에서 하루 동안 묵고 나서,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추적을 시행하기로 했어. 정 안되면 숲이고 늪이고 다 뒤져봐야 하니까.

도시 내에도 여관은 있었지만, 민회의 일원이었던 마을의 유지(듣기에 그는 이 일대의 많은 땅을 소유한 지주라고 했어) 중 하나가 일행들을 자기 집으로 초청했기 때문에 일행들은 그의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잠을 청했어.


다른 일행들이 모두 깊이 잠들었을 때, 파티의 드루이드는 도시에서의 잠자리가 영 불편했는지 혼자 정원을 산책하며 별을 바라보는 중이었어.

하늘에서 무수히 빛나는 고대의 지혜들은 가끔 그에게 일행들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지 좋은 계시를 내려주곤 했지. 

물 그릇을 떠 놓고 막 별 점을 치려던 찰나에...




순간 밤 하늘의 별들이 모습을 감추고, 거대한 날개짓 소리가 어두운 밤 공기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어.


그건 드래곤이었어!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자신의 거체로 덮은 채, 녀석은 크게 포효를 내지르고 다시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어.

PC들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울음소리는 감히 자신에게 대적하기 위해 이 도시에 발을 들인 일행들에 대한 명백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지.


잠에서 깨어난 일행들이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드래곤의 자취는 이미 묘연해진 뒤였지.


다음 날, 일행들은 북부의 숲부터 탐색하기 시작해. 마법사의 지식에 따르면 녀석이 그린 드래곤이라면 아마도 숲에다 둥지를 틀었을 확률이 높은데다가, 그린 드래곤은 드래곤들 중에서도 특히 영악하고 주도면밀한 종이니 녀석의 행보랑도 어느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숲에서의 탐색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어. 드래곤의 둥지를 쉽게 찾을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지만, 오히려 숲에 살고 있던 거인 부족들과 맞닥뜨리게 되었거든.

거인들은 맹렬하게 PC들을 공격했지만, 결국 PC들의 적수는 되지 못했어. 하지만 소득이 아예 없던건 아냐.

용과 거인들은 대개 사이가 안좋거든. 특히 숲에 용이 살고 있다는걸 거인들이 알았다면 그 용이 충분히 자라서 자기들을 위협하기 전에 조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용을 찾았을테고. 반대로 용이 살고 있던 숲에 거인들이 나타났다면 용은 녀석들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을 거야. 둘이 공존하기는 쉽지 않지


여튼 그들의 추측에 따르면 이 숲에는 드래곤이 살지 않을거라는 추측이 아주 유력했어. 따라서 드래곤이 그린 드래곤일 확률보다는 블랙 드래곤일 확률이 더 크게 되었지.

이제 늪지를 수색해 볼 차례였지.


늪지에서 일행들은 위습과 섐블링 마운드 조합(섐블링 마운드는 전기 데미지를 맞으면 강해짐, 위습은 전기 접촉 공격을 함. 둘이 같이 나오면 난이도가 크게 오름)이라던지, 다이어 크로커다일이라던지, 인간 주적찍은 리자드맨 레인저 부대라던지 마스터가 심혈을 들여 짠 인카운터들을 뚫어가며 열심히 탐색을 시작해.

드래곤이 자신의 은신처로 삼을 만한 동굴이나, 웅덩이나 뭐 그런 곳 말이야.


중간에 파이터가 겁도 없이 물 속에 있는 악어한테 달려들었다가 그대로 물린 채 물속으로 끌려들어가서 악어 밥이 될 뻔 했지만, 드루이드의 동물 현혹이 어떻게든 통했기 때문에 파티는 친절한(?) 악어의 안내를 받아 드래곤이 살고 있는 장소로 안내를 받게 되었어. 물론 그 악어는 주문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PC들에게 숙청되었지. 

내가 통수를 치기 전에 통수당한다니. 야생에서의 삶은 늘 냉혹한 법이야...


어쨌든 드래곤이 살고 있는 레어에 당도한 그들은 둥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블랙 드래곤과 마주쳤고.

문답 무용으로 칼을 뽑고 전투에 돌입했어.



드래곤은 강력한 몬스터야. 그들의 발톱과 이빨, 브레스, 마법능력 어느 것 하나 까다롭지 않은게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중간한 레벨에 제일 귀찮은건 비행 능력이지.

녀석은 날아다니며 PC들을 제멋대로 유린하다가, 불리하면 칙칙한 물 속으로 자맥질해서 브레스를 충전할 시간을 벌고, 물수리처럼 날아오르며 브레스를 뿜는 등 더럽고 치사한 전술로 일행들을 상대했어. PC들도 지난날 마스터 밑에서 험하게 구르면서 익혀왔던 더티한 전술들을 총동원해 드래곤과 맞서 싸웠지.

비장하고 장엄하며 야비하고 치졸한 라운드가 그렇게 흘러갔어.


일행들은 결국 드래곤을 쓰러트렸어. 녀석은 상당한 강적이었기 때문에 이 쪽의 피해도 극심했지. 아마 일행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총동원해서 결판을 내지 않았다면 먼저 쓰러진 쪽은 오히려 PC들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쨌건 녀석과의 싸움은 PC들이 이겼지.


일행들이 승리의 기쁨에 취해 아무곳이나 누워서 피투성이가 된 그들의 지친 몸을 쉬고 있을 때.


별안간 누군가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어.

일행들이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며칠 전 도시에서 일행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던 시의 유지가 굉장히 인상깊었다는 표정을 한 채 박수를 치며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지.


"너희들이 저것을 처치해 줄 것이라 믿었다. 과연,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구나. 수고에 감사하지"


어안이 벙벙해서 "이 곳에 당신이 왜 있냐"고 묻는 일행들에게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이 이상한가? 이 곳은 나의 영토. 오히려 네놈들이 처치한 저 놈이 바로 내 영역을 침범한 놈이었지."


교활함에 빛나는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그는 어느새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어. 녹색 비늘을 가진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나 혼자 상대하기에 껄끄러운 놈이었는데, 너희들이 아주 잘 처리해 주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너희들을 고용하기까지 좀 번거롭긴 했다만, 비싼 만큼 성과는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이제는 내 차례다"


그럼, 설마 마을에 나타났던 드래곤은? 아니 애초에 상단을 습격하고 농장들을 파괴했던 드래곤은 애초에...


"곧 죽을 주제에 말이 많구나. 좋다, 특별히 알려주지.

저 녀석, 그러니까 블랙 드래곤은 애초에 나의 영토를 침범한 것 말고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내가 꾸민 일.

비록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거죽으로 정체를 숨기고 살아왔다고 해도 동족의 존재는 내 일상에 방해가 되거든"


녀석은 오랜 세월동안 이 땅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인간 사회에 암약하며 살고 있던 드래곤이었어. 시의 유지 행세를 하면서 이 근방의 영토를 차지하고는 자신의 지배에 방해가 되는 존재들을 자신의 힘과 재력으로 지워나가면서 살고 있었지. 하지만 몇 달 전 남쪽 늪지대에 떠돌이 블랙 드래곤 한마리가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거야. 녀석과 싸워서 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긴다고 해도 본인의 소모가 너무 막심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PC들을 앞세워 일종의 차도살인지계를 벌인거지.


본인이 앞장서서 사악한 드래곤 행세를 하면서 상인들을 습격하고 농장을 파괴하기 시작한 거야. 시 의회가 드래곤을 퇴치할 용사들을 모집할 수 있게. 막대한 보상금까지 내걸고.

하지만, PC들이 드래곤을 퇴치한다고 해서 순순히 그들에게 약속된 보상금을 지불할 용의도 없었어. 드래곤을 쓰러트린 용사들이 너무나도 격렬한 전투로 힘을 다해서 자신들도 쓰러지고 말았다면 재물을 아낄 수 있거든.


앞서 말했다시피. 녀석은 그리 강하지 않았어. 찌질하게 인간 틈에서 본인의 정체를 감추고 사는 드래곤이기도 하고, 떠돌이 블랙 드래곤한테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실제로도 블랙 드래곤보다 CR이 1 낮았음) 최종 보스로서는 실격이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PC들은 일전의 전투로 심각하게 소모된 상태.

이번만큼은 PC들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지.





힘들고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어. 블랙드래곤전이 자신의 온전한 능력을 다한 전투였다면, 이번엔 자신의 모든 걸 건 전투나 다름 없었지. 그린드래곤도 PC들도. 

물약과 원드질과 스크롤과.. 가방 깊숙한 곳에 쳐박아뒀던 투척무기들까지 모조리 쏟아부었어. 그리고 결국 잡았지.


PC들 중 두 명은 빈사상태였고, 나머지 셋도 겨우 살아있는 정도였을 거야.

아마 도시로 돌아가는 길에 인카운터를 한 번 더 굴리겠다고 했으면 정말정말 가혹한 마스터였겠지만, 나온지 10년도 더 지난 룰인 3.5로 플레이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혹한 마스터였기 때문에 PC들은 무사히 솔츠마쉬로 돌아갔어. 그리고 그들이 드래곤을 어떻게 쓰러트렸고, 또 다른 드래곤이 도시 내에서 어떻게 암약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 뭐 그렇게 그들의 모험담은 다시 또 하나 늘어나게 되었고.


그 PL들 중 한 명은 군대갔고, 한 명은 부산으로 뿔뿔히 흩어져서 그때 그 팀 그대로 TR을 돌리는건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었지만... 

나중에 언젠가 이 멤버 그대로 다시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언젠가는..



현자타임이 온 상태로 새벽감성을 받아 간만에 글을 써 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네

어쨌든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즐거운 주말이 되길 바래!



PS - 역시 디앤디는 용이 나와야 재미있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