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는 아포칼립스 월드 마스터링을 2달 정도 진행 중. 어디 꼴랑 두 달하고 

이따구 글을... 라는 사람은 나보다 장기 경험자이자 훌륭한 MC일테니 더 좋은

글을 직접 쓰는 것이 좋다.


깔끔하게 써보려다가 귀찮아서 대강만 씀. 어차피 고닉이 좋은 글 많이 써놓기도

해서 중복도 많고... 


세계관의 차이


던전월드라고 하면 무슨 세계관인지 사실 어느 정도 다소 뻔하다. 막강한 마법사가

있고, 전사는 무기를 휘두르고 신을 믿는 사제는 기적을 행사하고 바드는 구리겠지. 

시대는 중세시대일 것이고, 농민들은 가난하고 귀족들은 부유하고 왕과 군대가 있고

총은 없겠지. D&D식 판타지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어

정도 비슷한 성향을 공유한다.


반면 아포칼립스 월드는 그렇지 않은데, 아포칼립스 월드라고 했을 때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제각각 동일하지 않다. 물론 매드맥스같이 보편적인 작품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 세계가 왜 망했는데? 세계가 망하면 어떻게 되는데? 에 

대해서 뭔가 그럴싸하고 구체적인 것이 공유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아포칼립스 월드 제작자가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은 뭐냐면 그냥 어차피 

설정이야 니네 팀에서 통하는 얘기만 짜면 그만이니까설정은 내가 안정해줄테니 

너네끼리 플레이하면서 알아서 패치하면서 만들어라는 것이다. 핵전쟁으로 망했다고

생각하면 핵전쟁으로 망한 세계로 짜고, 좀비 바이러스로 망했으면 좀비라도 몇마리

굴러다니게 하고 무한한 겨울이 와서 망했으면 설국열차라도 타시던가 하고 말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알겠지만, 이렇게 플레이를 하면서 이것저것 정해가는 방식은

던전월드보단 아포칼립스 월드에서 유용하고 필요한 일이다. 던전월드에선 어차피 다

비슷하게 생각할텐데 왜 서로 정해가면서 해야하나? 여기서 애매한 건 차라리 정해놓

는 게 낫지. 


협조 또는 방해


AWE에는 아포칼립스 월드의 Hx에 해당되는, PC와 PC간의 관계를 규정짓는 수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남의 판정에 +를 주거나 -를 주기 위한 행동인 협조 또는 방해를

하는데 사용된다. 협조야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거지만 중요한 건 방해다.


Hx는 PC 사이에게만 있고, AWE에서 NPC는 굴림을 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룰 상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존재인 능동굴림을 하지 않는 한) 본질적으로 PC versus PC 

상황에서나 쓰는 것이다. 


그래서 던전월드는 'D&D스러운 세계'를 그리는 규칙인데 D&D에서 왜 PK를 뜨고 

있남? 이 협조 또는 방해라는 액션 자체의 존재에 다소 의문을 가지게 된다. 뭐, 

어쩌다 방해할 지도 모르니까 이런 액션이 있는건가? 하는 식으로 넘어가게 되지만


아포칼립스 월드에선 애초부터 MC(마스터)가 PvP 상황으로 몰아가는 걸 권하고 있다.

서로의 머리통에 대고 샷건을 당기라는 것까진 아니고, NPC들이 PC들을 이간질시키

는 상황을 자꾸 등장시켜서 PC들을 곤란스럽게 해보라는 것.


그러다가 진짜로 사이가 안좋아지면? 애초부터 모든 PC들이 한 장면에 다 같이 나오

거나 하는 규칙도 아니고 사이가 나빠지면 그건 그 나름대로 좋다는 게 아포칼립스

월드. 


근데 던전월드에서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면 일반적인 던전판타지에서 기대하는 

그림과 다소 다르게 된다. 모두들 용을 잡고 괴물을 쓰러트리는 판타지를 기대했지만

갑자기 인간끼리 불신하고 모험가들이 대립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리지. 


즉 룰이 원하는 방향과 룰이 향하는 방향이 달라서 충돌이 일어난다.


종말의 카운트다운과 HP 16짜리 용


아포칼립스 월드에서 HP를 포함해서 뭔가 최대치가 있는 뭔가를 정하려고 하면


하하, 이 시계를 쓰세요!


하면서 빈센트 베이커씨가 무슨 대선지지율 원형차트같이 생긴 이상한 동그라미를 

준다. 0시부터 12시까지 적혀있고, 눈금이 3시 6시 9시 10시 11시 12시로 여섯개 

그어져있는데. 아니 이럴거면 0/6~6/6 으로 하면 되지 왜 이따구로 해서 사람을 헷갈

리게 하나? 라고 하는데, 12시가 되면 미소의 핵전쟁으로 세계가 멸망한다고 하는 세

계 멸망 시계에서 따왔다고 한다.


중요한 건 누가 됐던 뭐가 됐던 12시가 되면 다 망한다는 거다. 


PC의 시트에서 체력에 해당되는 Harm Point도 달려있는데, 당연히 눈금을 일일히 

다르게 더 빼곡하게 그리지 않는 한 PC들의 체력은 걔가 뭔 직업이든 성장을 했던 말

던 수치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야 그것도 그런 게, 기껏해야 사람인데 총 맞으면 죽고, 용암에 빠지면 녹지 않겠나?

죽기 싫으면 방탄조끼라도 입고 총알을 애초에 맞지를 말아야지. 그래봤자 사람인데.


물론 그래도 총잡이들 같은 애들을 보면 얘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강하긴 하지만. 


NPC들은 더 허약하게 되어있는데, 6시나 9시만 되어도 내버려두면 죽는다. 12시까지

갈 일도 없다. 


이런 점은 NPC를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야하는 아포칼립스 월드에선 큰 장점이 된다.

대충 총 한 대 맞고 내버려두면 죽는 것이고, 두 대 정도 맞거나 총 구경이 좀 크다거나

하면 즉사겠고. 그러니 MC는 수치적인 건 별로 정할 필요가 없다. 장비마저도 수치가

대강 비슷해서 대충 때려박으면 된다. 


던전월드에서는 그냥 HP 제를 택하는데, 즉석에서 이 놈이 뭐하는 놈인지 정해야하는

던전월드에서는 이 HP는 해가 된다. 뒤에서 쫓아오는 몬스터가 뭐에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러게요 뭐하는 놈들인가요? 라고 역질문을 하는 방식을 썼다간 플레이 

도중에 룰북 펴서 몬스터 데이터를 뒤적거려야한다. 왜? 스테이터스가 각각 다르니까.

그것도 룰북에 있는 몬스터일 경우에는 룰북을 뒤적거릴 수 있지만. 


없을 경우엔 괴물 만들기 항목을 잘 기억해뒀다가 바로 활용하는 재주를 부려야할 것

이다. (사실 룰북에 제시된 괴물 목록은 예시로만 대강 훑어보고 이런 식으로 플레이

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


플레이를 하면서 내용이 정해야하는 룰이 향하는 방향과 이번에는 개조된 룰 자체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D&D식 판타지는 용암에 빠진 20레벨 전사라는 사례도 있듯이, 레벨업을 거듭할 수록

사람이 수치적으로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1레벨 때는 그냥 대충 

칼이나 휘두르던 놈이, 20레벨쯤 되면... 20레벨 전사는 도대체 뭘 휘두르지? 하여간.


D&D 판타지에서 사람은 "그래봤자 사람"이 아니다. "저게 사람이냐?"가 더 어울리지.


던전월드는 이런 D&D 판타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운

트다운 시계 대신에 HP 제도를 택해서 캐릭터마다 본질적인 수치에 차이를 두려고 한

다. 오크는 고블린보다 HP가 많고, 마법사는 전사보다 HP가 약하고... 그런 식으로.


따라서 다소 문제가 있는데, 일단은 아포칼립스 월드에서의 성장 시스템에선 어마어마

한 수치적 성장이 없다. 일반적으로 액션이 하나 추가되는 정도의 성장이다. 그 외에도

성장에 차를 한대 뽑는다나, 땅을 하나 얻는다 이런 것도 있다. 인간적인, 이야기적인 

면으로 보면 꽤 큰 성장이지만 물리적으로 강해지고 어마어마하게 유능해지고 그런 

성장은 아니다.


고작해야 사람이니까. 사람에게 걸맞는 사람다운, 이야기적인 성장룰을 만들어둔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장 규칙을 던전월드에서도 비슷하게 가져다 쓰고 있다. 그 말인 즉슨 던전

월드에서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치적인 성장을 하지 못한다. 이런 점을 해결하려고, 

레벨업할 때마다 능력치를 하나 정도 꽂는다던가, 액션들이 레벨에 영향을 받는다던가

(주문처럼)하는 식으로 보완을 해뒀지만 그래도 1레벨과 만렙의 차이가 D&D식 판타지

에 비해 훨씬 좁다.


판정에 +7씩 받고 굴리는 플레이가 있다고 하는데 그 심리는 이해한다. 판타지면 팍팍

강해지고 싶지 않겠어? 근데 던전월드에서의 성장은 그런 성장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런 식으로 성장하라고 만든 성장룰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또 룰이 원하는 방향과 룰이 향하는 방향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고정 피해 vs 피해 주사위


아포칼립스 월드에선 총 맞으면 2점. 매그넘이나 샷건이면 3점. 수류탄 같은 거면 4점. 

기차같은 거에 치이면 5점. 피해값이 정해져있다. 


던전월드에선 판정에 성공하면, 주사위를 굴려서 다시 피해값을 결정한다.


아시다시피 AWE에선 2d6을 굴려서 10 이상이 나오면 성공 7-9면 대가가 따르는 성공 

6 이하는 실패한다.어찌 됐던 주사위가 잘 나온다면, 원하는 바를 성취해야하는 게 AWE

이다. 이게 피해 주사위라는 룰과 또 충돌한다. 대성공을 했는데 주사위가 1 나와서 피해

를 못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게 대성공인가? 이야기에 아무 영향도 못주고 시간만 

소모했는데?


공격에 해당되는 접근전과 힘으로 빼앗기라는 액션도 꽤 차이가 있는데. 접근전은 접근

해서 공격을 하는 액션이지만 힘으로 빼앗기는 빼앗는 목표가 있고,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가 있다. 말 그대로 무기같은 걸 빼앗을 수도 있고...그러니까 어쨌든 성공이 나오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피해가 모조리 장갑에 막히더라도. 


그런데 던전월드에는 그런 목표 성취에 해당되는 내용도 없고, 성공해도 다시 주사위를 

굴려서 피해량을 결정하다보니 판정에서 대성공을 해봤자 이야기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부분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D&D는 역시 7종 주사위 셋트를 써야

지! 라는 마음이었던걸까? 여기에 있어선 룰이 그냥 잘못되었다. 


던전월드를 할 일이 있다면 하우스룰로 액션 자체를 그냥 힘으로 빼앗기랑 똑같이 바꿔

주고 피해도 고정피해로 만들어버리자. 


결론


던전 판타지는 역시 디앤디.


덤.


우리는 재밌게 하는데 왜 던전월드에 시비세요 라는 사람이 있다면 님이 고수인 겁니다. 

빨리 비법을 전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