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물을 본격 명랑모험물로 생각해 봤다면, 읽고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글.

일부만 발췌했다만, 의미 파악에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음.


  플레이어들은 온갖 이유로 이 게임을 시작한다.

  그들은 미스터리를 풀거나 악당을 죽이거나 괴물을 없애고 싶어한다. 이런 결과들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 게임 중에는 가끔씩 위험을 보는 것만으로도 요원들이 전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경고로 받아들여라.

  이것은 공포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가끔씩 다른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음모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고, 권력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고, 통제에 관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이것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담겨있지만, 이것은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생략)


  이것은 총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벌레 사냥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이해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종말에 관한 이야기다.


  당신의 가족, 당신이 아는 모두, 당신의 국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 그 모든 것들의 종말 말이다.

  이것은 모든 것들의 종말과 거기서의 당신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신 역시 끝날 것이기에.

  이것이 공포의 전부이며, 또한 게임의 전부이다.


  이것은 승리에 관한 이야기도, 성장에 관한 이야기도, 최고의 무기나 최상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모든 것들의 종말과 당신이 얼마나 그것을 보고 있을 수 있을까에 관한 이야기이다.

  환영한다.

크툴루 신화 세계관에서 지구의 운명은 정해져 있고, 최후의 결전 그런 건 없어. 별들이 바로잡히면 인류 문명은 그대로 끝이야.

그리고 그것을 막을 힘 같은 건 당연히 없고, 단지 그 전에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려는 시도를 일시적으로 막아보는 것만 가능해.

세계 멸망 같은 걸 다루는 시나리오들도 큰 틀에서 보자면 대체로 그런 거야. 그래서 키퍼가 원한다면 탐사자들이 실패하더라도

"아직 별들이 바로잡히지 않아서" 그나마 세계는 멸망하지 않고 어찌어찌 상황이 정리되는 전개로 마무리 지어도 되는 거고.  

심지어 인류 기준으로는 노답스러운 신화생물들 대부분마저 이 거대한 운명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기에 크툴루 신화는

깊게 파고들면 결국 운명이라는 탈을 쓴 우주적 존재들에게 휘둘리는 이들의 비극물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