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컴퓨터 게임, 비디오 게임은 장르가 어떤지간에 일단 그 목표가 정형화되어 있으니 '이기는게' 중요한 게임이 되어버리지.
TRPG도 다를 바 없긴 해도 아무래도 사람 손으로 다이스를 굴리고(그러니까 어떤 방식이든 수동으로 굴리고) 사람 손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보니
사람 손으로 직접 굴리는 자기 캐릭에 대해 몰입을 할 수밖에 없던거야. 물론 거기에 대해 민폐도 생기기 마련이긴 한데,
최근에 내가 했던 던월 플이 있어. ㄴㄷㄱㄹ(이하 마스터)이 마스터링했던 건데. 플레이어는 나 합쳐서 세명이었어.
마스터가 르네상스틱한 설정 부탁하자니까(배경도 르네상스틱했고) 나는 그냥 전사를 고르고, 독일에서 굴러먹은 도펠줼트너라고 간단하게 생각했어.
근데 마스터가 나보고 그럼 용병하면 안되겠냐? 라면서 자기가 자작한 용병 클라스를 내놓던데 야 그게 진짜 디자인을 잘 해놨더라.
결국 어떻게 되었나면 나는 용병, 다른 분은 전사, 드루이드 이렇게 골랐는데.
전사가 내가 스승이고 자기는 제자라는 설정이면 어떻냐고 제안한거야. 나도 마스터도 드루이드라도 좋다고 했지.
그래서 어떤 스토리가 되었냐면 제자가 어느 귀족 놈팽이랑 시비가 붙다가 놈팽이가 양아치들을 불러서 살해를 시키고 슬그머니 빠져나갔는데
오히려 스승과 제자가 바르고 드루이드도 꼽싸리껴서 위기를 해결한 후, 그 놈팽이를 쫓으려고 했지.
그런데 살아남은 양아치 한명을 심문해도 직접적인 길이 안 보임.
그 양아치는 그냥 하도급일 뿐이었고 누가 시켰냐라고 위로 위로 족치고 올라가다보니 스승의 옛날 전우이자 뒷골목 보스가 나왔고.
제자와 그 보스의 챔피언과 1:1 대결을 보고 제자가 이김으로서 모든 오해와 은원을 푸는 걸로 끝났어.
좀 병신같이 설명했지만 플레이 자체는 셋 다 몰입도가 굉장해서 열혈적으로 뜨겁게 잘 플레이했고 다들 만족했음.
근데 생각해보니 스토리 분량이 나와 전사가 양분하게 되고 드루이드가 꼽싸리낀 경우라서 좀 민폐가 되지 않았나 싶었지.
여튼 결론이 뭐냐면. 아무리 멀쩡한 놈이라도 TRPG는 아무래도 직접 손으로 하는 거다 보니 몰입이 굉장했으며.
정작 몰입하다보민 민폐가 좀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거야. 아 그렇다고 내가 멀쩡한 놈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고.
그냥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지. 괜히 TRPG가 혼모노의 게임이 되는게 아님. 그걸 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다 혼모노가 되는거야.
거기서 진짜 혼모노다 아니다 부를 기준은 정도의 차이인 거고.
여담으로 드루이드에게 미안했다. 두명이 너무 몰입해서 잠시 드루이드의 분량을 잊어버렸다.
드루이드 오로라 양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세션 열어서 오로라 부모님의 복수를...
흑흑 미안해 - dc App
몰입하고는 상관없어 보이는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