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잡생각 끄적끄적. 이번엔 덧글이 좀 많이 달릴까?  

 

진정한 크툴루?

그런 건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진정한 크툴루"라는 표현은 대개 잘못된 거라는데 동의함.

그 표현은 사실 "제대로 된 러브크래프트적 공포물" 정도로 좀 길지만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음.

크툴루의 부름은 저걸 기본으로 하지만, 사실 저거와는 좀 다른 종류의 공포물이나 모험물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호러물 혹은 러브크래프트적인 시각 중 한 쪽 이상의 틀만 유지된다면

별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거든. "꼭 한 쪽 이상은 유지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밑의 내 생각을 봐주면 좋겠다.   


펄프

펄프는 대개 "파격"이라고 번역하지만, 나한테는 죽었다 깨어나도 "펄프"임. 왜냐면 이 "펄프"라는 명칭 자체가 원래는

저질 종이로 만든 저가 소설 잡지(Pulp Magazine)들과 거기에 실리던 단편들(Pulp fiction)의 명칭에서 나온 거거든. 

이런 단편들은 리얼 온갖 종류의 장르가 다 나오는 단편들이었고, 이 글을 읽을 모두가 들어봤을 "크툴루의 부름" 도

당연히 이 범주에 들어감. 문제는 크툴루의 부름 등의 RPG에서 따로 지칭하는 "펄프"는 대개 저런 다양한 장르물 중

"히어로-펄프(Hero-Pulp)"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거야. 쉽게 말해 킹왕짱급 능력을 하나 이상 지닌 주인공(들)이

막 온갖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험물이다... 이거지.


간단히 예를 들어서 CoC계의 듀크 뉴켐 포에버 취급받던 서플먼트인 펄프-크툴루에서는 이걸로 만드는 탐사자는

"영웅(Hero)"이라 불리며 일반 탐사자보다 체력이 2배 높은 데다가 초능력이나 초과학을 쓴다거나 그럴 수도 있고,

크툴루의 자취의 펄프 모드 또한 노덴스와 접신하기(Contact Nodens)나 고대의 문장(Elder Sign) 사용이라든가, 

영웅본색의 주윤발 무한탄창 모드처럼 순수주의 모드에 비해서 장전을 덜 해도 된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 가능해짐.

그러니까 사실상 이성 까이는 거나 킹왕짱 센 신격체나 괴물놈들 말고 딱히 일반 플레이로 할 때만큼 조낸 무서울 건

"없어져버린다" 이거지. 대부분 키퍼하고 쇼부보면 총폭탄이나 이쪽의 초과학적 수단 선에서 처리될 수 있거든....

 그러니까 이런 펄프 모드의 관건은 이걸 얼마나 펄프스럽게 조율해서 밀고 나갈거냐는 거고, 또한 이러는 과정에서

러브크래프트스러움은 기존의 플레이에 비해서 좀 많이 약화되기 쉬움. 


이게 그래서 대체 얼마나 어떻게 약화될 수 있냐.... 장르는 좀 다르지만 같은 공포물인 13일의 금요일 7편을 예로 들면

여주인공이 초능력자라 제이슨과 초능력빨로 후반에는 호각으로 싸우고 끝에는 어찌어찌 아빠 유령 불러내서 이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전개지? 물론 모두가 "공포물" 그런 거보다 "모험물"에 비중을 더 두고 싶어하면

"적당히" 펄프스럽게 돌려도 괜찮다고 생각함. 특히 장기 캠페인인데 인원 보충에 제한이 걸리는 경우 이런 걸 사용해서

좀 널널하게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 그냥 아주 허무한 엔딩을 보고 웃고 넘길 게 아니라면 살려서 뭐라도 좀 더 보여주고 

몰살하든 집에 보내주든 해야할 테니까 말야.    


비-신화적 공포

비-신화적 공포에 대해서도 CoC 룰북이 논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데, 다만 이것을 바라보는 방향을 논하면

이것도 또 좀 묘해지는 문제가 있음. 룰북 내에서의 이에 대한 관점을 빌려오자면, 허무주의적인 러브크래프트적 세계관과,

전통적인 선과 악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빛을 발하는 타입의 비-신화적 공포의 요소는 잘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임. 

예를 들어서 성수나 특정 종교의 퇴마 의식이 특정 초자연체에게 통한다면 그것은 크툴루 신화물 내에서 과연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의문이 들 수 있음.  흡혈귀에게 효과가 있는 성수는 야훼가 일종의 신격체로 존재하기 떄문에 그런 걸까?

그렇다면 성수로 축성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마법적 의식인데 다들 그냥 하던 거라고 정해야 하는 걸까? 뭐 그런 거 말이지.

물론 골치 아픈 거는 적당히 넘겨도 되고, 일단 비신화적 공포와 신화적 요소가 좀 잘 섞인 예로 기차여행물 캠페인에 나오는

페날릭 같은 사례도 있는데, 대체로 그렇게 잘 스까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보고, 카오시움도 그 점은 인정하는 듯.

물론 나쁜 벗바가 좀비같은 거 좀 데리고 나오는 건 지나치게 쉽고 흔하니 제외한 거.


그래서 카오시움에서 내놓았던 블러드 브라더스 1~2편 같은 시나리오집은 아예 "비-신화적 공포"에만 집중해 다루면서

그냥 크툴루 신화 자체를 빼다시피하고 내놓았던 물건임. 애시당초 공포영화 오마쥬 시나리오집이고, 크툴루의 자취 쪽에서 

이런 비신화적 공포들 주제로 다루는 서플먼트인 "영화세계의 그림자(Shadow over filmland)"도 펄프 모드에 가까운 느낌임.

물론 키퍼가 능력이 된다면 이걸 잘 스까해서 낼 수도 있겠지. 예를 들어서 미이라가 되었다 사악한 마법으로 깨어난 사교도나

뭐 그런 식으로 말야. 근데 자신없으면 그냥 둘 중 하나는 포기하면 편함. 당연히 더 좋아하는 쪽을 남기고 진행하면 되겠지?


아니 왜 이걸 CoC로 해?

다만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뭔가 CoC의 심상을 전혀 공유하지 않는 듯한 걸 CoC 룰북으로 해 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음. 판정법이나 그런 게 매력적이라고 해도(그럴지는 잘 모르겠다만), 사실상 CoC와 큰 차이가 없는

메커니즘을 쓰는 "공용룰" 개념으로 존재하는 Basic Roleplaying(http://www.chaosium.com/basic-roleplaying-pdf/)이

아직은 안 갈려나갔거든. 좀 있으면 이거만 따로 안 팔거라고는 하는데, 이런 게 아직은 있는 시점에서 솔직하게 호러도 아니고

크툴루도 안 나오는 물건을 굳이 CoC 룰북으로 돌려야 할 이유가 없잖아. 거기다 겁스나 페이트, 야만세계 같은 다른 공용룰도

한국어판이 있는 시점에서는 더 그렇고. 그러다보니 굳이 "딱히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서 고생하며 춤출 필요는 없다고 봄.  


특히 아예 CoC밖에 배운 게 없는 거도 아니고, CoC도 모르는 상태에서 쓰라고 나와있는 멀쩡한 룰을 놔두고 CoC를 배워서

CoC와는 딱히 심상도 겹치지 않는 걸 해보고 싶어한다면 그냥 처음부터 멀쩡한 그쪽 계열 룰을 배워서 시작해야하지 않나 싶음.

그래 페이트해라 페이트. 겁스는 돈 들잖아.


3줄 요약

원래 기본적인 크툴루의 부름 플레이는 "제대로 된 러브크래프트적 공포물"이 기본이 되지만 예외도 있음.

좀 호러성을 줄이고 약을 빠는 펄프모드든 크툴루 버리고 흡혈귀하고 놀든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못할 거도 아님.

근데 둘 다 내버리는 방향으로 갈 거면 BRP 등의 공용룰 냅두고 굳이 CoC 룰북을 사서 돌릴 필요성을 잘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