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서 악성향을 하지 말란 거냐?


해도 된다. 하고 싶으면 마음껏 해라. 룰로 금지된 것도 아니고 버젓이 존재하는 성향인데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근데 악성향 하고 싶으면 최소한 내가 어떻게 이 파티에 융화될 수 있는가 정도는 생각하고 와라.

파티원들만은 소중해서 도 좋고, 돈을 위해서 따라간다 도 좋고 뭐든 좋다. 뭐가 됐든 함께하는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낼 유인을 만들어라. 다른 사람의 PC는 니 캐릭터가 소통장애자마냥 화내고 떼쓰는 거 받아주려고 있는 게 아니다.

꼭 라그나같이 "제 캐릭터 RP인데 제 맘대로도 못하나요?" 라고 묻는 새끼들 있는데, 저런 생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파티를 이룬다" 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강제적인 설정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라그나나 그란마냥 오만방자하게 구는 사람은 그냥 집단에서 내쫓긴다. 상식적으로 그게 당연한 귀결인데, 저런 새끼들은 마스터가 자연스러운 응보를 내면 무슨 전개가 이따위냐며 지랄발광을 한다. 니가 니 캐릭터 RP 맘대로 할거면 나도 내 플레이 전개 내 맘대로 낼 권리가 있는 걸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이새끼들은 자연스러움을 핑계로 내 똥꼬를 남이 닦아주길 원하는 병신새끼들인거다.

이건 굳이 RPG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공통되는 원칙이지만, 니 행동과 위시에 대해서 네가 책임을 진다면 아무 문제될 게 없다. 근데 니는 니 하고싶은 걸 하면서 수습책임은 남에게 떠넘긴다면 그건 구역질나는 쓰레기짓이다. 악성향, 혹은 대립 RP를 하고 싶다면 갈등이 어떻게 해서 해소될 수 있는지, 그리고 대립 RP에 불편함을 느끼는 플레이어는 없는지 정도는 사전에 확인해라.

그리고 DM이 안 좋아하는 티 내면 가능하면 딴거 좀 하고.



2. 전투는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가?


이거는 좀 애매한 문제다. RPG에서 즐겜충과 빡겜충의 대립은 유구하며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다. 이건 특히 댄디같은 데이터류 룰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전투를 RP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타입은 행동에 철저하게 개연성을 따지려 드는 반면, RP와 별개로 게임적/전략퍼즐적 요소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개연성을 좀 희생하더라도 전지적 관점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려 한다. 보통 어느 한쪽 극단까지는 좀처럼 안 가고 RP주의와 G주의가 일정 비율로 섞여있는 편인데, 이 비율은 사람마다, 팀마다, 커뮤마다 다르다. 그리고 누가 옳냐 그르냐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마스터에게 이 팀은 어떤 성향이냐고 물어보고, 거기에 맞춰라. 마스터가 전투는 개연성있게 해야 한다고 하면 그리해야하고, 충격받아서 멍때리는 RP 하지 말라고 하면 그대로 해야 한다. 

이 문제는 그레이존과 똑같다. 어느 쪽도 확실한 당위성이 없기 때문에 DM 판단에 따라야 한다. 맞추기 싫으면 팀을 나가라.



3. 마스터가 잘못된 룰링을 하는데 가만 있어야 하는가?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

물론 네 룰 지식 하에서 "실제 룰은 이러이러해요" 라고 말하고 생각을 바꿀 것을 건의할 수도 있다. 근데 마스터가 안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던월 진행시 마스터가 모든 엑스트라한테 능동굴림을 허용한다 해도 그가 그걸 스타일이라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나중에 탈갤와서 씹든 뭘 하든 상관없는데 그 자리에선 가만히 있어라. 도저히 못 받아들일 것 같으면 차라리 왜 그것이 받아들이기 힘든지를 조곤조곤 설명하고 설득해라. 그냥 "룰이 그러니까"는 이유가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데, 룰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룰은 도구다. 마스터가 세션에 필요할 것 같으면 차용하고 아니면 마는 거다. 댄디류에서 환경/갑옷착용 룰 같은 거 일일이 적용하기 귀찮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패스할 수 있다. 룰은 합의의 기준이 되어야지 분쟁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렇다고 이걸 "마스터는 룰 따위 씹고 멋대로 해도 돼" 라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내가 닥치라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세션 내에서 닥치라는 것이다. 끝나고 나서 룰 토론을 열든 키배를 뜨든 니 맘대로 해도 좋다. 근데 세션 하는 도중에는 조용히 해라. 룰 갖고 싸우기 시작하면 니나 마스터만 피곤한 게 아니라 플레이 참여중인 모두가 피곤해진다. 끝나고 말해야 둘만 피곤하고 끝날 수 있다.

이건 굳이 룰뿐만이 아니라 다른 불평불만 모두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마음속의 노트에 적어놨다가 끝나고 얘기해라. 끝나고 까먹으면 어떡하냐고? 까먹으면 좋은거지 뭘 어떡해;; 고작 몇 시간도 못 버티고 잊어버릴 정도의 사안이면 애초에 대단한 짜증이 아니었다는 거니 굳이 떠올리려 들 필요 없다. 싸우는 게 좋은 별종이 아닌 이상 말이다.




이거저거 말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내 즐거움을 생각하는 만큼 남의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욕먹을 이유가 없다" 라는 게 핵심이다. 남이 내 RP나 행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면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해결책/타협책을 찾자. 이 원칙만 지킨다면 10살 로리마법사를 하든 뭘 하든 재밌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