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까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자작룰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많아. 나도 자작룰을 그렇게 증오하지도 않고 말야. 다만 그 옹호자들의 논리는 대부분 이 두 개 정도로 압축돼.


1. 개인의 창작 활동을 니가 왜 일해라 절해라 함?

2.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룰은 모두 결국 누군가의 자작룰인데, 그럼 D&D도 까보시지?


자작룰 메이커들을 위한 좋은 변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TRPG 좀 오래 한 사람들은 그렇게 자작룰이랍시고 뭔가 들고오면 문제가 생긴다는걸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에, 자작룰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거야. 자작룰 메이커들이 자작룰이랍시고 신나게 들고와서 보여주는 룰들 대부분은 사실 시중에 '이미 나와서 팔리고 있는' 룰의 하위 호환에 불과할 뿐인 경우가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기가 막힌 판정 규칙을 제가 고안했습니다 퍄퍄'에 불과해.


 전자에 해당하는 자작룰의 경우, 기존 룰의 하위 호환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에서 플레이할 이유는 없고, 후자의 경우 그 '기가 막힌 판정규칙 퍄퍄'는 사실 메이커 본인에게만 기가 막히게 느껴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야. 그리고 후자의 경우 더 악질적인 사례가 있는데, 그 '기가 막힌 판정 규칙 퍄퍄'는 자작룰 메이커 본인의 어떤 환상을 구현하기에 최적화되어있을 뿐이라는거야. 그 환상이 뭐든 게임 플레이 중에 작동되어야 의미가 있는건데, 그 자작룰은 그 환상만을 구현하기 위한 규칙 하나 덜렁 들어있는 주제에 자작룰이라는 타이틀을 덮어쓰고 있을뿐인거지.


 요약해보자면, TRPG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작룰이란 '기존 룰의 하위호환' / '제작자의 소중한 정액이 담긴 휴지뭉치'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아. 극소수는 분명 읽을 가치가 있고, 그 중 일부는 출판되어 팔리기까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극소수일 뿐이고, 나머지는 읽을 가치가 없어.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문제가 발생하는데, TRPG 하는 놈들 중에 '혼모노'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지. 특히 '룰 제작 부심'에 가득찬 '혼모노'는 그 중 가장 악질이라고 볼 수 있어. 이런 부류의 혼모노들은 자신이 혼신의 힘(웃음)을 다해 제작한 룰에 대한 비판을 견디지 못해. 자신이 제작한 룰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모욕한 불특정 다수의 TRPG인들에게 분노를 토해내.


 똥같은 룰을 읽고 피드백을 해줬더니 오히려 모욕만 받은 TRPG 인들이 취할 스탠스는 어떨까. 당연히 점점 자작룰과 그 제작자들을 혐오하기 시작하겠지. 거기서부터 자작룰 혐오 / 자작룰 멸시 문화가 시작되는거야. 게임 회사도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 기획서 공모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99.9%가 '재미'는 둘째치고 기획서로서의 기본 요건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해. 자작룰이나 게임 기획서나 비슷할거야. '혼모노'들의 딸감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서 말이야...


 여튼 두서없지만 TRPG인들의 자작룰 혐오 문화에 대해 두서없이 작성해봤어. 다시 말하지만 난 자작룰을 별로 싫어하지 않아. 좋아하지도 않지만 말야. 하지만, 내 주변에 나한테 자기 자작룰을 들이밀고 피드백해달라며 덤비기 시작하면 스탠스가 바뀔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