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좋은 초보 썰 쓴 놈임. 마스터를 하다가 만난 사람들은 샐수도 없지만 개중에서 기억에 남는 플레이어들을 썰로 푼다. 발암썰은 안쓸거임. 이 갤은 라그나로 충분하다....

때는 예전에 페이트 코어 룰로 2개월짜리 세션을 계획했을 때에 인원을 모았음. 지인 3분 모시고 나머지 한명을 채우려고 한명을 구인했는데 초보는 아닌듯 한 플레이어가 플에 끼게 됬음.

배경은 스팀펑크로 잡고 이제 막 머스킷의 형태로 총기가 개발되던 르네상스 시간대를 배경으로 잡았지만 왕정의 개념이 사라지지 않은 독자 세계관을 잡았었음.
쿠데타를 일으킨 후에 왕권을 잡고 폭정을 휘두르는 군정국가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들의 이야기라는 내용으로 플 내용을 잡고 캐릭터 메이킹을 하는데

새로 모집한 분이 대뜸 14살짜리 여자아이를 캐릭터로 내겠다고 선언함.
그 짧은 순간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뢰를 제대로 밟은건가 싶고 막... 캐릭터 이미지를 보니까 마비노기 나오 이전에 뭐라더라 그거였음. 캐릭터 딸하러 온 사람인가 싶고 막... ㅠㅠㅠㅠ

이제 캐릭터 설정을 풀기 시작하고 면모를 작성하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거임.

[마지막 왕녀]
[복수심만이 남은 여자아이]
[작고 왜소한 몸집]
[몸이 기억하는 귀족식 예절]
[왕가의 상징물]

이때부터 느꼈지. 이 사람은 그럴듯한 이유를 가지고 14살 짜리 여자아이 캐릭터를 하려는 거구나... 하고.
조금은 납득했지만 아직은 긴장을 놓지 않고 첫 플에 들어갔는데, 굉장했다.

평소에 동료들에게는 어린애 같은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하다가 간혹 가다 아이 같은 모습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역발현이 일어나거나 상황이 흘러가는 식이 되니까 의외로 재미있더라. 게다가 평소에는 타 pc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과 형태로 행동하니까 다른 플레이어분들도 흥미롭다는 반응이었고 말야.

플이 진행되면서 쿠데타로 멸망한 왕국의 대신과 만나게 되니 역발현보단 발현할 기회가 많아지고 반란군이 될 군세를 모으기 시작했거든. 거기서도 아이다운 모습보단 왕녀다운 모습을 내세워서 파티에 공헌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간 중간 드러나는 그나마 어린애 다운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어린애라고 해서 파티에 피해가 된 일보다는 작은 틈새에 숨어들거나 안보이는 데에 숨어서 적을 방해하거나 하는 식으로 활약하니까 저격수 내지 도적같기도 하고.

전 왕녀님이라는 설정이 붙으니까 발현과 역빌현할 요소도 풍부하고 말야. 물론 14살밖에 안되면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에도 왕녀라기엔 꽤나 당찬 성격이었다는 백스 때문에 납득할만 했고 말야.

결국 마지막 세션에서 군정국가의 수장에게 총탄을 박아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14살 여자아이는 마지막 복수를 할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는 rp가 나왔다.

\"여기서 당신을 쏘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복수를 이룰 수 있을거야. 당신은 죽어 마땅해. 하지만 난 당신을 직접 죽이지 않을거야. 여기서 방아쇠를 당기면... 나도 역사에 너와 똑같은 사람으로 기록될까봐 무섭거든.\"

결국 이후에 쳐들어온 반란군세에 의해 수장은 공식적으로 평화로운 왕국에 쿠데타를 일으킨 죄로 왕가에 의해 처형당하는 결말. 처형장에서 모든 pc는 나름의 rp를 했지만, 14살 여자아이는 결국 마지막에 와서야 애처럼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세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후에 다른 플레이어도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이했지만
이 여자애는 마지막 왕녀로써 왕위에 올라 부모의 뒤를 이어 왕국을 통치하기 시작한다는 결말을 맞이했다.

결국 난 여기서 캐릭터의 설정은 정말 짜기 나름이구나... 라는거 하고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는거.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만드는건 외형이 아닌 성격과 행동이구나 라는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

지금도 그분과는 플을 하고 있다. 내가 굴리는 중편에 참여 중이시지. 난 복받은 놈인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