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턀갤에서도 평소에 자기가 관심 있는(즉, RPG를 할 때도 주로 할 만한) 장르의 영화나 미드 같은 거 자주 봐서 교양을 쌓아두면 캐릭터의 행동이나 상황을 묘사하는데 좋다고 자주 이야기했었는데, 간만에 한가한 김에 ‘그래서 그런 걸 볼 때 어떤 부분을 주목해서 봐야 하냐’에 대한 글을 싸보겠음ㅇㅇ 캠페인의 장르랑 파워 레벨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한데, 기본적으로 ‘마법을 쓴다거나 사이보그화했다거나 뭐 그런 거 없고, 기본 신체 능력도 비교적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주로 나오는’ 캠페인을 전제함. D&D를 한다 해도 저레벨 로우파워 세팅에서 중저렙 전사나 로그 계열로 플레이한다면(마스터의 경우 그런 NPC를 굴리는 상황이라면) 대충 이 전제에 속하는 걸로 친다.


1)몸 쓰는 액션

이능력이나 초과학 같은 거 배제한, ‘현실적으로 뛰어난 캐릭터들이 뛰고 달리고 오르고 구르고 주먹질하는 장면’을 묘사할 때에는 007 시리즈(옛날 꺼 말고 다니엘 크레이그 나오는 신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 UFC 중계(유튜브에 영상 많이 돌아다닌다), 비교적 현실적인 액션 영화(‘아저씨’ 같은 거) 같은 거 보면서 그런 장면에서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잘 봐두고 플레이 상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왔을 때 따라 해라. 예를 들어서... 플레이하면서 절벽에서 밧줄 하나에 매달린 채로, 역시 밧줄을 몸에 묶은 적과 추격전 펼치는 상황 같은 거 종종 나오지? 왜 영화 <도둑들>보면 김윤석이 몸에 케이블 묶고 아파트에 매달려서는 베란다 난간이나 환풍기, 에어컨 실외기 같은 거 붙잡고 디뎌 가면서 추격전 펼치는 상황 있잖아. 그걸 지금 상황에 응용해서는 “줄에 매달린 채 허공에서 몸을 흔들어 반동을 붙이고는, 발이 닿는 곳의 바위를 박차고 옆으로 뜁니다. 손을 뻗어 절벽 중간에 자란 나무의 가지를 붙잡고, 줄이 버텨주기를 기도하면서 휘어지는 나뭇가지의 반동으로 나무 반대편으로 넘어가요. 다리를 벌려 몸의 무게중심을 옮겨서 줄이 꼬이지 않게 하고, 그 쪽에 튀어나온 돌을 잡고 발판이 될 만한 곳에 몸을 고정시키고는 한 손으로 권총을 뽑아듭니다.” 라는 식으로 주르륵 묘사하는 거지. 


물론 즉석에서 이런 묘사 휙휙 떠올리기 쉽지 않은 건 아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이 캠페인 분위기가 어떻고 어떤 장면이 자주 나올지 팀원들과 충분히 이야기해둬야 함. 그래서 대충 가닥이 잡히면 플레이 전에 머릿속의 DB를 한 번 점검해 보고, 플레이 중에도 잠깐 유튜브에서 ‘올드보이 장도리’ ‘아저씨 차태식 화장실 격투’ ‘데어데블 계단 격투’ 라는 식으로 검색해서 한번 복습해 본다거나 하는 것도 좋고.

           

2)총격전

RPG 플레이에서 총격전은... 일단 대중적인 D&D 같은 경우는 룰 자체가 근접전 친화적이고(당장 무기 목록 봐라, 근접전용 냉병기 종류가 더 많냐 활이나 석궁, 혹은 총기 종류가 더 많냐) 전장 환경도 걍 평지에서 몸 노출하고 치고받는 경우가 많은데(물론 D&D에도 사격전에 영향을 줄 만한 룰 상의 팩터들이 이거 저거 많긴 한데 내가 봐온 D&D 마스터들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보다는 은엄폐를 활용할 만한 지형적 요소들이 이거저거 있어야 더 재미있더라. 이런 전제 하에 RPG에서의 총격전은 대개 둘 중 한 양상을 띔. 첫 번째는 총질을 한다는 거 자체가 그 캐릭터의 개성 내지는 강점인 거. 두 번째는 전원 총을 비롯한 장거리 전투 능력이 어느 정도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게 중시되는 거.


첫 번째 방식일 경우는... 사실 참고 매체를 봐두고 자시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다. 현대전 내지 근미래전 플레이라면 어지간해선 룰북에도 현실의 총기나 그 발전된 버젼 데이터가 실려 있을 테고, 인터넷 검색 같은 걸로 해당 총기의 제원을 봐두고는 그걸 반영해서 “열피 넘게 들어가는 반자동이군, 무난하고 좋은 총이지. 탄도 구하기 쉽고” 운운하는 대사 치는 정도(소소하게 캐릭터성을 드러낼 수는 있어도 이야기 전개상의 의미가 있을 만한 묘사까지는 아니지).    


하지만 두 번째 방식이라면 꽤 참고할 만한 게 많다. PC 간의 유기적 협력이 중시되는 근현대~근미래 전쟁물 플레이 같은 거 할 때+‘직접 베고 쏘고 죽이는 데엔 도움이 안 되지만 여전히 전투에 관련된’ 능력(전술지휘 능력, 관찰력, 정찰 드론 조종능력, 전투차량 운전능력 같은 거)에 관한 지원이 충실한 룰로 플레이할 때 특히 빛을 발하는데, 분대 단위 전투 씬 묘사가 많은 전쟁 영화 몇 편만 봐도 따라할 만한 간지가 있는 장면들이 많다. “지금 지형이 좁은 복도죠? 제 캐릭터 A는 통로 모퉁이에 숨어서 반대편 복도 끝의 적들에게 제압사격합니다” “제압사격하면 그동안 적들은 반대편 모퉁이에 숨어 있겠죠? 그럼 A가 제압사격하는 동안 제 캐릭터 B는 A의 화선에 걸리지 않는 동선으로 접근해서 그쪽 모퉁이에 수류탄 굴려놓을게요.” “제 캐릭터 C는 B 뒤에 붙어 접근해서, 복도 가운데 빈 방 안으로 들어가 머리랑 총구만 내놓고 지원사격 준비합니다” 라는 식으로. 스와트 팀이나 대테러 부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서적도 찾아보면 좀 있다. 추천 작품은 블랙호크 다운, 허트 로커, 에너미 엣 더 게이트와 아메리칸 스나이퍼(이 둘은 저격수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이라 PC들 전반이 고루 활약해야 하는 RPG에서 바로 써먹긴 힘들지만 전장과 군대의 분위기 묘사에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 반면 같은 전쟁 영화여도 주인공이 지휘관이라거나 해서 분대 단위의 소규모 전투보다는 전체적인 전황 묘사나 정치적 갈등 같은데 분량 할애가 많은 작품은 참고할 껀덕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    



PS=원래는 썰 푸는 김에 잠입 침투나 교섭이나 사기 치는 장면 같은 것에 대해서도 좀 써볼까 했는데... 액션 씬은 해당 작품의 전체 스토리라인에서 떼내서 그 부분만 따로 봐도 상관없는 경우가 많지만(보통 화려한 액션은 관객 눈 즐거우라고 넣는 거니까) 그런 건 해당 작품의 스토리라인에 최적화되어 있거나, 팀 단위(RPG에선 파티 단위)가 아니라 원탑 주인공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상황 별 패턴’을 정리해 놓기 난해하다. 예를 들어서... 미션 임파서블에서 ‘벽이나 바닥에 접촉하면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서 줄에 매달려서 해킹하는 장면’ 있지? 명장면이긴 하지만 RPG 플레이에서 이거 흉내내려면 딱 그런 제반 상황이 재현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잘 없거든. 하지만 액션, 총격전은 그러한 제반 상황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 써먹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