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하스터 이야기가 나왔기에 좀 풀어보는 크툴루 신화 관련 썰.
짤방은 웬 개독이냐.... 하는 놈도 있을 텐데, 사실 저 분은 종교학자이자 러브크래프트 및 크툴루 신화 연구의 본좌임....
물론 종교학 쪽에서는 "다중 예수 설"로 더 유명하고, 그래서 이렇게 한국 TV의 종교 관련 다큐에 출연한 짤방이 나왔음.
그래서 이 분의 기준에 따르면 크툴루 신화는 1-2단계로 구분 가능하며, 대체로 많은 크툴루 신화 해석이 그 내용을 따름.
1단계 - 엄밀한 의미의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 Proper)
쉽게 말해서 러브크래프트가 생전에 직접 설정이나 그런 걸 다루던 시기를 말함. 러브크래프트는 우주는 별 목적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체제라고 보았고, 인간은 그것을 절대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관점을 가졌음.
그리고 그 한계 덕에 우주적 진실과 마주하면 인지 부조화인지 과부하인지를 일으켜서 맛이 간다는 거였고. 쉽게 말해서
꿈도 희망도 없다 그런 이야기임. 넌 네가 기어다니는 게 냉장고 위인지 전자레인지 위인지도 모르는 벌레라는 거.
좋든 싫든 이 시기는 러브크래프트가 멀쩡히 살아있었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이 이 시기에 쓴 것들 중 "크툴루 신화"에
속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거나 러브크래프트가 보고 좋다고 생각해서 글에 집어넣은 것들임.
예를 들어 C.A 스미스가 하이퍼보리아 쪽 다루려고 만든 신격체인 차토구아(Tsathoggua)는 러브크래프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Whisperer in the Darkness)에서 맨 처음 나왔음. 왜냐면 C.A 스미스가 차토구아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이 완성된 상태에서 출판이 좀 늦어진 사이 차토구아에 대해서 들은 러브크래프트가 그걸 언급하는
작품을 먼저 출판했거든.......
또한 이 시기 신화의 틀에 대한 해석은 좀 갈리는데, 예를 들어서 러브크래프트가 일종의 만신전(Pantheon)을 만들려고
했다는 관점도 나오고, 그런 고정된 틀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그러긴 함. 한편 프라이스 선생은 이 시기의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던세이니적", "아캄 중심" "크툴루스러움" 등으로 구분함. 잘 모르겠다면 "드림랜드스러움",
"그냥 아캄 배경", "우주적 공포" 정도로 이해해도 될 것 같음.
2단계 - 우리가 좀 더 잘 아는 크툴루 신화
그리고 러브크래프트가 죽고 난 뒤, 나이 차이는 좀 났지만(대충 20살 가량) 친하게 지냈던 어거스트 덜레스가 이 세계관을
이것저것 수정하면서 키워나감. 대표적으로 공헌한 게 출판사들이 러브크래프트 작품들 찍는 거 별로 원치 않는 눈치니까
아예 자기가 친구하고 아캄 하우스 출판사 세워다가 러브크래프트 작품들 찍어낸 거.....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는 대표적인
후대 작가들, 그러니까 램지 캠벨 옹이나 브라이언 럼리 옹같은 양반들이 이 양반 도움을 많이 받았음. 물론 아캄 하우스의
신세를 진 작가 중에 가장 유명한 건 레이 브래드버리가 아닐까 싶지만.
한편 세계관 쪽에서는 가히 "덜가놈"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을 했는데, 기존의 러브크래프트적인 세계관에다가
"꿈과 희망"이랍시고 엘더 갓(Elder God)의 개념을 추가하고, 1단계에서 러브크래프트하고 친하게 지내던 작가들의 작품을
좀 더 많이 편입해 오고, 그러면서 우주적인 4원소설의 개념도 집어넣었음. 이 새퀴가 창조 / 정립한 신격체들의 면면을 보면
그런 게 확 드러나는데, 이타콰(Ithaqua)나 하스터(Hastur)가 바람과 연결되고, 크투가(Cthugha)는 불과 관계됨. 그래서
"크툴루는 물 속성인데 왜 물 속에 갇혀있나요" 같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나오게 만들었음. 편입도 잘 되기만 한 건 아니어서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에서(At the mountains of madness)를 보면 옛 것(Elder thing)들이 지구의 생명을 창조했다
(that they first created earth-life—using available substances according to long-known methods)고 언급되지만
C.A 스미스의 우보-사툴라(Ubbo-Sathla)에서는 이놈이 지구 생명의 기원이라는 게 암시됨. 근데 덜가놈이 우보-사툴라를
가져오면서 이제 지구 생명의 근원은 뭐가 맞냐?는 의문이 나왔고 후대의 설명은 둘을 적당히 스까해서 제시할 수밖에 없어짐.
그나마 프라이스 선생 같은 경우 "야 러브크래프트도 광기의 산맥에서 보면 우주 전쟁같은 거 떡밥 던지고 그랬잖아"라고
엘더 갓 관련 내용은 좀 편들어주는데, 그거는 저게 기독교적 선악 개념과 연관되고 이 양반이 원래는 종교학자라 그런 거도
좀 있고.... 다른 평론가들 중에는 진짜 덜가놈 취급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좀 있음. 거기다 러브크래프트의 유고를 바탕으로
"사후 합작자(posthumous collaborator)"라면서 작품들도 둘 명의로 같이 내고 그랬었는데 그게 진짜 러브크래프트가 쓴 거
기반인지 덜가놈이 고인 이름만 갖다 썼던 건지 알 게 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럼. 문제는 그렇다고 이 덜가놈과 그 후대를
내치면 볼 게 많이 없어짐. 우리의 친구 이'골로냑이나 슈드 므'엘이라든가 크투가라든가 그런 애들을 다 컷해야 하거든.
물론 나는 컷해도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만.
코믹미켓에서 판매되는 2차 창작 동인지들이나 덜레스 이후의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이나 마찬가지니까. 동인파락호놈들은 동인지 팔아먹으려고 설정 막 갖다 붙이고, 더쿠들이 나의 아스카짱은 그러지 않아 하고....
현대인 이 시점에선 덜레스 계파를 잘라내는게 가능한 것도 아니고 의미도 없겠지. 다만 기존의 고딕호러나 후의 어반 판타지 세계관들과의 구별되는 요소들이 정체성으로 여겨질텐데 이건 역시 덜레스 쪽보다 러브크래프트쪽이 짙게 드러내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