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가 전투에서 적들을 어떻게 움직일지엔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할텐데, 이걸 GSD 삼단 모형으로 나눠보겠음.
1) 게임성
괴물 진영이 이기기에 가장 유리하고 효과적인 행동을 택하는 것. 즉 플레이어와의 전술 대결. 디앤디가 태동한 "미니어처 워게임"과 같은 양상이라고 볼 수 있음. 마스터는 인정사정없이 최대한의 효율성을 발휘해 적을 움직이고, 플레이어들은 그걸 뚫고 이기는 게 목표. RPG의 "게임성"을 얘기한다면 이런 측면이 아닐까? (솔직히 전투 외의 부분에서도 '게임성'이라는게 성립하는지는 좀 의문이지만...)
2) 모사성
각각의 적 NPC의 입장에서 가장 할법 한 선택을 하는 것. 이따라 괴물이라면 이 캐릭터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라는 로직. 예를 들어 지능이 떨어지는 괴물이라면 당장 눈 앞에 있는 전사 PC에게 달라붙겠지만, 지능이 높은 적이라면 후방의 약한 마법사 PC를 노릴 수 있는 것. 비슷하게 개개 괴물의 성향에 따라 일찍 사기를 잃고 도망칠지 죽기까지 싸울지 달라질 수도 있겠지. 여튼 요는 실제로 각각의 적 캐릭터가 움직일 법한 현실을 모사하는 것.
3) 서사성
극적으로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방향에 따라 적을 움직이는 것. 예를 들어 마스터가 일부러 강한 적을 내보내 PC들을 압살할 듯 압박하지만, "PC의 극적인 승리"를 위해서 결정적인 한 방은 안 날리고 간간히 봐준다든가. 위의 게임성이나 모사성엔 조금 안 맞더라도, 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행동을 조율하는 걸 들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주사위 굴림이나 대미지, 데이터 수치를 살짝 조작할 수도 있음. ('헉, 크리티컬 순살되면 너무 싱거우니까, 보스 HP를 살짝 늘리자.')
물론 실제 플레이에선 게임성, 모사성, 서사성을 모두 고려해서 적을 움직이게 된다. 아무리 게임주의 마스터라고 해도 우둔한 적이 너무 전술적으로 움직인다든가 하면 플레이어들이 반발할 것... 서사성을 추구한다고 해도 대놓고 티가 나면 효과가 반감되는 거고...
결국 저 3가지 요소를 포함해서 마스터가 그때그때 제일 적절한 방식으로 적을 운용하는 거고... 그게 RPG의 재미 중 하나겠지. 헤이트 시스템이나 디앤디 4판의 마크는 마스터의 전술 운용에 어느정도 방향성을 주는 건데... 오히려 저 3요소를 모두 아우르기엔 불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으음, 1과 2는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3은 뭔가 좀 안 맞는 느낌이? 서사성이라는 말에 대한 정의가 미묘하게 내가 느끼는 거랑 다른 듯... 사실 오늘 턀갤에서 오간 얘기만 해도 사람마다 미묘하게 '서사'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 같았지만...
서사주의는 플레이 도중에 일어나는 일들로 만족스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고, 이게 전투에 적용되면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이야기 상으로 재미있을까?" 라고 생각함. 보통 모험담에선 PC들이 역경에 처했다가 역전해서 극적으로 이기는 식의 구도를 추구하기 나름이고, TRPG 전투에서 일부러 그런 연출을 유도한다면 서사주의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여튼... PC들이 전멸할 것 같은 위기에서 적당히 봐준다든가, 혹은 보스가 너무 싱겁게 끝날 것 같은 데서 적당히 수치를 바꾸거나 하는 건, 1) 게임성이나 2) 모사성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부분이라고 봄. 게임성은 정진정명 서로가 최선을 다해 전술 싸움을 한다는 데서 성립하는 거니까...
ㅇㅇ 나는 그것도 게임을 운용하기 위한 테크닉의 일부라고 생각했음. 아무래도 택틱 운용이라는 파트는 서사적 요소와 가장 거리가 먼 부분일 테니까... 아무튼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했음
무슨 WOD 웜-위버-윌드처럼 존엄하신 삼신이 존재하심을 전재로 하고 거기에 끼워맞추려는 것 같네. 이쯤되먄 신앙?
모사나 서사를 게임성이랑 동등한 위치에 두려고 하니까 전투 외에 게임성은 존재하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헤이트 시스템은 모사성 서사성을 완전히 날려버린다는데서 최악으로 치고싶고, 개인적으로는 모사성을 따르거나 아예 주사위로 정해진 범주내에서 행동을 결정하는 PC들이 전략적 대응이 가능한 수준에서의 무작위성이 가미되는게 좋다고 봄.
까놓고말해서 1의 게임성을 따지자면 GM은 사실 맘만먹으면 PC를 죽여버릴수가 있음. 그럴바엔 차라리 정해진 범주에서 무작위적인 액션을 까되 그 범주의 설정을 모사성에 따라 지정하는게 옳다고 봄.
이렇게 보니 고조 주사위는 정말 좋은 시스템인 거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