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PC들을 굴려보는 방법에 대한 잡생각 조금 끄적거려 봄. 


상황 강제하기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 뭔가 공격적 / 적극적 대응을 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거. "아니 그거 레일로드 아님? ㅡㅡ" 같은 

뻘소리할 놈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이것은 저학력룰... 아니 던전월드의 "첫 세션" 항목에도 그러라고 쓰여있음. 왜냐하면 

방어적 /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플레이어는 대개 자기 캐릭터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NPC의 운명따위는 알게 뭐냐는 

태도고, 파티원을 대상으로도 그럴 지 모르지만 일단 자기 캐릭터에 문제가 생길 거 같으면 대응을 하게 되어 있거든. 

간단한 예를 들어서....


<간단한 예시>

흔한 파티가 여관에서 각자 "긴 독백"을 늘어놓는데, 마스터가 들어주기 질렸다고 치자.

마스터 "네... 여러분이 여관에서 뻘짓을 하는 사이, 피투성이가 된 용병 하나가 대검을 들고 뛰쳐 들어옵니다."

라그나 "핏빛머리의 식인엘프들이 이곳을 포위했소! 다들 맞설 준비를 해야 하오!" 

<이하 생략>


그리고 이렇게 상황에 강제로 밀어넣는 것은, PC들의 적극적 대응을 유도하는 다른 수단의 밑바탕이 되기도 함. 

그거는 아래에서 보자. 


적극성에 따른 추가 보상 주기

일단 소극적 대응으로는 절대로 주지 않을 보상을 생각해 놓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그 대가로 그런 보상을 주거나 혹은 

똑같이 실패해도 그 대가를 예상보다 덜 가혹하게 치르게 하는 거임. 근데 일단 이걸 하려면 PC들이 적극적으로 뭘 해야 

그에 따른 보상을 주든 말든 해 볼 테니까, 적극적인 대응이 나오는 게 선제 조건이니 필요하다면 최소한 한 번은 상황에 

밀어넣어야 해. 이것도 다시 예를 들어서...


<간단한 예시>

위의 파티와 NPC들이 여관에 몰려온 식인엘프를 막아냈다고 치자. 그러고나서 전리품을 뒤져봤더니만 <적녹흑색의 부적>이 

나온다거나, 여관에 있다 파티덕에 살아남은 상인이나 여관 주인이 녹색의 마법 등불을 감사의 표시로 준다거나 그러는 거지. 

물론 파티가 그냥 식인엘프들의 포위망을 뚫고 자기들만 도주했다면 그런 건 다 식인엘프들의 손에 들어가거나 원래 주인의 

손에 그대로 있을테니까 앞으로 볼 가능성이 별로 없을 테고.


새로운 상황의 연쇄 반응 일으키기

이건 또 다른 방법인데, 전에 밀어넣은 상황의 결과로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지게 하는 거임. 그러면 PC들이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도 대처를 해야 되겠지? 이게 지나치게 레일로드가 되는 것이 걱정된다면 충분히 상황이 안정화 될 만한 상태가 됐다 

싶을 때 연쇄 반응을 끊으면 되고, 아니면 상황을 여러 개 제시해도 됨. 다시 위쪽에서 이어지는 예를 들어서...


<간단한 예시>

파티는 식인엘프들을 물리치고 부적도 얻었지만, 그 사이 여관의 NPC들은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했음. 예를 들어서 장신구를 

닦아주거나 판매하는 상인 "조던"은 야생 아이돌이나 식인엘프 같은 위험한 생물들을 피해 무사히 상품을 운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중이고, 여관 주인인 "가드너"는 경호원 없이 마을과 떨어진 여기서 장사를 계속 하는 게 불안하다고 생각하게 됐음. 

"라그나"의 동료인 "스튜어트"는 부상당한 라그나를 안전하게 근처 마을로 데려가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고. 그래서 

셋은 각각 파티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안함. 


조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해안 도시"로 갈 거고, 가드너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여관을 거점(숙박비 무료)으로 그 주변 지역을 

다루는 플레이가 진행될 거고, 스튜어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모고"라는 마을으로 갈 거임. 물론 어디로 가든 다른 곳으로 가는 

과정이 끝나면 일단 식인엘프 이야기는 한동안 안 나올 거고, 그냥 모두의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행보를 걸어도 됨. 다만 중요한 

것은 여기서 PC들은 뭘 고르든 간에 상황의 변화를 감수해야 하며, 그걸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그 내용들을 저울질해보기 어렵게 

해야한다는 거임.


소극성의 대가를 치르게 만들기 

이건 위의 적극성의 보상과는 반대로 그게 그 당시에는 좋아보였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나쁜... 까지는 아니더라도 별로 

안 좋았던 선택이 되게 만드는 거. 선택 자체는 일단 판정에 성공하면 "성과"를 보이게 해 주는 대신 그게 다 끝난 이후에 부메랑이 

돌아와서 문제를 일으키게 하는 게 일반적 전략임. 즉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면 멀쩡한 성공을 부분적 성공으로 깎아내리는 거하고 

별 차이가 없잖아? 그러니까 일단 대가는 좀 나중에 치르게 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함. 다시 식인엘프의 등장 시점으로 돌아가서... 


<간단한 예시>

파티원들은 식인엘프들이 여관의 사람들을 잡아먹으러 몰려올 때 몰래 도망치기로 했음. 내 캐릭터가 죽을 수도 있는데 보상이고 

뭐고 알 게 뭐야? 당연히 도주는 성공했는데, 마스터는 그 때 운이 좋게도 용병들이 나타나 NPC들과 함께 식인엘프들을 물리쳤고, 

덕분에 여관에 있던 NPC들이 살아남아서 주변에 PC들이 겁쟁이들이라고 소문을 낸다고 정했음. 그로 인해서 나중에는 PC들이 

직접 자신들의 용기를 증명해야 하거나, 이미 받은 의뢰가 있었다면 신용을 잃는다거나 뭐 그런 상황이 나오게 될 수 있겠지?


물론 이게 늘상 먹히는 건 아닐텐데,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게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임. 그 사실을 간과하고 쓰면 

이게 제대로 먹힐 리가 없음. 물론 그래도 100% 먹힌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야.   


캐릭터 자체를 압박하기

대부분 소극적인 대응과 자기보신에 치중하는 PC의 플레이어는 NPC들의 고난에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맘. 

그러므로 그 대가 / 불이익은 PC에게(도) 떨어져야 함. 그렇지 않다면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 만족적 RP나 반복할 거거든.  


<간단한 예시> 

마스터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으면 저 아이는 실수로 탕수육에 소스를 부었단 이유로 죽을 거예요."

성박휘 "뭐 어쩔 수 없지요. 부먹충은 까야 제맛이라. 어릴 때부터 싹을 뽑아야 합니다 ㅎㅎ."

마스터 "그런가요? 근데 성기사님 혹시 제가 제시했던 맹세 내용이 뭐였는지 기억하나요?"

성박휘 "어.... 음.... 위기에 처한 약자를 도와야한다는 건데 이거 도우러 가야 되나요?"

마스터 "어쩔 수 없다면서요? 그냥 축복 포기하고, 이거 소문나서 평판 나빠지는 거 감수하세요." 

(이하 생략)

 

이런 전략은 대개 질서 / 선 성향 캐릭터들에게 잘 먹히는 건데,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님 거기서 그러는 거 캐붕 아닌가요"라는 

압박을 플레이어의 변명이 아니라 이쪽에서의 압박으로 해 보라는 거임. 그러면 혼모노라도 어떤 의미로든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음. 

물론 진짜 혼모노라면 혼돈 / 악을 고르면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비릿한 웃음을 지을텐데, 그런 경우는 위험 인물을 

보는 사회의 시각을 적용해서 압박을 주면 됨. 좀 더 악성향 PC를 그에 걸맞게 대하고 싶은 마스터라면 "민중의 몽둥이"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음. 쉽게 말해서 법규와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NPC로 악 성향 캐릭터를 압박하는 거. 이거도 사례를 들어보자. 


<간단한 예시>

미와 경부 "긴또깡, 자네 요새 뭘 하고 다니는 거지?" 

김두한"사람 잘못 봤소. 나는 아버지의 친구분들을 조금 만났을 뿐이오.(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미와 경부 "어디 두고 보지... 쓸데없는 짓 말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하 생략)


"그거 구인글은 두 페이지 뒤라고"

이거는 단순히 RP만 할 수 있으면 OK라고 생각해서 그냥 아무 RPG나 플레이 참가하고는 원래 자기가 하고 싶던 걸 하는 부류임. 

예를 들어서 CoC에서 내 캐릭터가 갈려나가는 / 망가지는 걸 참지 못하고 방어적, 수비적으로만 일관하는 플레이는 바람직하지 않음. 

근데 그런 사람에게 "넵 특별히 를로이고르를 등장시켜서 님 캐릭터를 촉수괴물 고깃덩이로 교정변이시켜 드릴게여 ㅎㅎ" 하기보다는 

진지하게 다른 장르의 RPG를 권하도록 하자. 예를 들어서 [페이트]나 [겁스]같은 거, 혹은 걔가 원하는 장르를 찍어서 말이지. 왜냐면 

위에서 말한 수단을 쓰면 이런 성향의 플레이어는 대개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요"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마스터 / 키퍼 입장에서 

이 시박새퀴가 장난치냐는 생각이 입으로 슬쩍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소리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임.... 게다가 그런다고 낫지도 않아.  


물론 CoC 키퍼 입장에서는 "좀 공포영화스러운 진행" 떡밥을 들이댄 뒤 "공포영화에서는 그런 캐릭터부터 먼저 죽는데 몰랐어요?"라고 

답해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솔직히 이게 본심임.


이 글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이딩 카드 게임 / 야인시대 / 탕수육 소스 / DC 코믹스 / 블레이블루 등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