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이 흘러나오는 느낌을 아는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아주 작은 구멍으로 문어가 기어들어가는 해양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날 뿐이다. 거의 스메리키 녀석만큼 거대한 문어가 사람 눈구멍만한 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것을 거꾸로 재생하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작은 구멍에서 검붉은, 이리저리 구불거리고 구역질나는 유동체가 꾸역꾸역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배에서 내장이 흘러나오는 장면과 아주 유사하다. 지금 내 배에 뚫린 구멍에선 그런 내장 조각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마치 안에서 밀어내듯, 세차게 쏟아져나오는 희고 붉은 것들. 재미있는 사실은, 사실 고통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자랑스러운 전뇌는 기특하게도 내가 배에 구멍이 뚫린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통각을 차단해버렸고, 나는 내 M2000의 탄알집을 교환할 때서야 내가 나 자신이 흘린 피 웅덩이 안에 엎드려 저격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전신 의체화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흉한 꼴은 안 봤겠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내장을 쏟으며 죽나 전선 다발을 쏟아내며 죽나 비슷하게 꼴사나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난 여기서 죽는다. 죽기 전에 가지고 있는 탄환은 다 쓸 수 있을까. 시야가 흐릿해져 간다. 출혈이 심한 모양이다. 순간 뒤통수에 기이한 격통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다시 시야가 밝아진다. 과연 군용 뇌각이다. 마지막 한 순간까지 군인의 의무를 다 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코프를 통해 저격 포인트가 보인다. 아니, 나를 습격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가바치 대전차 공격 헬기 세 대라. 퇴물 저격수 하나 잡자고 저런걸 세 대나 출격시키다니. 황송할 지경이다. 한 대, 정도는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스코프 너머로 보이는 지가바치의 콕핏을 다시 노린다. 세 발 째 도탄 되었지만 이번에는 관통할 수 있지 않을까. 숨을 들이마시고, 2/3 정도 내쉰 뒤 숨을 참고 방아쇠를 당긴다. 둔중한 격발의 충격. 스코프 너머로 탄환이 그리는 궤적을 보며 나는 이 모든 뒤틀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잠시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