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페이지 룰을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마스터가 초보인지 고수인지 안 가리고 TRPG에 익숙한 사람들이 하던 거 질릴 때 기분전환으로 하는 게 가장 적당한듯싶더라
물론 초보 중에도 아, 이 사람이 일찍이 알창인생이 되지 않은 것은 이 좁은 고인물에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룰 자체가 허술해서 조금만 복합적으로 가면 거의 모든 행동에 합의가 필요해, 하지만 그 방법을 룰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니까
AWE 스타일로 가던가 파라노이아처럼 마스터에게 잘 설명해서 콜 받거나 하는 식으로 다른 룰에서 빌려온 경험이 적지 않게 요구되네
결론은 위의 사유로 한페이지 룰은 팀원들끼리만 이것저것 다 시도하려고 했건만 아가리 닥치라는 말을 들어서 한동안 찌그러져야 할 듯 허이
그리고 택티컬-와이프 보이스로 하면 자괴감드는데 그것만 참고 하면 의외로 재미있다
던전월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딱 필요한 만큼 짜여있고 필요한만큼 컴팩트하기 때문이겠지. 아무리 부정해봐야 실제로 많이 하고. 그렇다고 너무 기죽지 마.
개인적으로 던전월드는 잘만들어서 많이한다기보다는 만만해서 많이 하는것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랬지요. '간결함이야말로 궁극의 복잡함'이라고요. 간결한 룰이 'TRPG'적으로 굴러가려면 그 룰에서 생략된 부분, 설명해주지 않는 부분을 플레이어와 마스터들이 그간 쌓아온 능숙함, 노련함, 순발력 등으로 메꿔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던전월드가 간결한 맛은 있지만, 부정적인 후기가 꽤 많이 올라오는걸 보면 플레이어와 마스터 모두 룰의 빈 공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한 페이지 룰도 마찬가지 아닐지. 룰에서 설명해주지 않거나 / 못하는 부분을 개인의 숙련도로 채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 현실적으로.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던전월드는 잘 만들어져서 흥했다기보다는, '공개' '무료' '한글' '만만함' 때문에 흥했다고 생각은 해요. 못 만들어진 룰이라는게 아니라, 간편함이 주 셀링 포인트였다는거죠.
나도 잘 만들었다는 뜻보단 입문하기 만만하다는 뜻에 가까웠어. 의도적이진 않지만 딱 필요한 만큼 쉬웠다 그거.
턀갤에서 이렇게 시간들여 쓴 따듯한 조언을 들을 수 있을줄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글의 요지는 던전월드가 이유식의 위치에 사실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처럼 한페이지 룰도 참으로 간결한 룰이지만 그 이유만으로 뉴비들에게 권하기에는 조금 부적절한 감이 있다 싶어서요.
한페이지 룰은...한두번 받아다가 해봤지만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시키긴 힘들 것 같다. 룰에 안 쓴 내용이 없어도 되는 게 아니라 나머지 알아서 채워넣어야 하는 방식인 이상...
사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초보들한테는 '데이터'를 쥐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명중률, 데미지, 무기, 방어도, 회피율 같은게 빼곡하게 적힌 시트만 있어도 심적 부담이 덜어지고, 훨씬 몰입이 쉽거든요. 던월의 [파괴적임]같은 태그 시스템은 참신하지만, 초보들끼리 하면 그게 대체 뭐야 하는거죠.
다리 걸기, 무장 해제, 잡기, 밀기, 당기기 등의 액션까지도 전부 룰북에 적혀있는 D&D 같은 경우엔 뉴비들도 자신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확실하게 알지만 던월 같은 경우는 좀 애매한 편이죠.
던월이 까이면서도 계속 쓰이는 건 대체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 당장 여기서 많이들 추천하는 13시대 가져다가 초심자들에게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거든. 캐매부터 애들이 뭐가 어떻게 좋은지 모르니까 고역이고, 전투 들어가면 바빠서 RP하고 싶은 거 하나도 못해. 그래도 할 애들은 하겠지만 보통은 첫플부터 학떼고 적당히 이 캠페인만 하다 그만두자...이렇게 되지.
돌린 수가 많진 않지만 경험담이야. 내가 13시대 해보면서 겪었고 친구들한테 굴려주다 바꿔주면서 겪어봄. 우리가 보기에 좋은 룰과 걔들이 보기에 좋은 룰 사이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음...사람을 마구마구 구인해서 겁-스를 돌린 후 데이터의 홍수속에서 RPG를 향한 열망으로 살아남은 정예병력을 긁어모으면 재미있는 플레이가 되겠군요
사실 겁스로 입문하는거랑 d20으로 입문하는 거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함. 겁스쪽이 읽을 게 많아서 졸라게 귀찮을 뿐이지.
노력하는 마스터한테 아가리 닥치라는 멘트를 쳤다면 사실 구성원들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가리 어쩌고는 서로 체면치레 없이 죽창 푹푹 찌르는 사람들이니께 한페이지 룰을 어디서 계속 주워와다가 하지 말고 다른 일반적인 룰을 좀 하자는 이야기였고, 그것보다 팀원들에게 실망한건 앞에서 죽창을 찌르는건 좋지만 내가 없을때 좀 안 좋은 말이 나온 정도가 있겠네. 이것도 두번째 경험이라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는 않지만
어느쪽이건 팀원들에게 좋은 소리 해주긴 그렇네. 고작 취미에 뭐 질이고 실력이고 나발이고 따지고 그러면 피곤해져. 힘내.
한페이지 룰을 일단 접고 멀쩡한 룰을 해보자는 피드백은 당연히 해볼 수 있는 거지만 저런 표현은 죽창이 아니라 예의라고 생각해…. 본인이 괜찮다니 뭐 어쩔 수 없지만. 힘내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