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글 써봅니다.
일단, 난 플레이어로서 RPG를 즐기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봄.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주인공이 되는 방법도 있고, 잘 짜여진 시나리오 안에서 난관을 넘어서며 선택과 결과를 받아들이며 퍼즐을 풀듯이 접근해 나가는 방식도 있고,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도 있고.
뭐 그 외에도 기타등등.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방식이 있겠지.
그런데, 그 중에서 마스터를 도와주는 재미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우선 나는 마스터 경력이 엄청 길어. RPG 시작을 마스터로 했고, 대부분의 장기세션은 마스터로 참여해서 끝을 보았어. 물론 도중에 폭파한 것도 많지.
그 와중에 수없이 많은 플레이어들을 만났고... 못해도 100명은 넘지 싶다. 그런데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RPG의 재미를 플레이어 캐릭터의 입장에서 찾았어.
내 캐릭터가 멋져지는 모습, 내 캐릭터가 쌓아가는 이야기, 내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들의 관계. 그곳에 마스터의 이야기는 큰 줄기로만 존재해.
사실 이게 맞아. RPG에서 역할을 나눌때, 큰 역할은 마스터와 플레이어로 나눌 수 있겠지.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캐릭터, 즉 PC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마스터는 그 외의 모든것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그게 RPG의 기본이었을거야.
그런데 점점 RPG가 변화하면서 의문점을 가지게 되더라고. 그게 다인가? 플레이어는, PC에만 집중하는것이 옳은것일까?
옛날에는 맞았어. 디앤디나 소드월드를 위시한 오리지널 스쿨들. 거기서는 플레이어가 PC외의 이야기에 끼어 들 방법도 없었고, 그럴 정신도 없었지. 당장 내 캐릭터에 집중 안하면 죽게 생겼는걸. 그런데 AWE엔진을 비롯해 RPG계에 뉴 에이지의 혁신이 불어닥치면서, 이 마스터와 플레이어의 역할은 격변하기 시작했어.
이제 플레이어도 마스터의 이야기에 끼어들고, 마스터도 플레이어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서로간에 대화를 더욱 깊게 나눌 수 있는 장치와 규칙들을 제시하고, 그를 통해서 더 이야기를 쌓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거야.
'자기 이야기'를 하는것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을 깜빡한거지. 옛날에는 문제가 없었어. 플레이어는 PC이야기 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마스터는 세계를 묘사하기에 바빴어. 그래도 게임은 돌아갔어. 적을 만나고, 주사위를 굴리고, 물리치고, 보상을 얻고, 더 강력해져서, 더 강한 적을 만나고... 그 사이에 끼인 'PC의 이야기' '마스터의 이야기'는 사실 곁다리에 불과했거든. 조금 더 맛깔나게 전투와 장면을 살리는 그런 양념.
그런데 그런 자기 이야기만 하는 세태가 질려서 생겨난 뉴 에이지의 흐름에, 이 '자기 이야기'가 중심인 사람들이 끼게 된거야.
AWE를 위시한 뉴 에이지-서로가 서로간에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식의 RPG-에 중요한것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거야. 집단적 독백으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지.
아, 뭔가 생각이 복잡한데 내리고 싶은 결론은 이거야.
나는 플레이어가 마스터 탓을 하는것도, 마스터가 플레이어 탓을 하는 것도 싫어. 서로 대화를 나눠 보지도 않고, 대화를 시도할 생각도 하지도 않고 말이지.
간만 보는거 정말 싫어. 지금 모여서 RPG 하는 이 시간을, 즐겁게 만들려고 시도하지 않는게 싫어. '이 시간에 딴거 하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고 생각하는게 정말 싫어.
모인 이 순간에는, 모인 사람들끼리 즐겁게 놀 방법을 궁리하는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뭔가 재미 없다면, 왜 재미 없는지 생각 해 보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
그냥 그렇다고. 아, 치맥 먹고 싶다.
아까도 그랬지만 나는 표현 방식과 무관하게 이 글쓴이가 생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내가 통제할 수 있는건 나밖에 없으니까 내 손에 닿는 선에서 변화를 일으켜봐야지
뭐랄까 글의 시작과 끝이 애매하게 맞물리지 않는 느낌인데.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은 아주 의미있다고 생각.
그런 당신에게 피아스코를 추천합니다 ^^
어조 파워쉽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