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로드의 반댓말은 유기적인 진행인 것 같아. 샌드박스와 그것이 아닌 것의 구분도 모호한 데가 있었지만, 이쪽은 더 모호해. 기본적으로 레일로드의 극단은 \'이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오로지 한 가지 의미있는 선언을 할 수 있다\'인데 알겠지만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은 없거든.
소위 레일로드 파의 방안은 시나리오상에서 말이 되는 선택지들을 몇 개 만들어놓는다든가, 일어날 사건은 일어나지만 순서와 장소에 유동성을 준다든가 하는 방식이지. 행동을 받고 우회로를 파서 원래의 레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쯤 되면 유기적인 진행에 이미 한 걸음 걸친거야. 숙련된 마스터라면 부분적으로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을걸?
한편 \'나는 플레이어가 하는대로 다 따라가겠다!\'라고 하는 레일로드 극반대파도 그 이상에 이르기 어렵긴 마찬가지야. 훌륭하고 센스 있는 플레이어들도 세션의 엔딩이 어떻게 마무리 지어져야할지 생각하지 않고 마구 내달리는 경우가 많아. 완전 대책 없는 상황에서 \'그럼 다음에 이어서 합시당 ㅎㅎ\'라고 하고 싶지 않다면, 그게 단편이든 장편이든 어떤 이야기의 대단원을 맺고 싶다면 누군가는 결말에 대해 고민해야하고 보통은 그게 마스터의 역할이거든. 결정적인 갈래길(삼색똥?) 정도는 만들어둘 수도 있겠지만 클라이막스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플레이어들이 어떤 진행을 하든 그쪽으로 유도를 해야하는 순간이 오지.
세 줄 요약
1. 샌드박스의 반댓말은 메인스토리 위주의 진행
2. 레일로드의 반댓말은 유기적인 진행
3. 극샌드박스파-극메인스토리파는 있을 수 있지만, 레일로드-유기진행에 있어서는 그 사이의 어느 중간 지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난 선형-비선형 정도로 구분함
누메네라 시나리오 회오리에도 메인스토리는 있는데 당당하게 샌드박스라 나왔던데
글로란싸빌런//해치워야하는 최종 난관 내지는 최종보스와 그의 음모(진행되는 계획) 같은건 있는데, 시나리오의 많은 부분이 해당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소잿거리와 발전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샌드박스적인 성향이 강한거겠지.
초기 디앤디 시나리오들이 많이 그런 식이었던 것 같던데. 던전이랑 정착지 하나를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의 세부사항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적어놓는.
사실 메인스토리만 갖고 끌고가려면 플레이어들이 뭔짓을 해도 '그렇다 당신들이 한 행동은 결말을 향한 한 걸음이었던 것이다'라고 유동적으로 풀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출판 시나리오에서 쓸 수는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됨
한편, 쓰여진 시나리오 없이 마스터링하는거라면 별로 관심도 안가고(이건 취향 갈릴듯) 결말이랑 관련도 없는 사이드스토리 소재들을 즉석에서 짜내느라 머리 터지느니 그냥 PC가 만지는 모든 것(=플레이에서 다뤄지는 모든 장면)이 결말과 연관지어진다고 풀어가는게 쉽지.
초기 디앤기 시나리오는 몇개봤는데 뭐랄까... 생각해보면 던전물도 선형은 진행은 아니니 샌드박스로 봐야할지도 모르겠네. 그만큼 준비를 해놔야하지망 폐쇄환경이니까 통제는 쉽겠지.
국경의 요새같은 그런 건 샌드박스지. 또한 나는 메인스토리가 있더라도 그 내용/결말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 샌드박스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