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하이텔 RPG동에서 나왔던 잡담거리중에, DnD류의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마법사들이 혁명의 중심이 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개인으로써 아주 강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마법사는 학자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니 상아탑의 학자다운 이상주의적 입장으로 혁명을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는데...


반론이 클래식 DnD의 경우 모험을 통해 얻는 경험치보다 통치 경험치가 압도적으로 높으므로 진짜 고렙 마법사는 이미 자기 영토를 다스리는 영주라는 거였음.


개인적으로는 이 당시 DnD의 시스템이 검마법 판타지 같은 '개인이 다수를 압도하는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계의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이런 사회에서라면


1. 아마 사회가 구성되긴 할 거야. 마법사나 전사는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들지 않으니까. 자신을 위해 생산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따라서 이런 생산자들을 자기 영향력 아래 두고 보호하려고 할 테고, 이 과정에서 마법사나 전사 같이 강력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지배계층으로 둔 사회가 탄생할거 같아.


2. 그리고, 이 세계의 귀족, 권력자는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이 강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레벨 캐릭터들이겠지. 즉, 권력의 획득이 정치적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적 폭력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


3. 애석하지만 이런 세계에서는 혁명같은 게 거의 불가능할 듯. 혁명이란건 결국 다수 대중의 연대한 폭력으로 권력을 전복하는건데, 개인이 다수 대중을 압도할 수 있는 폭력을 가진 이상 혁명은 애초에 불가능하지... 결국 이런 사회는 봉건제 사회로 고착되는 것이 필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