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심심하니 써 보는 AWE 관련 잡설.

준비 없는 플레이 운운하는데... 누군가 지적했듯이 당연히 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음. 근데 그러면 AWE에서는 대체

왜 미쳤다고 그런 걸 시키는 걸까...? 답은 간단한 거임. 사실 AWE에서도 그 나름대로 준비를 하기 때문임. 이야기의

전개를 미리 정해두지 말라는 것과 이야기를 "아예" 준비하지 말라는 것은 좀 많이 다름. 사실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면 이야기의 전개도 사실 아주 큰 틀 정도는 준비해도 괜찮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MASHED" 라든가

"밤의 마녀들" 같이 역사적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 이야기를 계속 전개하면 언젠가는 이 개같은 전쟁이 끝나고

다들 집에 간다는 것은 정해져 있지. 대신 그 하루하루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는 PC들과 마스터에게 달려있지만 말야.

일단 그러면 대체 뭘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자...


AWE의 준비 과정 - "A김밥 B개 포장해주세요"

AWE의 준비 과정은 분식집에서 김밥을 만들어 파는 것과 같음. 손님이 어떤 김밥을 주문할 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게

메뉴판에 있다면 분식집에서는 대부분 각각의 재료를 미리 담아둔 통에서 필요한 재료를 쓱싹 꺼내다가 김밥을 싸 줌.

혹은 미리 싸 둔 김밥을 줄 수도 있겠지.그러니까 "완성되어 있는 김밥"은 없더라도 필요해지면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도록 "재료"를 항상 준비해둔다는 건데, AWE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의 소재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그런 거임.

근데 그러면 여기서 다른 문제가 나오는데, 그러면 그렇게 준비할 그 소재들은 언제 어디서 만드냐는 거.


첫 세션 이전 - 재료 구해서 손질하기

AWE 계열 룰에서는 첫 세션 이전에 마스터가 필요하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질문해 보라고 하고

이걸 잘 안하는 애들도 있는 거 같음. 근데 이거는 사실 소재를 모으는 기초 과정임. 따라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거.

마치 분식집에서 김밥을 바로 만들어 주려면 미리 누군가가 김밥을 싸기 좋도록 재료를 손질해 둬야만 하는 것과 같음.

한편 이러면서 상호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그러면서 세계관의 틀이라든가, PC들 개개인의 특징이나 목적같은 것들도

정리가 됨. 또한 마스터는 이렇게 얻은 소재들을 스크린 뒤쪽에서 노트라든가 첫 세션용 차트라든가 위험 지도라든가

뭐 하여간 어디다가 적어 두고, 캠페인 도중의상황과 전개에 따라 그리 적어둔 것들을 적당히 편집해서 투입하면 됨

다만 한 가지 더 기억해 둘 것은 여기서 언급된 것들을 굳이 등장시키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거임. 안 나와도 되거든.

일단 대화를 통해 언급된 것들은 세계의 틀을 만드는 데 즉시 사용될 수 있지만, 굳이 그걸 직접 보여줘야 할 필요는

없음. 예를 들어 누가 "세계의 끝까지 가면 바닷물과 같이 끝없는 절벽으로 떨어짐이라고 했다고 해서 굳이 거기까지

PC들을 배에 태워 보낸 뒤에 끝없는 절벽 아래로 떨궈서 그 사실을 확인시킬 필요는 없다는 거.


첫 세션 -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첫 세션은 대개 긴박한 상황에 PC들을 몰아넣고서 시작을 하는데.... 대개 그런 위기 상황의 해석을 PC들에게 넘김.

이게 무슨 소리냐면 네가 모아둔 소재를 가지고 짜는 게 아니라 첫 세션의 위험 요소는 PC들이 만들게 하라는 거임

그러면 이 과정에서 또 첫 세션 전처럼 이것저것 소재가 나올테고, 그것들도 정리를 해 두면 됨. 그리고 그런 식으로

튀어나온 위험 요소를 PC들이 수습하면 이제 그 과정과 결과를 보고 내가 모아둔 소재 중에서 그것들과 엮일만한

것들을 찾아본 뒤에 다음 세션부터 쓸 국면을 준비하면 되는 거임. 당연히 다음부터는 네가 국면을 꺼내고 PC들이

그에 대해서 대응하는 사이에 또 나오는 소재를 모으고. 대응 과정을 보고 새로운 위험 요소나 국면을 꺼내거나 혹은

그 국면과 계속 투닥거리게 하거나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반복됨.


적절한 변화 - "여름에는 냉면도 됩니다"

근데 그냥 이렇게 꺼내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적절하게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임. 도중에 위험 요소를

새로 더 추가해 본다거나, 혹은 아예 언급이 없었던 소재를 따로 창작한 다음에 그게 중심이 되는 국면을 짠다거나 뭐

그런 전개를 해 보라는 거지. 아니면 아예 "예상 외의 결과"를 초래하게 해도 괜찮을 테고. 미드에서도 적당히 본편의

전개와 큰 상관 없는 에피소드를 섞어넣잖아? 그러고는 반응이 좋으면 얘도 또 네가 끄적끄적 적어놓고서 우려먹으면

되는 소재가 확보된 거라고 생각하면 됨. 뭐 대충 이렇게 하다보면 그럭저럭 전개가 된다는 이야기임.


4줄 요약

AWE의 이야기 준비는 결국 소재+지난 세션의 결과를 얼마나 잘 정리해서 다음 세션의 상황 / 국면을 만드냐로 정리됨.

소재를 얻을 만한 질문 등을 하고, 그렇게 얻은 소재들은 적당히 적어뒀다 필요할 때 꺼내서 세션을 구성하는데 쓰면 됨.

첫 세션은 지난 세션이 없으니 PC들에게 많이 떠넘기고, 이후에는 계속 위의 방식대로 전개하다 질리면 변화를 주면 됨.

김밥천국 한줄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