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서사룰(던월, 페이트)의 장점 중 하나를 얘기해보려 함.


캐릭터가 모험을 하다 더러운 진흙탕 속에 숨겨진 쇠못 함정을 밟고 다쳤다고 해보자. 마스터는 여기서 상처가 감염돼 썩어들어가서 캐릭터를 제약하는 연출을 하고 싶음. 이 때, 기존의 모사식 룰과 서사식 룰은 각각 다음 같이 작동함.


1) 모사식 룰: 룰에서 준비한 대로 처리한다.

- 겁스: [절름발이] 단점을 일시적으로 부과한다. 상태가 경미하다면 [이동력]만 저하시켰다가 나중에 심해지면서 [절름발이]를 붙여도 됨.

- D&D: 일단 이렇게 발만 불구가 되는 상황을 다루는 룰이 없음. 당장은 캘트롭 장비에 딸린 룰을 적용하고(여기엔 단기적 효과만 있음), 마스터 재량으로 추가 페널티를 만들어 붙이든가 해야 함. 하우스룰의 영역이 되겠지.


결국 모사식 룰에서도 룰에 없는 상황을 다루려하면, 마스터 재량 내지 하우스룰을 도입하게 됨. 그러다보니 아예 룰이 커버 못하는 상황은 플레이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많고. 예를 들어 디앤디에선 팔다리만 불구가 된다든가 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애초에 그걸 다루는 룰이 없으니...).



2) 서사식 룰; 서술 자체가 효과를 갖는다.

던전월드나 페이트 같은 서사식 룰에선 "쇠못을 밟은 상처가 감염되고 썩어들어가기 시작합니다."라고 서술하는 것만으로 플레이 내에서 의미있게 작용함. 페이트 같은 경우는 [면모]로 붙일 수도 있고, 던전월드처럼 직접 면모나 태그를 붙이지 않아도 플레이 중에 나온 건 엄연한 사실로 작동함. 이에 따라서 PC가 이후에 하는 행동을 제한하거나("발의 상처가 악화되서 달릴 수는 없어요. 적을 따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판정(던월이라면 위험돌파, 페이트라면 극복 판정)을 시킬 수 있지. 서사식 룰은 이렇게 플레이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서술을 커버하기 위해 존재함.



서사식 룰에서 각각의 서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마스터와 팀의 해석에 달려 있음. 위에 얘기한 대로 "발이 썩어들어가는 지경이라 적을 따돌리는 건 아예 불가능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고, "고통을 참고 뛸 수 있는지 +체로 위험돌파 판정해보세요."라고 할 수도 있음. 다른 룰을 적용할 수도 있고. 이 기준은 플레이 속에서 나온 서술과 상황, 맥락에 따른 거고, 그래서 엿장수 맘대로 라는 식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음. 하지만 서사식 룰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일일히 룰을 갖추지 않아도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역극빌런이 하도 던월의 장점이 뭐냐고 따지길래.... AW 엔진을 활용해서 저렇게 룰이 일일히 세부사항을 커버하지 않아도, 서술과 묘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을 룰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이점이라고 말하겠음. 이런 방식이 안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 취향인 거고. 



p.s.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소용이 없다면 뭐 별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