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패파 세션 얘기를 해보지. 새 캠페인의 첫 플레이였고 실친들이랑 같이 했음.

실친들과는 과거에 던전월드와 고민해결 마법서점(하우스룰 잔뜩 집어넣은 버전)을 플레이한 적이 있었고.


열심히 준비한 2~3번째 조우. 약간의 장애물이 있는 내리막에서 괴물과 만난 상황. 여기서 파티 몽크의 선언.

친구: "열심히 달려간 후에 장애물을 이용해 위로 점프하며 내리찍는 공격을 할게."

나: "그럼 돌진이네. 풀라운드 액션에 +2 공격 받으시고..."

친구: "근데, 위에서 내려찍는 공격인데 뭐 보너스 없어? 장애물도 이용했고 경사도 있잖아."

나: "...."


룰에는 경사가 있는 상황에서 점프 후 찍기 공격을 하면 보너스를 준다는 말은 없다.

자,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해결책은 둘로 나뉜다.

1. 그런 거 없다.

나: "경사가 있다고 해서 보너스를 주는 건 말이 안되지 않을까."

친구: "왜? 실제 전근대 전투에서도 고지대 점거 후 돌진은 아주 유용한 방법이잖아."

나: "음... 넌 아직 그런 기술을 익힐 정도로 숙련되지 않았어."

친구: "레벨 1 캐릭터도 수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 아니었어?"

나: "그냥 돌진 보너스만 받아. 최종 권한은 마스터에게 있어. "


2. 보너스를 적당히 준다.

나: "좋아, 룰에는 없지만 공격 +1, 피해 +1 판정 보너스를 줄게."

친구: "오케이. 간다."

룰 변호사 친구: "룰에는 그런 말 없는데."

나: "마스터가 적절한 재량으로 하우스룰 추가할 수 있다고 룰북에 나와 있을걸?"

친구 룰 변호사: "아하. 근데 그러면 이 피해랑 공격판정 보너스는 경사에 따라 달라짐? 내려가서 한 번만 적용돼? 하우스룰이라도 어디 명문화해서 써놔야 하지 않나."

나: "아 내가 그때그때 알아서 할게. 최종 권한은 마스터에게 있어."


소위 말하는 역극 룰들은 맨 마지막 부분, '아무리 룰을 정교하게 짜도 빈틈은 항상 생기기 때문에 마스터의 결정권과 플레이어의 합의로 결정 내려야 한다'에서 발상이 시작하는 거지. 

"어차피 마스터한테 최종 권한이 있고, 플레이어들이 합의해서 처리할 거면 룰에서 거추장스러운 데이터 다 빼버려도 되잖아?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면모, 클래스 특성, 핵심 액션) 들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만들자고. 우리가 해야 할 건 처리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거야."


그래서 처리의 가이드라인을 중점적으로 짠 것이 역극룰, 혹은 서사 중심형 룰들인데... 문제는 거꾸로 게임형이나 모사주의형 룰의 팬들이 그런 가이드라인은 룰이 아니라 하면서 배우게 되는 테크닉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한 것. 특히 던월처럼 태그 중심의 플레이를 하는데 이 태그가 어디에 쓰이는지 명확히 묘사를 안 해주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


내 경험을 위주로 말하자면, 데이터 중심의 룰에서 서사중심 룰의 가이드라인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룰북에서는 게임을 즐겁게 하는 것이 골든 룰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즐겁게 할 건지는 사람마다 달리 보거든. 그리고 데이터 중심의 룰에서는 아무래도 힘이 마스터보다는 규칙과 데이터에 더 강하게 실리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형 게임(특히 댄디 계통)에서 골든 룰은 최대한 유사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규칙을 찾고 이를 그대로, 혹은 변형에서 적용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이게 뭐가 문제냐고? 결정적인 문제점이 뭐냐면, 귀찮아. 근데 데이터 중심 룰에서는 귀찮으니까 제가 유도리있게 처리할께요라고 마스터가 말하기 힘들다고.


귀찮다는 걸 급식충과 혼모노의 투정으로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티알피지가 업무도 아니고 취미인데 여기서 귀찮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 애초에 재밌을라고 하는 건데 하는 게 귀찮으면 안되는 거잖아. 나도 뉴쨍 리뷰할 때마다 서사를 메카닉적으로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 따지는 룰 중시파지만 그래도 뉴쨍 데이터 뒤지고 상태이상표 찾다 보면 짜증날 때가 있다. 


난 예전부터 말했지만 그런 면에서 던월을 나쁘게 안 본다. 아포월드랑 페이트 하위호환 아니냐고 말했는데 아포월드론 판타지를 못 돌리잖아. 페이트랑은 느낌이 되게 다르고. 난 오히려 awe와 댄디의 혼종이라고 말하는 던월의 스타일이 나쁘지 않게 느껴지고 앞으로도 틈틈히 돌릴 것 같다.


던월까들이 만약에 던월이 똥룰이라고 주장해서 인정받고 싶다면, 아마 awe로 범용 판타지 룰을 직접 만들어 오는 게 제일 빠르지 않을까. 던월의 메리트는 귀찮지 않으면서도 룰의 틀은 그럴듯하게 유지한 판타지 범용룰이라는 데 있으니까. (+밸런스 걱정을 덜 해도 돼서 엄청나게 많은 자작직업. 홍대병 걸린 나한테는 이게 상당히 중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