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서 쓰는 뻘글. 그냥 "TRPG 처음 시작하려는 플레이어"하면 떠오르는 거 좀 끄적거려 봤음.
전에도 이런 거 썼던 거 같은데..... 기억 안 나니까 일단 쓸 꺼야. 뻘글이니 영양가는 별로 없을 거 같음.
자기가 원하는 장르와 심상을 떠올리기
D6이 뭔지 아포칼립스 월드가 뭔지 그런 거 몰라도 적어도 내가 하고싶은 장르와 그에 대한 심상은 있을 거 아냐?
일단 그거부터 정리해 보면 너보다 이런 거 많이 본 놈들이 맘에 들 법한 거 뽑아준다. 다만 "겁스"와 "페이트"같은
물건은 일단 "직접 가이드를 해 준다"는 식의 말이 없다면 걸러.
일단 원하는 장르 / 심상에 특화된 룰부터 살펴보기
이래서 위의 "겁스"나 "페이트"같은 물건을 거르라는 거임. 저 둘 같은 경우 "공용 룰"로서 쉽게 말해서 게임 엔진과
같은 거라서 일종의 스킨 역할을 할 세팅만 추가하면 이거저거 구현이 가능함. 문제는 근데 그래서 그 세팅하는 것을
네가 할 수 있겠냐는 거. 물론 그것까지 다 해 준다는 사람이 나서면 한 번쯤 따라가서 어떤 식으로 돌아가나 봐도 됨.
그러고는 취향에 맞으면 그걸로 정착하면 되겠지.
일단 그럭저럭 굴러가는 공용 룰들이 다 그렇게 나쁜 룰은 아닌데 네가 거기 적응하기가 쉬울까는 별개라서 개인적으론
누가 끌어주는 게 아니면 이런 걸로 입문하는 건 별로 추천 안 한다는 거고, 누군가 끌어주거나 내 심상이 확고하다거나
그걸로 굴릴 세팅을 결정했다거나 하면 충분히 굴릴만함. 근데 네가 그 범주에 속할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고 생각함.
퀵-스타트로 미리 무료로 맛보기
좀 스케일이 큰 TRPG들은 퀵-스타트라고 아주 기본적인 룰(실제 룰과는 좀 다를 수 있음) + 아주 간단한 시나리오를
세트로 묶어서 무료로 공개함. 이런 거는 비교적 쉽게 플레이가 가능하니까 한 번 읽어보고 마스터를 구하거나 아니면
같은 초보자들끼리 시행착오를 좀 겪으면서 돌려봐도 됨. 그러고 재미있었다 싶으면 룰북을 사서 본격적으로 돌려보기
시작하면 되는 거. 퀵-스타트 내용만 갖고 다 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제대로 하려면 룰북은 반드시 사야 하는 거야.
좀 제대로 하고 싶다면 마스터는 일단 룰북을 사서 그걸 바탕으로 좀 더 마스터링 틀을 잡고 퀵-스타트를 돌려도 됨.
선택한 룰북을 끝까지 잘 읽어보기
일단 룰북을 끝까지 잘 읽어보는 게 모든 플레이의 출발점임. 적어도 자기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함. PC 게임에서는 도움말 팝업도 뜨고 결과 계산도 알아서 되니까
튜토리얼이고 도움말이고 무시하고 몸으로 때워보면 이해가 되는데, 여긴 그게 어렵거든. 그러니까 네가 마스터의
그렇고 그런 비디오나 비자금 은닉처를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일단 룰북을 읽고 머리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거.
예를 들어서 아래에는 CoC 캐릭터로 스킬을 다 찍어야 하냐...는 말이 나왔는데, CoC의 스킬은 이 캐릭터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동시에 이 캐릭터의 경험 / 취향 / 지식과 그 수준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함.
예를 들어 CoC에서 군인이 개인적 흥미로 예술 / 공예(요리) 같은 걸 찍었다면 그걸 근거로 주말마다 요리를 한다는
취미가 있다고 적어놓을 수도 있다는 거지. 반대로 취미부터 정하고 그걸 구현하려고 스킬 포인트를 좀 써도 되겠고.
의문은 마스터에게 먼저 물어보기
네가 마스터가 아니라면 너희 플레이의 룰은 일단 마스터가 정한다. 따로 너도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허용된 게
아닌 이상 나머지는 전부 마스터가 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잘 모르겠거나 그런 건 전부 마스터가 결정하는 거지.
그게 룰북에 없는 내용이더라도 이번 플레이 중에는 임시로 그렇게 정했다고 치는 거야. 만약 마스터가 잘못 결정을
했다면 다음 세션에서는 그에 대한 보정을 하고 정상적으로 굴리거나 아니면 그냥 그대로 쭉 가면 돼.
그리고 플레이 도중에는 일단 너한테 그거와 완전히 상반된 근거가 없다면 그냥 그 문제는 세션 뒤로 넘기는 게 좋음.
왜냐면 이런 걸로 플레이 도중에 싸워봤자 도움이 안 되거든. 물론 근거가 있다면 한 마디쯤 해 봐도 되는데 그것도
오래 끌 필요는 없어. 마스터가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수정할 테고, 다른 근거를 대면 그거 기준으로 마스터에게
따르면 돼. 어차피 양쪽 다 근거가 있다면 마스터가 룰 해석 등에 대해서 결정권을 가지거든. 대신 이게 너무 꼬이면
"아니 이걸 왜 그 룰로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게 될 수 있지만 그거도 네 책임은 아니야.
롤-플레잉의 행동이 배경 세계의 일부임을 인식하기
또한 자주 말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자유도"라든가 그런 키워드에 낚이면 안 됨. 당연히 네 캐릭터가 하는 행위는
자유지만, 그것은 결국 배경 세계의 일부임. 쉽게 말해서 마스터는 "배경 세계"라는 틀을 써서 네 캐릭터의 행동에
나름대로의 책임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 물론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고. 이거만 생각해도 도움도 안 되는 행동으로
세션이 틀어지는 참사는 좀 많이 줄어들 거임. 쉽게 말해서 세계관의 "상식"의 눈치를 봐야 고생을 덜 한다는 거임.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네 캐릭터는 로봇이나 언데드가 아닌 이상 배경 세계 내에서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는 존재임.
따라서 그 세계 내에서 있음직한 캐릭터가 나와줘야 한다는 것임. 그러니까 어디 딴 데서 본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싶다면 마스터한테 미리 "저는 어디에 나오는 뭔가를 플레이하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해라. 그러면 마스터가
아마 머리를 쥐어짜서 '그 캐릭터를 어떻게 배경 세계 내에 있음직하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해 줄 거임.
혹은 그냥 괜찮다고 하는 대신에 네 캐릭터를 굴려먹을 상황과 방법을 구상할 여유를 얻을 수도 있을 테고.
지금 다 같이 하는 플레이 세션의 방향성 인식하기
"혼모노" 소리를 덜 듣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레이의 방향성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서 따라가는 거임. 예를 들어서
똑같은 크툴루 신화물이라도 펄프스럽게 진행하면 기를 실은 일격에 사람 뚝배기가 진짜로 터지고 그럴 수 있는데,
진지하게 하면 그런 거 없음. 일단 그러다보니 네가 지금 하는 플레이의 분위기만 맞춰서 행동만 하면 중간은 감.
"TRPG는 자유도 쩐다던데 그건 다 어디갔냐"고? 네가 찾는 자유도는 TRPG에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심지어 웬만한 TRPG보다 훨씬 자유도가 높은 뉴-베가스도 "예스맨은 못 죽인다"는 한계를 두었어.
RP를 할 때 무리하지 않기
잘 안 되면 무리하지 말고 그냥 행동의 내용을 적당히 서술하기만 해도 충분함. 굳이 그 캐릭터의 말투를 흉내내서
발언하려고 애 쓸 필요까지는 없음. 특히 네가 이게 맞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는 캐릭터의 행동을 RP한다면 말이지.
왜냐면 그렇게 억지로 무리하면 지나치게 과장되어 보여서 오히려 "네가 이상해보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거든.
예를 들어서 옆 사람이 뚱뚱한 캐릭터를 플레이한답시고 RP마다 쿰척이나 파오후같은 이상한 의성어 / 의태어를
계속 쓴다고 생각하면 감이 좀 올 거 같음.
3줄 요약
자신이 원하는 장르와 심상을 구체화해서 취향에 맞을 거 같은 룰을 고르자
룰을 고르면 일단 맛보기를 좀 해 보고 그게 취향에 맞으면 룰을 잘 읽자
플레이 / 캐릭터 생성시에는 내 캐릭터가 세계관의 일부임을 잘 생각하자
예스맨은 폴4가 아니라 폴아웃 뉴베가스임
그 이외는 좋은 내용. 9/10 준다
ㄹㅇ이네ㅡㅡ나도 그것때매 1점감점한다
예스맨못죽이지 안나왔으니
똥오줌4에는
과연 뻘글에 어울리는 댓글들이군. 그래서 수정함.
댓글 6개 뭔가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리폭스를 세션으로 돌리면 무슨 룰이 제일 좋을까요?
??? 쓰루 더 브리치. 겁스도 페이트도 이건 이길 수 없다.
지금 검색하러 간다
좀 있음 2판 나오니 그때 사 봐
그런데 예스맨 못죽였나 애초에 거기 말고는 선택할 가치가 없어서
좋은 글이네 ㅎ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