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이나 룰의 제작에 대해 어떠한 권위를 내세우고자 쓴 글이 아니며 프로그래머로써 직접 룰을 만들고 몇년쨰 운영/관리하는 입장에서 겪은 점을 적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용서해주세요


*디씨에 맞게 반말을 쓰겠음

*잘난체,권위빨 세우지 않게 전문용어는 아예 안쓰도록 해보겠음

*꽤 길어지므로 몇편에 나누어 쓰겠음 


---------


왜 프로그래머가 게임을 안 만들고 자작룰을 만들었냐고 딴지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말하자면 그래픽프로그래밍을 할줄 모르고 하기도 싫어서 였음

게임에 쓰일 그래픽을 그려줄 사람이 없는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임. 

게임그래픽이야 도트로 만들거면 도트그래픽 들은 인터넷에 무료로 얼마든지 규격화되서 통합팩으로도 돌아다니고 구하기도 쉬워


그 그래픽들이 게임내의 명령문, 기능들에 오와열을 맞춰서 그래픽들이 정확하게 움직여 줘야 하는건데,

대형 게임사들은 이 부분만 담당하는 프로그래밍 부서가 분할적으로 있을 정도로, 하기 귀찮은 거였음. 노가다 요소도 짙고


기획,설계, 개발, 밸런싱, 코딩, 디버깅, 레벨디자인 같은 '논리적으로 부품을 끼워 맞추는' 분야는 해보고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어디 팀에 들어가거나 팀원을 구해서 만들만큼 열정은 아니었고 취미 겸 하고 싶었어

어차피 TRPG에 대해선 알고 있었고. 겸사겸사해서 어차피 게임을 만들거 TRPG룰을 만들자가 됬음


-----------------


1) 왜 자작룰은 핍박/멸시 받기 쉬운가


줄여서 말하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야. '기술자' 취급이 아닌 '글쟁이' 취급을 받는거지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처럼 '기술'이 필요가 되는게 아니라 머리통과 글을 싸재끼는 것만 조합되면 할수 있는것 취급을 받고

실제로도 그렇게 만들어진 끔찍한 자작룰들이 많은 사람들의 눈을 썩게 만들게 한게 있다고 생각해.


'아마추어'라서 '프로'가 아니라서 까이는건 근본적 원인이 아니야, 똑같이 게임을 만들어도 컴퓨터게임/모바일게임을 혼자서 '자작' 했으면 인디게임이다 대단하다 소리를 듣잖아.

어디나 재주와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 글쟁이가 까이는건 당연하니까 더 언급할 가치도 없는것 같다



2) TRPG룰도 '게임 규칙' 이라면, 프로그래밍의 소양이 룰 제작에 필요한가?


여기서부터 본론인데 

짧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야. 정확힌 프로그래밍의 소양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습득하게 되는 '설계' 와 '유저경험'에 대해 얼마나 깨우치고 있느냐를 뜻해.

본인이 프로그래머도 기술자도 아니지만 훌륭한 룰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던건, 따로 기술적 경험 없이도 '재능' 과 '번뜩임' 이 있었던거라고 봐야겠지.(그리고 수많은 테플)


자기가 정말 재능충이라서 그딴거 몰라도 킹왕짱 잘 만들 자신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프로그래밍 개념 중의 몇가지를 깨닫고 있으면 절대 손해는 아니야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할수 있는 능력보다, 프로그래밍의 개념들을 배우면서 습득 할수 있는 것들이, 자작룰을 만들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지금부터 써 내려가는 것은,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서적들을 읽으면서 (실제로 조금 해보면 더 좋고) 더 몸으로 배울수 있는 점들이야. 말로하는것보다 체험하는게 좋다잖어.


2-1) 프로그램 설계 와 TRPG룰 설계


둘의 공통점은 '여러가지 규칙들을 내포하고 있는 장치이고, 그 규칙들 끼리는 서로 무시하는 것도, 서로 기능을 주고 받는것도 있고. 충돌 없이 잘 나열되어 있어야 한다' 라고 할수 있어. 

그리고 궁극적으로 둘은 '한가지 이상의 정해진 일을 수행하기 위한 복합적 장치' 라는 점이야. 


대부분의 뛰어난 룰은 프로그램과 같은 구조를 띄고 있어,  '이 것의 목표는 무엇인가?' 를 정확하게 정해놓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져 있지.

여기까진 대부분의 자작룰을 만드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어 'XX를 할수 있는 룰을 만들거야!' 처럼 말이야


한가지 결여되고 제일 중요한게 있다면 '최적화'야. 대부분의 자작룰에는 설계 단계에서의 최적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아


2-2) TRPG 룰의 최적화?


거두절미 하자면, 대부분의 끔찍한 똥덩어리 같은 모양세를 하고 있는건. 설계 단계에서 최적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 룰이 추구하고자 하는 재미요소가 'A' 라고 치자. 그리고 그 A라는 재미요소를 북돋아주기 위해서 넣을수 있는 룰의 요소(판정,세계관설정,스킬,아이템.. 등의 컨텐츠 요소) 가 많이 있다고 치자.


그럼 자작룰 제작자들은 그걸 다 넣으려고 해.. 그러면서 망하는거야. 룰은 점점 제작자의 자위행위 처럼 쓸데없는 데이터와 길게 늘어지기만 하는 문장들로 범벅이 돼.

다들 직관적으론 이게 나쁘다는걸 알고 있지만 '왜? 컨텐츠가 많으면 좋잖아!' (겁스 디스 하는거 아닙니다) 라고 하면 공학적인 반박을 바로 하기가 쉽지 않지


한마디로 줄여서 반박을 하자면 '유저인터페이스' 의 최적화 실패 라고 말할수 있어


2-3) 접근성과 유저경험


프로그램들의 버튼모음이나 메뉴를 보면, 서로 연관성을 지니거나 유사한 것들끼리 모여있는 것을 볼수 있어. 이건 접근성과 유저의 경험을 증진 시키기 위함이야


자작룰들은 보면 그냥 순서도 맥락도 없이   [세계관] 이라고 써놓고 한가득 싸재껴놓고 [시스템] 이라고 써놓고 그 밑에 싸재껴놓고

좀더 세분화 해서 잘 정리해놓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그러니까 자작룰을 만들거면 일단 목차와 순서, 기능들의 정리와 묶음을 잘 생각해줘으면 좋겠어


2-4) 티알룰과 유저인터페이스?


사실과 다르지 않은 부분이 좀 있을수 있지만, 거두절미 하고 유저인터페이스가 나쁘다는건 룰이 '귀찮고, 좆같은' 부분이 많다는거야

그리고 이건 두가지의 유저경험으로 세분화 할수 있어


해당 기능이

1) 효율적으로 써먹을수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2) 접근할수 있으나, 효율적으로 써먹을 곳이 없다

3) 1,2 둘다 해당하는 똥덩어리


3번은 설명할 가치도 없으니 1,2번에 대해서 쓸게


2-4-1) 효율적으로 써먹을수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여기서의 접근성은, 룰북에서 좋은 위치에 나와있어서 읽기 쉬운것도 말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TRPG 플레이 내에서 캐릭터/플레이어'가 해당 기능을 얼마나 손쉽게 쓸수 있느냐야.


그리고 자작룰의 뼈대에 살점(컨텐츠)를 넣다보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이기도 해


어떤 자작룰이 있다고 치자, 스킬이나 아이템 부분에 언데드 에게 사용하면 큰 피해를 줄수 있는 항목이 있어.

근데 룰북을 계속 읽어보니까, 언데드 타입의 몬스터 데이터가 아예 없거나, 없다 시피 하는거야.

자작룰을 만들땐 이런걸 없애야 돼.


왜 이런게 프로그래밍이랑 상관이 있는데? 라고 이 시점에서 생각했을지 모를텐데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작성할때 가장 중요한건 '어떠한 X라는 기능' 을 만들었으면 그 기능은 혼자서 붕 떨어져 있지 말고, 반드시 또 다른 기능과 협력을 하거나, 더 거대한 기능의 일부로써 작동해야 된다. 라는 개념이 있어야돼. 이게 부족하면 사수한테 기본도 없다고 뒤통수 후려갈겨 맞을지도 몰라 ㅎㅎ... 


이렇듯이 소소한 '뭐야 상식이잖아 이런건?' 하는 자작룰을 만들때 명심해야 되는 요소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으로 몸으로 때우면서 알수 있게 돼.


2-4-2) 접근할수 있으나, 효율적으로 써먹을 곳이 없다


위에선 시스템 얘기 였다면, 이건 세계관 설정에 부합하는 성질이 강해


자작룰을 보면 어마무시하게 설정딸은 엄청나게 쳐 놨는데, 정작 시스템/판정 부분들을 보다보면

'그래서 저 세계관을 이거에 어떻게 써먹으라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야


여기서 팁을 줄게 


1) 정해진 세계관으로 룰을 만드는게 아니라면, 자세한 세계관보다, 시스템을 먼저 작성하는 것이 좋다.

2) 굳이 세계관을 먼저 작성하겠다면, 세계관 중에서 다섯 가지 정도,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구현하기 좋은 요소를 정해두고 그것을 중심으로 적는다

2-1) 직접적으로 구현하기 좋은 요소는, 예를 들어 '이 세상에는 악마들이 끊임없이 침공해 옵니다' 라고 설정에 적었다면, 시스템에는 다양한 악마의 데이터를 넣을수 있을거야

2-2) 반대로 '이 세상은 10명의 왕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는 뽕을 맞긴 좋지만, 시스템적으로 무언가에 써먹긴 힘들어. 이런건 기초적인 시스템-세계관 궁합을 맞춘 후에 추가요소로 작성하도록 하자



3)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과 또 다른 요소들이 겹쳐서, 자작룰의 가장 치명적 단점 1순위 인 '만든새끼가 아니면 마스터링을 못한다' 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돼. 

이건 다음 차에 쓸게


--------------------------------


*한줄요약: 유저인터페이스를 생각하고 룰을 만듭시다


*다음 차에는     '자작룰과 마스터링'  'TRPG디자인과 ORPG디자인의 근본적 차이'  '밸런싱과 구인구회, 유저경험의 딜레마' 에 대해 쓸게


2화: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58871&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