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일단 참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한 내 잘못이 제일 크니까 그 점에 대해서 먼저 말을 해야겠지.
좋지도 않은 경험인데 뭘 공유냐 할 수도 있는데, 누가 이런 방식으로 실패했으니까 저 방식은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정도의 참고로만 알아줬으면 해
그럼 먼저 내가 했던 실수들에 대해서 말을 해야겠지
1. 인내심이 부족했다
조금 괴롭지만, 어쨌든 준비한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었어. 내가 괴로운 점을 참고서라도, 시간을 내줬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참고 플레이는 착실히 했어야 했다. 이건 마스터링을 하는 사람으로서 플레이에 와준 플레이어에 대해서 지켜야 할 예의 같은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걸 하지 못했으니 내 잘못이 절대 그 고슴도치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마스터링을 하면서 분명히 짜증과 고통이 치솟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그런게 아니라면, 한 명을 위해서라도 적어도 그 플레이는 끝을 내는게 맞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꼭 모두가 이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터지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점이 나는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거든
2. 이해심이 부족했다
플레이어의 욕구, 바라는 것은 마스터랑 당연히 다를 거다.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이야기의 전개, 앞으로 마스터가 짜온 이 이야기의 틀에서 어떤 가능성이 있을 것인가. 어떤 가슴뛰는 모험, 비극, 희극, 서스펜스, 스릴이 있을 것인가를 기대한다면 마스터 입장에서 유쾌하고 즐겁게 전개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도 있을 거야. 우리팀의 고슴도치는 저러한 이야기의 가능성보다는 자기가 만든 캐릭터의 활약에 집중했어. 흔히 말하는 캐딸을 치고 싶어했던 거지. 하지만 그게 꼭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어. 그게 그 사람이 즐기는 방법이니까, 마스터링을 한다면 그런 사람을 위한 조명도 준비하고, 한 번쯤은 그런 무대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는 거 같아
내가 못 참은 건, 그러한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나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 준비와는 무관하게 지금 이 순간 내 캐릭터가 당하는 이 불편한 상황을 참지 못하고 계속 나한테 이러면 안 되네 지금 나올게 아니네~ 하면서 말을 하니 터진 거야. 한 번만에 그러면 내가 인내심이 너무 없는게 아니냐고 할까봐 덧붙일게.
이 팀에서 저 플레이어가 포함된 캠페인(세션 아님 캠페인임)을 3개 진행하고 4개째였으며, 그 모든 캠페인 중에 나는 저 말을 다 받아주고 시나리오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서 그 플레이어를 위한 무대도 만들고 어째서 그 때는 그랬는지 조목조목 설명해주기까지 했어. 하지만 이번에까지 진행되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라고
하지만 역시 참지 못한 것도 나고, 저 플레이어가 그런 걸 바란다고 알면서도 제대로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준비를 못한 내 잘못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가급적 앞으로는 차분히 모두의 욕구를 알고, 그에 응하기 위해서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의 판을 조금 바꾸는 일이 있더라도 플레이어들의 말을 들어보려고 해.
그렇게 하면 마스터는 무슨 재미냐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일단 내가 마스터링에서 얻는 재미의 핵심은 [내가 준비한 이야기의 판] [플레이어들이 보여주는 그 이야기의 새로운 가능성] 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건 적어도 나한테는 의미있고 좋은 일인 것 같아
3. 분쟁의 빠른 수습
우리 고슴도치 플레이어는 사방에 칼날처럼 가시를 세워뒀더라고. 나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한테도 이것저것 공격적.... 그래, 까놓고 시비를 좀 걸었어
그거 때문에 세션 하다가도 다툰다고 진행이 막히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 처음에는 너무 당황해서 둘이 해결하도록 두는게 좋을까... 하고 봤었는데, 그렇게 하니까 플레이어들은 못 버티더라고. 나는 그걸 끈기있게 보고 나온 결론을 수용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들은 나처럼 이야기의 전개에만 관심이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야. 게다가 그렇게 싸우고 결론이 나더라도 두 사람은 이미 감정의 골이 패여버리거든. 이러면 세션에서 어쩔 수 없이 은연중에 충돌이나 갈등을 만들게 돼. 캐릭터의 설정 때문에 발생하는 의미있고 좋은 갈등이나 충돌이 아니라, 그걸 조종하는 플레이어들의 감정 때문에 벌어지는 캐릭터들의 날선 충돌 말이야.
그래서 그냥 두 사람이 다툴 거 같으면 바로 끼어들어서 중재를 시도해봤어. 한쪽의 입장을 정리해서 확인하고, 다른 쪽의 입장도 들어서 정리하고. 그리고 가급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물론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 있다면 그러한 객관적인 인식에 기반을 두어서) 서로에게 설명하고 정리하니까 자연스럽게 서로 화해하고 오해에 대해서 사과하면서 세션에서 영향이 안 나오더라고. 이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 하지만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면, 분쟁이 났을 때 섣불리 끼어드는 건 위험한 것 같아. 내가 한 쪽의 사이드에 서면, 반대쪽은 마스터와 대립하게 되니까 굉장히 난처해지거든. 그래서 객관적으로 이쪽이 옳다고 볼 수 있다, 는게 아니면 중립적으로 둘이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서 전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품었던 혹은 서로 오해하고 있던 점을 말해주는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
이 분쟁수습을 빨리 못하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팀이 터져나가려고 하더라고.... 다들 신경써야 할 것 같아. 물론 마스터만 신경쓴다고 될 일이 아니지만. 배려와 존중은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잘 하는 거라지? 우리 턀갤러들은 다들 배려와 존중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전에 여고생 판사 저격세션을 굴린건 미안했다. 당장 떠오르는 시나리오가 에반게리온의 오메데또 밖에 없었어....
엄청 말하고 싶은게 많을 줄 알았는데, 정리하다보니까 결국 저 세 개로 요약이 되네
턀판이 뭐 다 그렇지만, 특히 마스터는 플레이어 이상으로 배려와 존중, 이해심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아. 플레이어가 저런 미덕을 갖추지 못하면 튀는 플레이어지만, 마스터가 저런 미덕을 갖추지 못하면 지옥수문장으로 변해버리거든
나는 좀 더 자신을 가다듬고 반성을 가슴에 새기는게 좋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턀갤의 모든 마스터링 전문 TRPG유저들, 힘 내! 나는 이렇게 팀이 터졌지만, 분명히 또 새로운 팀을 구해서 새로운 게임을 하게 될 거야. 팀이 터졌지만 함께 했던 플레이들은 좋은 플레이어들과의 좋은 추억이 됐어.
너희들도 지금 하는 플레이가 잘 진행될 거고, 다들 가슴뛰는 추억을 만들 수 있길 바래!
내쫓는 결단력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마스터가 지나치게 착한 케이스 같아서 보기가 아프다 - dc App
미니어처 게임계에서는 막 나대면 모임이나 샵에서 대놓고 영구제명을 먹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거건 오프라인이라 다 안면까발려서 그렇지 온라인은 얼마든지 신분세탁 가능하잖아.
하기야 그렇지.
배움 추
결론 : 마스터가 심약해서 좆병신 하나 나대는걸 내쫓지 못함
이거 던월 세션이지?
니 혹시 오무소에서 구인했냐?
119.197// 유감이지만 오무소에서 구인한게 아니고, 던월도 아냐. 카페에서 구인했고 팀으로 다른 룰을 번갈아가면서 굴렸어
116.33 // 그렇게 해석하면 어쩔 수 없지만 심약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아니 일단 나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기는 좀...
근데 이거 ORPG야 TRPG야?
내쫓는결단력추
좋은 플이 그렇게 터지다니 슬프다...
고생 많았네... 장편 팀이라 더 힘들었을 듯.ㅜㅜ - dc App
던월이어야했어한다 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