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말하는 자작룰이란 '상업적으로 판매된 적이 없는 TRPG/ORPG 규칙'을 말한다.

* 나는 지금까지 자작룰을 30~40개 정도 읽어봄.

* 룰을 찾은 곳은 네캎, 턀갤, 세션, 헌홀, 트위터, 네이버검색, 구글링 등등이다. 여러 가지 검색어로 존나게 뒤져봤고 TRPG자료실 같은 게시판은 죄다 정주행했다.

* 나는 개인적으로 자작룰을 2년 반 정도 기간동안 제작 중에 있으며, 게임 제작에 대한 꿈 및 자작 세계관 설정덕질은 2001~2002년부터 해오고 있다.

* 타 룰의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 개수룰도 포함한다. (페이트기반, 던월기반 등)





- 룰의 완성도


예전에 자작룰 잘 만드는 방법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53437 이란 글에서 얘기한적 있는데 먼저 짚고 넘어가자.


1. 데이터와 메카닉이 잘 호응하며

2. 데이터와 메카닉이 룰북이 지향하는 바와 어울리고

3. 정보전달력이 뛰어난 것을 말한다.

4. 여기서 범개성적이지 않고 명확히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면 더욱 훌륭하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룰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실제 플레이에서 잘 적용되며

2. 룰의 본문 내용들이 룰에서 하려고 하는 것과 잘 맞아 떨어지고

3.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쉽고 플레이하기 편하고

4. 그 룰만의 재밌는 점이 있다는 것.




- 자작룰들의 수준



일단 자작룰의 수준을 논하기 전에 상용룰의 수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읽어본 룰이 한두가지나 서너가지 정도밖에 없다면 그 수준이 파악이 잘 안되거나 자기랑 룰이 너무 잘맞아서 통계적인 감이 잡히지 않겠지만

읽어본 룰이 10가지 20가지 30가지 그 이상으로 많아진다면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기준같은게 생기고 등급이 주르륵 나뉠것이다.


상용룰이라고 다들 완성도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네캎에서 끗발날리던 로그호라이즌도 헤이트 시스템이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고 

수 많은 입문자들이 거쳐갔을 던월은 AWE와 DnD의 끔찍한 혼종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완성도가 뛰어난 룰을 꼽자면 최근에 접해본 블레이드 인 더 다크라는 룰이 완성도가 엄청난것 같긴 했음.


어쨌든 자작룰 상용룰 포함해서 수십가지 룰북을 읽어보고나서 드는 자작룰의 수준 범위는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이딴 개싑스레기를 룰이라고 만들었냐고 말하고 싶은 똥덩어리부터 어지간한 상용룰 뺨싸대기 후려갈기는 뛰어난 룰도 있다.

그 분포를 백분율로 나타내면 대략 다음과 같다. 급수는 서술의 편의상 내맘대로 붙였음.



S급: 어지간한 상용룰 보다 명확히 뛰어난 자작룰

10% 이하


- A급: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상용룰 수준의 자작룰

15%


- B급: 구린 상용룰 수준이나 일단 굴러가긴 하는 것, 또는 일반적인 상용룰 수준이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25%


C급: 제대로 완성조차 못한 것

40% 이상


폐급: 욕나오는 쓰레기

10%



기억에 의존하는거라 정확하진 않은데 대략 이정도라고 보면 됨.


보통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접하는 룰들은 C급과 폐급이 대부분이고 B급 찾기도 힘들다.

A급 이상의 룰은 꽁꽁 숨겨져 있거나 팀 내부적으로만 돌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 링크가 공개적으로 뜨기도 한다.

S급 룰은 룰 제작자가 자기 룰 수준이 돈받고 팔아도 될 정도라는걸 알기 때문에 애초부터 공개를 안한다.

아무리 인터넷 뒤져봤자 룰 제작기나 룰의 일부, 프로토 타입 등 밖에 볼 수 없다.


보통 자작룰 봐주세요 ㅠㅠ하면서 올라오는 글들이나 자작룰 플레이합니다~ 하고 당당하게 내걸은 글들은

절대다수가 B급~폐급이기에 자작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박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드물게 C급이나 폐급 룰을 가지고 와서 자부심에 쩔어있는 꼴같잖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자작룰이 욕처먹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본다.


이와 반해 의외로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룰이 약 50%정도에 달하며, 실제로 '요즘에도 굴러가고 있는'룰은 전체 자작룰의 10~20% 사이라고 본다.

찾기 힘들어서 그렇지 의외로 굴러가는 자작룰이 꽤 있다. 

당장 나도 자작룰로 초장기 굴리고 있고 얼마전에 턀갤에 자작룰 상시플 홍보가 올라온 적도 있으며 네캎에도 자작룰 장기 구인이 드문드문 올라온다. 

이 외에도 독립된 소규모 네이버 카페 같은데 잘 찾아보면 자작룰 굴리는 장기팀이 몇개 더 있다.


내가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예 팀내 공유만 하는 자작룰도 몇가지 있어서 못본 룰도 있는데

아마 팀내 공유만 하는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자작룰은 대부분 A급~B급 사이일거라고 본다.




- B급 이하 자작룰들의 공통적인 특징들



나는 지금까지 수십가지 자작룰을 봐오고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랭크를 나눴는데, B급 이하의 룰들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룰 제작을 하고 싶다면 아래의 내용은 가급적 피해주길 바란다.



 "이 룰은 ORPG용입니다."


룰 자체를 TRPG가 아닌 ORPG에서 사용하는걸 가정하고 작성한 룰이 많다.

나 또한 2015년 프로토 타입 가지고 플레이를 돌릴때는 그냥 ORPG용이라고 생각하고 룰 작성을 했다.

ORPG용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주사위가 자유롭다.

여러 가지 판정을 쓰고 싶은데 TRPG로 하는 경우 주사위의 종류에 제약이 발생한다.

하지만 ORPG라면 명령어로 전부 때울 수 있기 때문에 그 제약이 완화되어 더욱 자유롭게 룰을 만들 수 있다.

실로 작가편의주의적인 생각이나, 실제로 TRPG를 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편하다.


2. 복잡한 수식이나 메카닉을 함수로 처리할 수 있다.

못만든 자작룰들을 보다보면 가끔 괴랄한 공식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나눗셈은 물론 지수까지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는 제곱근 본적도 있음.

이걸 컴퓨터로 함수처리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TRPG로 하게 되는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걍 순수하게 계산이 존ㄴㄴㄴㄴ나 귀찮아진다. 때문에 애초에 ORPG라고 가정해서 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


결국 룰 초입에 ORPG용이라고 명시해두면 룰 제작의 난이도가 대폭 내려가게 된다.

메카닉이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고 TRPG로 할 생각이 없다면 생각보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이런 룰들의 경우 대개 판정을 개발괴발로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생각해보면 TRPG 플레이를 고려하는 편이 판정법과 데이터구조의 폭주가 일어나지 않는 제동장치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② "이 룰에는 인간, 엘프, 드워프, 하플링이 등장하며, 전사, 마법사, 사제, 로그, 야인, 레인저 등의 직업이 있습니다."


DnD의 아우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룰이 굉장히 많다.

정말 많은 자작룰이 DnD식 판타지를 지향하며 종족과 클래스도 똑같이 나눈다. 물론 스킬도 비슷하다.

이런 몰개성적인 룰은 다른 방법으로 개성을 획득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거 할 바에 던월/13시대/DnD하는게 낫지 않아요?'라는 소릴 듣는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룰은 대개 B급 이하이며 B급 이하인 룰은 이렇다할 개성이 없다.

개성이랍시고 만든 시스템이 있을 지언정 그 시스템이 결코 뛰어나지 않다. 구리다.



③ "이 룰은 던전월드/페이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자체적인 메카닉을 만들지 못하고 공개 룰인 던전월드/페이트를 기반으로 만든 개수룰이 굉장히 많다.

가끔보면 '이거 굳이 던월/페이트 기반이라고 안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멀리 간 룰도 있다.

그와 반대로 룰을 읽다 보면 이거 던월이랑 너무 비슷하다 싶은 룰도 있다.

가끔 자작룰 만드는 사람에게 조언하는 사람을 보다보면 '시스템 만드는건 어려우니까 다른 룰 기반으로 만드는건 어떨까요'하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다른 룰 기반으로 만드는 것 보다 자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B급 이하의 룰에서 다른 룰의 시스템을 가져왔을 때, 그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성하게 만든 B급이하의 룰이 너무나도 많다.

당장 신명나게 까이던 던전월드의 개수룰들이 있기도 하고 가끔 페이트 기반이라는데 대체 왜 페이트 기반인지 알 수 없는 룰도 종종 보인다.


내가 자작룰 만드는 사람에게 이 부분에서 하고싶은 말은 

차라리 다양한 룰의 다양한 기반 시스템을 접해보고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룰의 시스템을 깊게 생각하고 직접 만들으라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생각해내야 하는가에 대해선 맨 처음에 자작룰 잘 만드는 방법 링크에 구구절절 써놨으니 생략하도록 함.



④  - "이 룰에는 이런 다양한게 있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플레이하면 됩니까?"  - "     "


나름대로 데이터구조와 판정법같은건 다 만들어놓고 구체적으로 세션을 어떻게 돌릴지, 

마스터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의 설명이 결여된 자작룰이 굉장히 많다.

자작룰이 TRPG 룰로써 모양새를 갖추려면 그 룰을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필수이다.

그런 설명이 없다면 결국 그 룰을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아는 룰 제작자 외의 마스터가 없을 수 밖에 없다.



⑤ "그건 여러분이 GM과 상의해서 만드세요!"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기란 엄청난 노가다이다.

처음으로 세부 데이터 작성을 시작할 때에는 만들어야 할 양이 너무 많아 막막하지만,

룰 제작을 진심으로 하고싶고 접해온 룰들이 많다면 다른 수많은 룰들을 참고하여 데이터를 작성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룰 제작에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고 다른 룰들을 제대로 참고하지도 않는 룰 제작자가 굉장히 많다.

이들은 결국 'GM과 상의'라는 마법의 단어로 퉁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이런 룰이 룰 제작에 막 들어간 룰만 그런줄 알았는데, 의외로 몇 년 된 자작룰 중에서도 이런 게 있었다.

이런식으로 작가편의주의적 방법으로 적당히 때우고 넘어가는 룰들은 그 수준이 결코 A급 이상으로 올라갈 수가 없다.

GM과 상의해서 때우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무책임하고 해석의 여지가 너무 넓으며 이것은 완성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어떤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 조차 제대로 잡지 않은 룰도 있다. 이건 그냥 C급 이하임.

 

이런 룰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기준점을 룰 제작자만 알고있다는 것이다.

룰 제작자가 GM을 보거나 룰 제작자의 플레이를 오랫동한 한 플레이어라면 동일한 기준점을 가지고 있겠다만,

팀 외부 플레이가 돌아가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룰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싶다면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말고 데이터 노가다를 해라.



⑥ "똑같은 10레벨 기능인데 이건 왜 이렇게 좋고 이건 왜 이렇게 구려요?"


수많은 자작룰 중에선 전투룰이 많았고 그중에는 밸런스가 맞는 룰도 있긴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작룰은 밸런스가 형편없다. 이는 룰 제작자의 룰 제작능력의 숙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는 TRPG룰의 밸런스 문제는 무수히 많은 테스트로 극복 가능하다.

룰 제작자가 재능충이면 더 좋다.


자작룰에서 밸런스 문제로 태클이 들어오면 반드시 테스트로 검증하고 밸런스가 맞춰지도록 조정하는게 맞다.

그때그때 조정하지 않으면 밸런스가 꼬이고 꼬여서 지옥을 볼 수 있으니 바로바로 조정해주는게 낫다.

개중에선 '데이터 만들어 놓은게 아까워서' 수정을 안하기도 하는데 

문제되는 데이터가 도저히 답이 없다면 그냥 가차없이 버리는게 훨씬 낫다. 

가차없이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욱 뛰어난 아이디어가 등장할 수도 있고 적어도 그 문제는 해결이 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