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글 이야기임ㅇㅇ


유동이 댓글단 대로, 플레이가 찰져지려면 막연히 '여관에서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한 모험가들' 같은 설정 말고, 서로 간에 좀 더 긴밀하게 엮일 만한 껀덕지가 필요하긴 함. 예를 들어서... 전에 내가 겁스 무한세계 배경으로 무한경비대원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 그 캐릭터의 컨셉은 '경비대 자체에 대해서는 나름 충성심이 있지만 반항심 강하고 윗사람에게 불손한, 건방진 신입'이었음. 경찰이나 정부 기관을 배경으로 한 미드나 영화 같은데 자주 나오는 스타일이지. 그런데 이런 컨셉의 캐릭터가 잘 살려면 다른 플레이어가 하나 쯤은, '이 캐릭터를 불편해하는, 경력 많은 베테랑 선배' 타입 캐릭터를 굴려줘야 하거든. 그래야 서로 의견충돌도 하고 가끔 멱살잡이도 하고 같이 죽을 고비 넘기면서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등등의 드라마가 나온단 말이야. 사실 별 생각 없이 만들었다가 나중에야 그걸 깨닫고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른 플레이어가 냉정하고 고압적인 타입의 선배 캐릭터를 만들어온 덕에 그 캐릭터한테 개기기도 하고 다른 pc에게 뒷담화도 까고 그런 와중에도 같이 구르고... 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었음.


마찬가지로 무작정 자기가 하고 싶은 캐릭터 만들어 올 게 아니라... '이 캐릭터의 핵심적인 캐릭터성이 다른 pc와의 관계를 통해서 빚어진다'는 판단이 될 경우 그런 식으로 자기 캐릭터와 엮여볼 만한 의사가 있는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타진해 보는 순서가 먼저여야 할 필요가 있음. 예를 들어서... '언제나 젠틀하고 냉정을 잃지 않는, 영국 집사 스타일 캐릭터'를 누가 만들었다면 다른 플레이어 하나 정도는 '실력은 있지만 아직 젊고 세상에 덜 물든 도련님 스타일 캐릭터'를 만들어야 서로 잘 엮이겠지.


내가 마스터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도 서로의 캐릭터를 예의 주시하고 계속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임. 이른바 '혼모노'들이 욕먹는 이유 중 상당 부분도 그런 과정에 있어서 자기 캐릭터에 대해 남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고 의견 내는 걸 참견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고. 



생각해 보면 나도 찔리는 부분이 좀 있긴 함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