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투할 때 직접적인 공격 주고받음보다는 머리를 쓰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임. 그래서 평범한 졸개들은 공격 한두번에 쓰러지게 하고 중요한 적하고는 직접 칼을 주고받는 것 보다는 잔머리 싸움을 하게 함.

 이번 이야기는 그렇게 의도했지만 딱히 별 생각 없이 전투만 하고 별로 임무나 스토리는 신경 안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랑 가장 죽이 맞았던 사람 이야기임.


 내가 던전월드에 어느 정도 감을 잡기 시작하고나서 나는 새로 세션을 만들었어. 파티는 전사, 마법사, 사냥꾼, 도적이었지. 처음 두 세션은 이 사람들이 전부 힘과 전투로만 해결하면서 심지어 구조할 대상도 베어버리는 사람들이었음. 이유는 내가 사람들 사이사이에 불길한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있다고 하자. 구분하기 힘들다고 그냥 칼과 마법으로 모두 죽임. 참고로 전사는 선 성향이었는데 맨 먼저 죽인다고 선택함.

 세번째 세션에서 TRPG 처음 한다고 하는 사람이 하고 싶다고 해서 사제를 만들어주고 세션을 시작함. 이번엔 '성소 숲'이란 곳에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고 이를 없애는 게 임우였어. 총 세개의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가 있었는데 두개까지는 기운이 스며든 나무를 도끼로 찍어버리거나(엘프들에게 소중한 나무였지만 속이면 된다고 그냥 베어버림.) 불길한 기운을 지닌 늑대 목을 따버리거나 (알파 늑대여서 다른 늑대들하고 싸움도 해야했음.) 했지만 내가 의도한 내용이 안 나와서 마지막에서는 호수에 기운이 스며들었다고 함.


전사 : 도끼로 호수를 찍어버립니다.

GM : 물에 도끼를 찍어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도 있죠.

마법사 : 호수에 마법탄을 날립니다.

GM : 마법사의 마법 공격에 물에서 불길한 기운이 출렁이더니 부정형의 검은 존재가 되어 여러분 눈 앞에 나타납니다. 이 존재가 여러분에게 쏟아지는 듯이 공격을 합니다.


 물론, 전투 시작되자마자 다들 딜을 열심히 넣겠다고 해서 딜을 넣는데 내가 여태까지 사람 죽인 것이나 성향 안 맞게 플레이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특수한 조건을 넣어둠. 전사의 도끼가 불길한 기운을 베어내지 못하고 마법사는 별 달리 특별한 마법 공격도 안 되니까 다들 전투 포기 하고 있을 때 사제가 자기 주문 목록과 인벤토리 보다가 선언을 했는데


사제 : 제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서 축성합니다. 성수가 만들어지면 그대로 불길한 기운에게 뿌려버립니다.

GM : 검은 존재는 성수를 맞고 고통스러워합니다. 부정형의 검은 존재가 굳어버립니다.

사제 : 전사에게 "지금이야! 도끼로 끝내버려!"라고 말합니다.


  굳어버린 검은 존재를 전사가 도끼로 치자 검은 존재는 산산이 부서졌고 사제는 그 조각들에 성수를 더 뿌려서 확실하게 처리함. 물론, 이 세션 이후로 전사랑 마법사는 '메이플스토리'처럼 적들이 학살 안 되고 퀘스트 빨리 안 넘어간다고 TRPG를 관둠. 그 때 영입한 사제는 여전히 나하고 세션을 재미있게 플레이 중임.

 아 참고로 전사, 마법사는 던전월드로 TRPG 시작한지 두 달인데 사제 오자마자 자기들이 더 오래했다고 선배 행세함. 물론, 지금은 그 사제가 이제 3년차 플레이어가 되었지.





세줄 요약

1.전투광 집단이 플레이어로 던전월드하는데 성향 무시하고 깽판 침. 새로 사제 플레이어 영입함.

2.전투나 마법만으로 안 쓰러지는 적을 내옴. 사제가 머리써서 해결함.

3.힘으로 해결 안 되자 전사랑 마법사 탈주함. 사제는 좋은 플레이어가 되어서 여전히 나랑 같이 잘 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