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떠오른 잡상을 정리해 본 잡설.
현대에서는 러브크래프트라는 개인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이 양반이 악명높은
인종차별주의자 + 앵글로매니악... 그러니까 영국빠였다는 거임. 쉽게 말해서 이 양반 입장에서는 흑인도 별로고
독일놈들도 별로고 아일랜드 놈들도 별로고.... 또한 요새 말로 하면 "젠더" 문제에도 사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양반의 작품들은 허구한날 인남캐만 튀어나옴. 러브크래프트를 빠는 팬들도 이런 거 인정하고 쿨하게 그냥
실드를 포기한 지 한참 됨.
그러다보니까 어느 정도 그런 사상이 섞여있는 그의 작품들을 기반으로 하면서 제국주의가 끝나지 않은 시대를
주 배경으로 하는 세계관인 크툴루 신화를 다루다 보면 이런 걸로 문제에 걸리기 쉬움. TRPG계에서도 그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어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러니까 킥스타터로 트레물루스(Tremulus)가 진행되고 있던 시절에
이걸로 웃기는 일이 발생함. 예전에 트레물루스에 대해 간략하게 리뷰한 내용은 여기 참조.
콩고 플레이세트의 삭제
당시 계속 기본 룰북에 나오는 플레이세트인 에본 에이브스(Ebon Eaves) 마을에 묘지라든가, 정신병원이라든가,
박물관이라든가, 고아원을 세우는 확장팩을 내고 있던 제작사는 이제 새로운 플레이세트를 추가해 보기로 결정함.
일단 이 룰은 플레이세트가 없으면 돌리는 게 꽤 묘한 구석이 있거든.... 그래서 얘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정글을
탐험하는 전형적인 모험물용 플레이세트를 내는 거였어.
"저희는 이제 괴상한 작은 마을 에본 에이브스에서 눈을 돌려 콩고 플레이세트와 함께 기묘한 이국의 대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캐릭터들이 암흑의 핵심을 탐험할 때 사용할 프레임워크를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며, 탐험대장(The Captain) / 길잡이(The Guide) / 야만인(The Wild Man) 플레이북이 포함됩니다."
이렇게 발표를 함. 그러니까 인종 차별이니 제국주의니 그런 문제에 얽히면서 "아아아니 왜 하필이면 "콩고"라고
지명을 지정한 거죠?" "암흑의 핵심이면 아프리카가 '미개'하다는 건가여?" "야만인이란 표현은 좀 그렇지 않음?"
뭐 이런 클레임이 들어오니 결국 이틀만에 제작진이 이걸 내려버리고 대신 그런 거 안 나오는 극지 플레이세트로
갈아치워버림.
그럼 왜 하필 콩고였냐?
여기에는 좀 사정이 있음. 러브크래프트가 흑인들을 별로 안 좋아한....아니 혐오했다고 해도 될 양반인 데다가
이 양반의 주 소재는 '문명이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러브크래프트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데, '고 아서 저민과 그 가족에 대한 사실(Facts Concerning the Late Arthur Jermyn and His Family)'이란
작품에서 콩고가 언급되고, 그 집에 있던 그림(The Picture in the House)에서도 뻥이 좀 많이 가미되긴 했지만
콩고를 다룬 고서적이 나옴.
그러기에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콩고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거임. 거기다가 1890년대로 가면 희대의 빌런 레오폴드 2세가 콩고를 손에 넣기 때문에 이야기거리도 엄청
풍부함. 물론 카오시움은 여기보다 케냐를 먼저 다루었지만 거기에는 아무래도 니알랏토텝의 가면들의 영향과
케냐가 당시 영국 식민지였다는 점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함.
물론 카오시움은 2009년에 콩고의 비밀(Secrets of Congo)이라는 모노그래프도 내 줌. 제국주의는 둘째치고
재미있는 것들은 전부 케냐의 비밀(Secrets of Kenya)에 나왔었기 때문에 그다지 재미있는 물건은 아니었다만.
그런 걸 본다면 결국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기반해서 세계관을 확장하다 보면 콩고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언급을 하고 지나가야 하는 곳임. 물론 1930년대 배경인 크툴루의 자취도 각국의 상황을 설명할 때 이 지역을
빼놓지 않았음.
정리
나는 저 당시의 제작자의 결정이 나쁜 것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인종차별 주의적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
솔직히 좀 많이 그랬겠지. 물론 그렇다고 저걸 문제 삼았던 놈들의 생각이 그다지 좋은 것이었고도 생각하지 않아.
다만 나는 솔직히 이렇게 빽빽대는 애들은 지금 자신들이 사는 시대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다루는 것의 의미를
대체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했는데, 덩케르크보고 왜 여성이나 비백인들이 비중있게 안 나오냐고 불평했다는
애들이 있다는 것을 들으니까 납득이 가더라.
3줄 요약
원래 트레물루스 킥스타터 보상으로 콩고 배경 정글 탐험 플레이세트가 나올 예정이었음.
SJW들이 아몰랑 그런 건 인종차별적 / 제국주의적 어쩌고 저쩌고 해서 결국 딴 걸로 바뀜.
아무래도 SJW들은 크툴루 신화를 파거나 그와 관련된 작품을 다룰 때 도움이 안 되는 듯.
글고보니 저 차별적 원작들을 현대 소수인종이나 여성들 입장에서 재해석한 소설들이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SJW는 모든 픽션에 도움이 안 되지... 물론 거의 모든 현실에서도...
그런 재해석도 잘 되면 나쁘다는 건 아님. 예를 들어서 2008년 휴고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이 쇼고스를 노예로 혹사당하던 흑인과 동일시하는 재해석을 시도한 Shoggoth in Bloom이야. 문제는 그 세계관을 가지고 만드는 모든 작품이 재해석을 해 줘야 하냐 이거임.
콩고에 간 땡땡
그건 한술 더 떠서 1930년대 작품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