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배경 짜는 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적었으니 잘 짜는 사람들은 읽을 필요가 없소




1. 캠페인 배경 설정을 잘 읽는다

모든 편안한 시트짜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괜히 재미있을 것 같다고 세계관에서 벗어난 설정 만들어가서 GM이랑 갑론을박 하지 말고 일단 잘 읽자. 이 캠페인에는 XXX가 없는데요? 하는 GM도 빡치고 안되는 본인도 빡치고 통과가 되건 안되건 보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빡치고 본인 의욕도 꺾인다. 재수없으면 GM의욕도 꺾인다. GM이 보살이라 선선히 캠페인을 뜯어고쳐줄수도 있지만, 만약 난색을 표한다면 그냥 잊어라

GM이 뭐길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GM은 해당 팀 내에서 가장 빡치고 고생하는 역할이다. 괜히 마스터 구하기 힘든게 아니다. GM은 빡치고 성질나는 대가로 놀이판을 짤 권리를 얻는다고 생각해도 된다. 플레이 할 생각이 있으면 그 권리만큼은 존중해주자. 이걸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TRPG 오래 했다는 사람중에 더 많은 듯? 심지어는 배경 설정 안 지키는 게 자랑인 사람도 봤으니까. 어쨌든 즐겁게 시트를 짜기 위해서는 잘 읽자




2. 캐릭터에게 컨셉을 주자

어떤 방면의 컨셉이라도 좋다.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를 떠올릴 물꼬를 트자. 예를 들자면 '번개 마법에 통달한 엘프 마법사' 라던가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는 거구의 전사' 같이 D&D식 클래스로 단초를 잡아도 좋고, '앞뒤 꽉 막힌 신앙인' '전투할 때조차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수다쟁이' '확률 낮은 도박을 좋아하는 도박사' 같이 땡기는 성격으로 시작해도 좋다.

혹은 '대륙 체스 챔피언' '일곱명과 동시에 결투를 벌여 승리한 검호'  '북부의 술은 한 모금만 마셔도 전부 판별할 수 있는 애주가' 같이 원하는 능력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홍차 중독자' '외로움을 많이 탄다' '똑똑한 척 전문용어를 쓰기 좋아한다' 등 개인적인 취향을 넣어도 좋다. 아니면 '10년 전 신교 학살극의 생존자' '흡혈귀 사냥에서 흡혈귀 백작의 심장에 말뚝을 박은 사냥꾼' '황태자 암살 미수사건의 용의자' 같은 식으로 캠페인 배경에 등장하는 사건에 얽히는 방법도 있다. (이러면 GM은 깨춤춘다)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컨셉이 있을 수 있다. 뭐가 되었든 좋으니 아주 간단한 것이라도 마음에 드는 설정을 박아넣자. 이게 시작점이다


단, 어지간하면 '매사에 동요하지 않는 과묵한 남자' 같은 컨셉으로는 시작하지 마라. 가능하면 활동적이고 특색있는 컨셉으로 시작하는 편이 편하다. 정말로 과묵한 부동심의 남자라도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 유쾌하게 노래를 부른다던가, 로맨스 소설은 넋을 잃고 몰입해서 본다던가 등의 갭은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부터 시작해야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올 확률이 높다. 만약에 그런 부분도 없는 석불같은 캐릭터라면? 잊고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걸 추천한다




3. 컨셉이 잡힌 캐릭터에게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를 채워주자

캐릭터가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가 뭔지 10명에게 물으면 아마 대답이 10개 이상이 나올거다. 그만큼 각자 다르겠지만, 일단 내 경우에는 캐릭터에게 '취미/실력/취향/과거/현재/목표' 를 준다

어떤 요소를 설정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 캐릭터는 '왜' 이런 요소를 얻게 되었을지 이유를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번개 마법에 통달한 엘프 마법사' 캐릭터에게 '카드놀이' 취미를 주었다고 해 보자. 이 마법사가 카드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종의 지적 유희라고 할 수도 있고, 혹은 사별한 스승의 취미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파티 내의 다른 캐릭터가 카드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게서 배웠다고 설정할 수도 있다.

지적 유희였을 경우 이 마법사는 취미활동을 즐기는 동안에도 확률을 계산면서 머리 굴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으로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별한 스승의 취미였을 경우 스승과 서로 즐겁게 엿을 먹이는 돈독한 사제지간이었을 수도 있다. 파티 내의 다른 캐릭터에게 배웠다면, 이 마법사는 그 캐릭터와 만나서 행동을 같이 한 시간이 꽤 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요소를 설정하고 이유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가 채워진다.


주의해야 할 점은, 사람 만들기에 너무 심취해서 배경으로 단편소설을 써 가면 읽는 사람만 짜증난다는 거다. 시트의 배경설정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 적는 것이지 자기만족을 위해 적는 게 아니다. 배경에 단편소설 써 있으면 다른 플레이어든 GM이든 일단 읽기 짜증난다. 물론 정말 잘 쓰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재미나게 잘 쓰는 놈이면 아마 배경 짜는 걸로 고생하진 않을거다. 시트의 배경 설정에는 다른 사람이 본인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둬야 할 것들 위주로 적도록 하자

정 심심해서 소설을 쓰고 싶다면 시트에 엮인글로 따로 쓰자. 캐릭터에 흥미가 생긴 플레이어는 읽어줄거다




4. 사람이 된 내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들 간에 관계를 설정하자

사실 앞서 1~3은 모두 4번을 위한 준비과정이다. 4번이 즐거운 플레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다. GM이 설정해둔 NPC와 얽히지 않을 수는 있어도 다른 PC들과 얽히지 않을 수는 없다. 서로의 배경설정을 잘 읽어보고 상식적으로 어떤 관계가 맺어질지 의논해봐라.

만약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선량한 성직자와 정겹게 지내는 연쇄살인 지명수배자 같은 상식적이지 않은 관계를 설정하고 싶다면, 성직자는 연쇄살인 지명수배가 누명이라고 믿는다던가 혹은 수배자의 본심은 선하다고 믿고 갱생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있다던가...등의 추가적인 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설정하거나 만들어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대개 시작하기 전에 한번쯤은 미리 같이 의논해보는 편이 즐거운 rp가 된다

관계가 확정되면 GM에게도 알리자. 특히 상식에서 벗어난 관계가 설정되었다면 반드시 알려주자


관계는 반드시 화기애애할 필요는 없다. 서로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행동을 같이 하다가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rp도 있을 수 있고, 둘 중 하나가 죽는 비극으로 끝맺는 rp가 있을수도 있다. 이런 갈등이 넘치는 관계를 원한다면 반드시 미리 상대방과 의논해라

의논하는 게 혼자 생각해보고 통보하라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런 관계는 반드시 쌍방이 원해서 선택해야지만 싸움 안 내고 즐거운 rp를 할 수 있거든. 상대방이 그닥 내키지 않는 것 않으면? 깔끔하게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