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멀쩡하게 돌아간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일단 자기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랑
여럿 있을 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난이도가 같을 리가 없는 건 너무 당연하지?

그리고 게임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고 나면 '맥락'이라는 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제약하게 됨
컴퓨터 게임이라면 우주에 내던져져 죽어가는 히로인 내버려두고 카드 게임에 열을 올린다거나,

지금까지 지켜 온 마을 사람들을 걍 재미삼아 학살하고 목을 하나하나 장식장에 넣어 장식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RPG에서 그런 걸 하려고 하면
'대체 무슨 이유로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벗어나려 하는가',
'캐릭터/스토리의 표현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맥락을 내던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역시 맥락과 이치에 맞는 이유가 필요해짐
그리고 당연히 '걍 그래보려고여'로는 그런 이유를 댈 수 없지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정교하고 강할수록 이야기는 선형적인 형태를 띠게 됨
실제로 RPG 하면서 인상 깊었던 경험은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길에 다다른 순간'과
'정말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여(주로 주사위가 원흉;) 예측된 결과에서 벗어났을 때'로 귀결되기 마련이고...

수단의 자유도, 에서도 사실 좀 갸웃하게 되는 것이,
RPG는 결국 각종 처리를 컴퓨터 대신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인지라 시간 소비가 큰 게임이고,
따라서 Try&Error를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님
그래서 실제로는 해당 상황에서 그 인물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도전하기 마련이고,
달리 말하면 캐릭터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좁혀 놓는다고 말할 수도 있음


따라서 RPG의 장점은 '자유도'에 있는 게 절대로 아니고,
그걸 RPG의 장점이라고 홍보하거나 칭송하는 것도…… 뭐 할 수는 있겠지만 좀 부끄러울 때가 있지
순수하게 '자유도'만 말한다면야 심즈 같은 것들이 한결 높지 않겠음?

반면 상상력에 의존하는 게임이기에 제작 코스트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나
참가자들 개개인에게 특화되고, 그 참가자들의 조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스토리텔링 요소
정도만은 아직도 RPG가 갖고 있는 큰 장점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