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얘기하다 생각난 김에 소개



일본 3대 RPG니 어쩌니 하는 사람도 있지만 태생이 마이너한 덕분인지

FF나 DQ랑은 달리 진 여신전생 TRPG 시리즈는 상당히 오랫동안 꾸준히 발매되어 왔음


시리즈 이력을 뒤져 보면


진 여신전생 TRPG 기본 시스템

진 여신전생 2 TRPG 탄생편

진 여신전생 TRPG 각성편

진 여신전생 3 TRPG 동경 수태

진 여신전생 TRPG 마도동경 200X


(동경 = 도쿄라고 써야 겠지만 하도 오랫동안 이렇게 부르다보니 습관이 되어서 orz)


중간에 진 여신전생 TRPG 묵시편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었던 

'신세묵시록'이라는 게임이 있지만 이런저런 사정상 빠졌다고 함



이번에 얘기하려는 게임은

진 여신전생 TRPG 마도동경 200X




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077a16fb3dab004c86b6f24b7e12241bb1d95d486fcde3bba7ddc96e158819c743e448412d5ed9dc693a7b14d1bfadb90


2005년에 첫 발매,

2010년에 마지막 서플인 <이형과학 ~스트레인지 사이언스~>가 나오고

7년째 잠잠하기 때문에 아마도 더 이상은 없으리라 생각되는

여신전생 TRPG의 마지막 시리즈임




제작자인 토키타 유스케는 스자쿠 게임즈라는 회사 사장님으로

이런저런 RPG 제작에 손 댄 베테랑 디자이너인데, 특징 중 하나는 손대는 것마다

d100 게임이라는 것

아무래도 왕년에 BRP의 세례를 좀 받았던 양반이 아닐까 싶음



판정 자체는 d100 %롤...

즉 행동마다 %로 확률이 정해져 있고 100면체를 굴려서

그 이하면 성공한다는 심플한 규칙임

그런데 슈퍼 파워 배틀이 이루어지는 여신전생 시리즈에서

과연 이런 퍼센트 롤이 의미가 있는가... 하면,





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077a16fb3dab004c86b6f24b7e12241bb1d95d486fcde3bba7ddc96e158819c743e44841286edce9390f178e6b26584a7




이건 랜더마이저를 습득할 수 있는 유용한 소환수 트럼페터의 몬스터 시트임

(이 버전에는 랜더마이저가 없다만!)

보면 HP 4995에 MP 1404등 매우 화려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보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왼쪽 위를 보면 힘/마/체/속/운이라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전통적인 능력치 옆에

%가 보이지?


힘 34 판정치 247%

마 40 판정치 277%

체 34 판정치 247%

속 39 판정치 272%

운 25 판정치 202%


능력치*5+레벨+(기타 잡다한 것)이 그 능력치를 이용해 판정할 때의 판정치가 됨



또 좀 아래로 내려오면 한자를 몰라도 이건 맥락상 스킬 데이터다 싶은 칸이 보이지?

■묵시록 / 격투공격 / 코스트 없음 / 전체 대상 / 판정치 286% / 위력 기준 '만능' / 데미지 111점 / 검 상성 / 즉사 20%


당연히 '아, 이것은 묵시록이란 이름의 전체 대상 공격으로 데미지 111점짜리

검 상성 공격이며 즉사율 20%가 있군' 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야.

그럼 판정치 286%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하나.

판정치의 1/10 이하가 나오면 크리티컬. 즉 판정치 286%면 100면체 굴려서 28만

나와도 크리티컬인 것임.

전체 공격인데 4분의 1 이상 확률로 크리티컬임. 개꿀

게다가 어떤 스킬은 '이 공격은 1/5로 크리티컬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그런 스킬을 갖고 있으면 판정치의 1/5 이하만 나와도 크리티컬임

판정치가 286%인데 저런 효과가 있으면 100면체 굴려서 57만 나와도 크리티컬


둘. 행동 분할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판정치가 100%를 넘으면 그걸 분할할 수 있음

판정치가 200%를 넘으면 3분할까지 가능함

예를 들어 위의 묵시록 스킬을 3분할하면,

'전원에게 판정치 95%로 데미지 111점에 검 상성, 즉사율 20%'인 공격을

3회 하게 되는 거지


(그리고 얘는 보스 속성인데, 보스에게는 짐승의 안광/용의 안광이라는

여신전생 팬들에게 친숙한 스킬이 있어서[..] 행동 턴 자체가 2회~3회씩 돌아오지...

여기에 분할을 섞어서 패면?


응 별거 아냐 얘랑 싸울 때쯤 되면 이쪽도 다 괴물일 거라서.........)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면,







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077a16fb3dab004c86b6f24b7e12241bb1d95d486fcde3bba7ddc96e158819c743e44841283ec9b9b9ff1b53dbbcf92fc


이런 식으로 클래스가 정해져 있고,

클래스마다 정해진 기준 능력치 + 초기 아이템 + 클래스 스타일(이후에 설명)

+ 스킬 리스트가 있음


얘는 이형과학에 추가된 유명한 함정 클래스 선더볼트(..)로(..),

여신전생 팬이거나 모 라이트노벨 팬이라면 L17:초전자포(지고의 마탄)이라는

스킬 리스트에 눈길이 갔을 것이다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토키타 요새 라노베 보냐?' 이런 얘기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인데

그래, 이 클래스는 인수라의 성명절기 지고의 마탄을 겨우 17레벨에 쓸 수 있는

클래스인 것이다!

단... 지고의 마탄은 힘 기반인데 이 클래스는 마력을 올려야 하는 클래스이고

힘 올리면 패망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17레벨 지고의 마탄'이라는

떡밥에 낚여서 온갖 빌드를 구상하다 울고 말핬다는 슬픈 기록이 있지

(인빈시블이라는 이름으로 단방향통행 씨를 모델로 한 듯한 클래스도 있음.

레벨이 오르면서 차츰차츰 각종 상성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켜 가는 클래스...

실제 효능은...... 음...)



각설하고 다시 캐릭터 작성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이렇게 구성된 클래스를 한 종류, 혹은 두 종류, 혹은 세 종류를 조합해서

획득하는 걸로 캐릭터를 만들게 됨

이건 각성단계라고 해서 사실은 원한다고 세 종류 얻고 그럴 수 있는 건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게임 진행에 따라서 점차 각성 단계가 해금되어가는 방식임

클래스 하나로 시작하는 거랑 세 개로 시작하는 거랑 초기 능력치가 다르니까

당연히 후자가 강력하지만, 대신 단독 클래스는 경험치에서 이득이 있어서

레벨업이 빠름 (옛날 AD&D의 멀티 클래스 같은 느낌인 거지)


클래스는 정말 다양한 종류가 갖추어져 있어서

(사실 능력치/클래스 스타일/스킬 리스트만 조금 고쳐주면 되니까 양산도 간단;)

전통적인 서머너 단일 클래스라든가, 메시아 교도/탐정이라든가,

민속학자/복서라든가, 사이보그/밀교승(..) 같은 해괴한 조합을 짜서 놀 수가 있음


레벨 오를 때마다 원하는 능력치를 1점 올리는 방식도 여신전생 팬에겐 친숙할 테고,

특정 레벨이 될 때마다 저 아래 스킬 리스트에 등록된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이해하겠지?



그렇다면 클래스 스타일...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사실 이 시리즈는 네 번째 서플리먼트인 '어둠의 프로파일'에서 이 클래스 시스템을

대량으로 갈아 엎었음

이전에는 클래스 스타일이라는 게 없었고, 그냥 레벨 되면 리스트에 있는

스킬 얻는 걸로 끝나는 단조로운 방식이었는데,

보면 알겠지만 1레벨 제외하면 3/7레벨에만 새 스킬을 얻는 데다가,

클래스 스킬이 비슷한 게 괜히 중복되거나 영 안맞는 것들이 끼이면

캐릭터가 빙구가 되는 문제가 있었음


그래서 '어둠의 프로파일'에서는 클래스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스킬 공통 그룹을 만들어서,

이 클래스라면 '이러이러한 스킬들을 익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줌

위의 선더볼트 같은 경우엔 마법(컬트), 마법(영능), 정보(미디어)라는

클래스 스타일을 갖고 있는데,


마법(컬트)에는 마하~~ 같은 스킬이 포함되어 있고,

마법(영능)에는 데스터치니 황천의 환시 같은 스킬이,

정보(미디어)에는 행운이니 재력이니 추가 액세서리니 하는 스킬들이 포함되어 있음


이 클래스 스타일에 포함된 스킬을 골라서 기존 스킬 리스트에 있는 것과

치환을 할 수 있게 해 준 거지

그리고 이걸 통해 상당히 다채로운 빌딩이 가능해졌고(..),

캐릭터가 잉여화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되게 됨



다만 스킬들 이름 같은 걸 보면 역시 짐작하겠지만,

이 게임은 여신전생 시리즈의 전통인 3x2 대형을 전제로 배틀하는 게 핵심이고

스킬들도 대부분 전투와 관련된 것밖에 없음

공격 상성이 있는 것처럼 전통적인 방어 상성도 그대로 있어서,

약점, 흡수나 반사 같은 걸 고려하며 패 나가야 하는 것도 원작 게임과 되게 흡사함


기본 룰만 보면 전투 이외의 걸 지원하는 룰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거의 보드게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래도 중요한 룰적 요소가 둘 있는데,


그중 하나는 '명운'임

이건 아리안로드의 페이드, 한국 기준이라면 로그 호라이즌의 인과력을 생각하면 됨

기본적으로는 판정을 리롤하거나, 판정에 보너스를 주는 용도로 쓸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서머너가 소환할 수 있는 악마의 숫자에 관여한다거나,

받은 데미지를 반감한다거나 하는 등 게임 내 곳곳에 다양하게 소비되는 자원이기도 함

게임 특성상 어느 정도 긴장감을 부여하면 되게 빡빡하게 돌아가기 일쑤인데

그걸 어느 정도 지켜주는 안전책이기도 하지

이런 자원 자체는 여러 게임에 다양하게 있지만

이 게임 정도로 다채롭게 쓰이는 경우는 아마 많지 않을 것임

(명운 자체는 시리즈 전통적인 것이긴 함)



그리고 다른 하나가 '커뮤니티'와 '카무이' 시스템인데,

기본적으로는 되게 단순함

특정 캐릭터/집단과 관계를 쌓아 올려서 포인트를 쌓으면

'카무이'라고 하는 특수한 파워를 쓸 수 있게 해 줌


예를 들어 스트레인지 저니에 나올 것 같은 '극지탐험대'라는 커뮤니티는,

'남극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의 침식 현상의 원인을 찾아낸다'

'가능하다면 저지한다'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고,

침식현상(파괴), 대원의 불화, 임무 방치 등을 하면 호감도가 깎임


이 커뮤니티와 관계를 쌓으면 카무이로

'정보원'이라든가 '아이템 조달', '회복 시설', '파견 요청'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지


이런 소박한 동네 말고 예를 들어 메타트론 씨 같은 거물이라면?

'신의 검' '성스러운 군대' '신의 벼락' '위대한 부활의 기적' 뭐 이런 지원을 해 줌



관계를 잘 쌓아올리면 큰 도움이 되지만 진행에 따라서는 커뮤니티가 리버스(..)가

되어서 지원을 못 받게 된다거나 하는 것도 페르소나 팬들이라면 나름 친숙한

느낌일 것이다









좀 길어졌는데 정리하자면,


여신전생 시리즈의 악마 데이터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고(물론 수정은 필요하나),

쪼렙 때 스킬들 30~40% 짜리에 명운 걸어서 헥헥거리며 간신히 성공하다가

나중에 2분할, 3분할씩 해 가면서 적 패는 파워업/빌딩도 꽤 할만해서,

100면체 쓰는데 전투가 재미있다고 느낀 드문 게임 중 하나였음

(다른 하나는 여신전생 각성편이었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진 않는다)


전투 이외의 것은 거의 구현하지 못하지만, 그나마 커뮤니티와 카뮤이 시스템이 있어서

전투 외의 내용에서도 흥미를 갖고 파고들만한 여지는 있긴 함



다만 말했다시피 사실상 절판인 게임이라 구할 길이 없을 것이고,

(기본룰북 중고가가 1만엔 중후반으로 거래된다 -_-;)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페르소나 사용자는...... 사실 공식으로는 지원하지 않는다

잡지에 잠깐 실렸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