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씹덕도 입을 열었다.

"라그나님은 그게 문제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시는거에요?"


라그나도 지지 않았다.

"네. 님들 그때 진짜 소름끼쳤던 거 아세요? 어떻게 사람 손목을 자르고 저녁에 돼지고기 구이가 먹고 싶으니 돼지 한 마리를 잡으라는 명령을 내려요? 님들 진짜 사이코패스 아니에요?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 그런 트롤링에 가까운 선언을 하고, 또 마스터님은 그걸 또 받아줘요? 아니 영지물이면 영지물답게 제대ㄹ..."


말박이 말을 가로챘다.

"라그나 님, 라그나 님은 원래부터 귀족 가문에서 농노들의 수발을 받으면서 자랐던 젊은 기사라면서요. 근데 왜 자꾸 농노를 두둔해요? 이 시대에선 농노도 귀족의 가산 취급받고 있잖아요. 님은 ATM보고 님 가족이 갇혀있는 감옥이라고 생각하고 막 울고 그래요?"


라그나는 그래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그건 말도 안되는 거죠. 농노들은 인간이에요. 우리랑 같이 숨쉬고, 밥먹고, 잠자는 인간이라고요. 좀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생각을 좀 하세요! 제발!"


그때 내가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려고 끼어들었다.

"라그나 님, 지금 플레이 배경은 중세에요. 다른 플레이어 분들이 했던 행동이나 명령은 그 당시 시각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일들이었고, 그만큼 명분도 있었어요. 근데 라그나 님 혼자 굉장히 진보적인 스탠스를 펼치고 있어서 아귀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라그나 님은 배경 설정 보면 앞서 말박님이 말씀하셨듯이 귀족 가문에서 농노들의 수발을 들으면서 자랐잖아요. 근데 왜 갑자기 영주가 되자마자 농노 해방운동을 펼치시려고 하세요? 라그나 님은 그러려면 먼저 영주 지위를 내려놓고 본인의 귀족 작위도 벗어던지는게 먼저 아닌가요?"


라그나는 3:1의 구도인 것을 느끼자, 자신의 강경한 스탠스를 잠시 늦췄지만, 그래도 수긍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건 너무 극단적이죠. 지금도 노동 운동 하시는 사람들이 자기 직업 내던진다음에 하진 않잖아요. 자기 먹고 살 길은 마련해 둬야 그 운동도 장기적으로 탄력을 받죠.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영주지만, 그래도 농노들에게 이입하고 그들에게 어떤 사랑을 느ㄲ"


그때 말박이 다시 끼어들었다.

"아니 님 제발; 지금 중세 영지물 하면서 영지 강화하고 외국이랑 전쟁한다고 하는데 왜 갑자기 노동운동을 해요; 님 스타하면서 SCV 불쌍하다고 SCV로 정찰 안보낼거에요? 게임하면서 마린들 럴커에 터지면 갑자기 막 키보드 부여잡고 오열하고 그래요?"


"아니 왜 말을 그따위로 하세요?"


System : 플레이어 '씹덕'님이 나가셨습니다.


"님들 진짜 이상한거 아세요?"

라그나는 마지막 말을 던졌다.


System : 플레이어 '라그나'님이 나가셨습니다.


"아 저 개씹병신 새끼 진짜;"


System : 플레이어 '말박'님이 나가셨습니다.

.

.

.

그 이후로 중세 영지물 같은건 손도 안댔다죠.(웃음)


P.S. 이번 프랑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구제 활동에 반대한다는 프랑스 서(鼠)권 운동가들의 대가리 터진 의견을 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일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