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명 트윗애 올라온 얘긴데 좋은 내용이라 퍼옴.
링크: https://twitter.com/cympub/status/905978261062242305



어제 장편 플레이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진짜 재미있는 일들은 PC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할 때 일어난다”라고 말하고 보니 그 얘기도 해야 할 것 같네요. 플레이어는 PC를 언제, 어떻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가…입니다.

마스터링을 하다 보면 플레이어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이유는 보통 한 가지입니다. 플레이어가 마스터의 진행을 기다리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것이 기본 모드…가 되면, 플레이는 마스터가 진전시킬 때에만 진전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는 입장에 서게 되고, 마스터는 이야기를 강제로 진전시키는 행동들을 갈수록 더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 수동화의 순환이 일어납니다.

플레이어가 자기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로, 플레이어의 결단이 이야기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지점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 그 결단을 내리는 기반이 될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능동적이기를 바라지 않는 마스터나 시나리오는 당초에 플레이어의 결단이 반영되는 지점을 만들지 않고, 모든 이야기를 미리 다 정해 놓겠지요. 그쪽도 나름대로의 방법과 도가 있습니다.

'기반이 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정보 없는 결정은 제비뽑기와 똑같아서 사실은 결정이 아닙니다

약간 바꿔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능동적이 되려면 자기가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 플레이에 각기 의미 있게 반영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일단 그런 보장이 있으면 플레이어도 자기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행사하려 하게 됩니다.

이 “보장'은 마스터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플레이어의 익숙함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RPG는 마스터가 주는 이야기를 1인칭으로 감상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조건이 갑자기 바뀌어도 당분간은 하던 대로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기 캐릭터가 겪은 일들, 자기가 만나온 NPC들 등등이 엮인 맥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것에 영향을 주는 선택과 자주 마주하다 보면, 마스터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관성도 바뀝니다.

플레이어의 그 “힘” (디자인 용어로는 “플레이어 에이전시”라고 합니다)을 키워주고 이야기를 거기에 좌우되게 하는 시스템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포칼립스 월드, 던전월드, 밤의 마녀들 같은 경우는 속성 코스로 때려 넣는 쪽이고...

페이트의 면모와 운명점도, 크툴루의 부름의 강행 판정도 모두 플레이어의 선택의 힘을 끌어내고 그것이 플레이에 기여를 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이런 장치와 시스템들이 있다 해도, 마스터와 플레이어에게 그럴 동기와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룰과 지침은 무시되고, 단지 전에 하던 것을 주사위만 바꿔서 하게 되는 것이죠...

'플레이어의 의미 있는 선택을 통해 이야기를 빚는다” 하는 것은 한국에서만도 한 15년 전부터 여러 각도로 이야기되어 온 얘기입니다. 이제는 RPG 룰들이 그걸 갖추고 있어서 따로 말을 할 필요가 별로 없어졌습니다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플레이어가 능동적이 되려면 선택 (결단, 결정…)의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한다.
2) 선택은 기반이 되는 맥락과 정보가 충분히 있어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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